정부는 올해도 4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지만 좀처럼 취업자 수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한숨 소리 역시 높다. 또한 저출산·고령화 사회 진입이라는 위기의식은 높지만 정작 노동시장에서 고용조정, 조기퇴직은 쉴 새 없이 일어나고 있다.

노사공동 재취업지원센터. 이는 지난 2004년 2월 노사가 체결한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에 따라 지난해 11월 출범했다. 노동부가 사업을 지원하고 한국노총과 경총이 함께 운영하는 보기 드문 ‘상징적’ 노사공동 운영기구다.

노사공동 재취업지원센터는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재취업 지원서비스를 통해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추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출범한 지 2분기째를 맞는 노사공동 재취업지원센터는 4월말 현재 24.1%라는 재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처음 시작하는 것치고 저조한 기록은 아니다.

지난 8일 여의도 하나증권빌딩에 위치한 노사공동 재취업지원센터 김정태(사진) 소장을 만나봤다. 그는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상무)도 역임하고 있다.

전직지원서비스부터 재취업알선까지 무료로

“재취업지원센터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개념보다는 기업의 구조조정, 제조업 공동화 과정에서 실직자가 유발되는 현실에서 재취업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출범했습니다. 게다가 노사가 고용안정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같이 사업을 한다는 의미가 매우 크지요.”

김정태 소장은 재취업의 기회를 만들고 노사공동 운영기구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경총은 기업 네트워크를 가동해 구인정보를 만들고, 한국노총은 전국조직을 통해 노동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등 인프라를 구축해 정부의 고용안정센터보다 더 밀착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재취업지원센터의 출범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경제와 고용시장 환경에서 비롯된다. 경기침체로 고용시장이 위축되고 구조조정으로 다양한 형태의 노사갈등이 유발되고 있고, 앞으로도 현재의 경제환경을 고려할 때 고용조정 문제는 계속될 텐데 산업인력의 중도퇴장은 국가적, 개인적으로 모두 손실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지금의 고용환경은 정년퇴직 노동자가 10명 중 1명에 지나지 않는 등 조기퇴직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재취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문제도 날로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김정태 소장의 진단이다.

“우리나라에선 직업안정기관이 확충되고 있지만 아직은 약한 편입니다. 선진국은 실업자가 돼도 별 걱정 없지만 우리나라에선 한번 실업자가 되면 재취업까지 불안정하지요. 재취업지원센터는 무료로 전직지원서비스를 통해 재취업까지 알선한다는 거의 국내 유일의 기능을 하지요.”

중소영세 노동자 주요 대상 ‘차별화’ 갖춰

국내에서 전직지원서비스는 민간기관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회비가 300여만원에까지 이르는 등 꽤나 ‘비싸’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국가가 운영하는 고용안정센터에서 전문성을 갖춘 전직지원서비스까지는 다루지는 못하고 있다.

때문에 재취업지원센터가 무료로 전직지원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은 중소영세 사업장 퇴직자에겐 재취업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우선 지원대상은 개인회원은 경력 1년 이상(자영자 포함)의 퇴직노동자이어야 하고, 기업회원은 구조조정, 정년 등으로 퇴직했거나 예정(3개월 이내)인 노동자가 있거나, 중소기업, 구인활동 중인 경우가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 재취업지원센터를 찾는 노동자는 중소영세 사업장 출신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기업회원은 총 333곳 중 50인 미만의 중소기업체가 147곳(44.2%)로 가장 높았고, 10인 미만 45곳(13.5%), 50~99인 42곳(12.6%) 등 100인 미만 중소영세 사업장이 70.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직지원서비스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전직지원프로그램을 갖춰 지원하지만 중소기업은 비용부담 때문에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재취업지원센터는 중소영세 노동자를 대상으로 무료 전직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재취업 알선까지 한다는 차별화를 갖추고 있는 것이지요.”

김정태 소장은 이같이 재취업지원센터가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기존의 전직지원서비스 업체는 재취업 알선까지는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재취업지원센터 1/4분기 성적은 몇 점?

그렇다면 지난 1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해온 재취업지원센터의 실적은? 일단 합격점은 넘은 것 같다.

4월말 현재 재취업지원센터에 전직지원서비스를 신청한 회원은 총 1,112명이며 프로그램 참가자는 총 849명이다. 이 가운데 취업 202명, 창업 3명 등 총 205명으로 재취업율은 24.1%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는 재취업지원센터는 4.100명을 목표로 22억원의 예산을 갖추고 있다. 이 수준대로라면 목표치까지 아주 거리가 먼 것은 아니란 판단이다.

일단 재취업지원센터에 신청을 하면 재취업이나 창업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받게 된다. 총 3개월(사후관리 포함 6개월)간 재취업 프로그램은 본인의 역량분석을 비롯해 이력서, 자기소개서 작성, 모의면접, 커리어분석, 기업분석 등 총 19강의 전직지원서비스를 제공받는다. 또 창업 프로그램은 창업 적성검사를 비롯해 아이템 선정, 아이디어 개발법, 프랜차이즈 창업, 시장조사 결과 토론, 상권분석법 등 모두 18강의 전직지원서비스가 제공된다.

재취업지원센터 이용자는 연령별로 30대가 35.8%로 가장 많았으며 20대가 33.9%로 69.7%가 20~30대다. 40대는 21.1%로 뒤를 이었다. 학력별로는 대졸자가 56.0%로 가장 많았고, 고졸과 초대졸이 각각 20.2%를 차지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73.4%로 여성 보다 훨씬 많았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이 94.5%로 단연 앞섰다.

김정태 소장은 “지금은 수도권 위주로 재취업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앞으로 전국적으로 재취업 지원을 확대하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제2, 제3의 노사공동 운영사업이 잇따르기를”

김정태 소장은 현재 회원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회원들은 이곳에서 전직지원프로그램을 경험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담당 컨설턴트들의 전문적 조언과 상담을 통해 재취업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많이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전직지원프로그램에 대해서 노조나 노동자가 부정적 인식을 많이 갖고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소개했다.

“아무래도 노조는 전직지원을 구조조정의 후속작업쯤으로 여기는 것 같아요. 하지만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의 경우는 거의 해당되지 않습니다. 이직과 전직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좀더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준비를 통해 재취업에 이르는 과정이란 점에서 전직지원시스템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으면 합니다.”

이와 함께 김정태 소장은 목표대로 올해 사업을 잘 해서 이 사업이 더욱 발전되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사업이 노사공동 운영사업인 만큼 올해 반드시 유의미한 성과를 낸다면 제2, 제3의 또다른 노사공동 사업을 벌이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주장이다.

“재취업지원센터는 경총 출신인 제가 소장을 맡고 있고 노사 각 2명씩 기획위원을 두어 수시로 만나 운영점검을 합니다. 처음에는 과연 이 사업이 잘 될까 우려하기도 했지만 중소영세 노동자가 많이 찾는 등 애초의 취지에 맞게 진행되고 있어 일단 무난한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성과를 바탕으로 노사가 직업훈련, 능력개발, 산재예방 등 함께 사업을 해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또한 예산 지원 등이 늘어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노동자가 재취업지원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