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8일. 가슴 한쪽에 붉은 카네이션이 활짝 피어 있다. 이날도 어김없이 종묘공원을 찾은 노인들 가슴에 붉은 꽃송이가 피었다.

‘건강취약계층부터 단계적으로 무상의료를 실시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보건의료노조와 사회보험노조는 이날 종묘공원에서 무료 건강검진 행사를 벌였다.<사진> 체지방 측정, 혈압·혈당 체크, 골밀도 측정, 의사 상담 등으로 이뤄진 이날 건강검진 행사에서 주최측은 200여장의 번호표를 배포했지만 10여분만에 동이 났다. 미처 번호표를 받지 못한 노인들의 서운한 마음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 내내 주최측을 미안하게 했다.

“아직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죠. ‘우리나라 복지수준이 이정도 밖에 안 되는 구나’라는 생각에 슬프기도 하고. 그만큼 우리가 할 일이 많다는 것 아니겠어요?” 행사를 주관하던 사회보험노조의 한 간부가 우리의 의료현실이 서글프다며 입을 열었다.


우리 부모님부터 무상의료를!

보건의료노조와 사회보험노조는 이날 행사에 앞서 70세 이상 노인에 대하여 건강보험 입원 본인부담금 면제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젊어서는 쇠도 소화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한 사람도, 나이가 들어 노년에 이르면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쇠약해지기 마련입니다. 아프면 당연히 병원을 찾아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돈이 없는 사람들은 병원 문턱에 가볼 수조차 없지요. 이는 정부가 사회보장과 복지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고 있고, 건강보험 보장성은 병원비 할인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병원은 돈벌이에 눈이 멀어 가난한 사람들을 외면하고 있는 탓입니다. 몸이 아픈 것만 해도 서러운데, 돈이 없으면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우리의 부모님들께서 서러움을 겪지 않게 하려면 ‘우리 부모님부터!’ 먼저 무상의료를 실시해야 합니다”

이들 노조는 “그런 만큼 70세 이상 노인들에 대하여 건강보험 입원 본인부담금을 면제해 노인들의 병원비 부담을 사회적으로 해결해 주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1,800만 가입자가 한달에 1,900원의 보험료를 더 내면 7,700억원의 소요재정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65세 이상 노인들의 틀니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필수적이라는 게 이들의 요구이다. 이에 필요한 재정은 약 8,500억원으로 1,800만 가입자가 한달에 2,100원의 보험료를 더 내면 가능해진다.

“정작 필요한 검사나 약은 보험적용이 안된다니…”


이날 종묘공원에서 무료 건강검진을 받은 노인들 역시 양 노조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인다. 지난해 대장암 수술을 받은 박씨 할아버지(74세) 역시 “정작 필요한 약이나 검사는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병원비가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작년에 대장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 중인데 의사가 나이가 많아서 주사는 안 되고 약물치료를 하자고 하더라고. 그런데 하루 6개 알약값이 2만7,000원이야. 한달에 2주 복용하는데 진료비가 37만7,410원이 들어가. 젊었을 때 모은 돈도 이제 바닥이 드러나고 자식들도 영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야. 어디 한군데 아프면 병원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니 살 수가 없어.”

“노인 무상의료 실시는 양극화 해소 지름길”

보건의료노조와 사회보험노조는 “타 연령대에 비해 노인들은 상대적으로 병원비 부담이 더 많기 때문에 노인 무상의료 실시는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한다.

보건의료노조 조은숙 사무처장은 “어린이 무상의료 캠페인이나 어버이날 행사 모두 현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러한 여론이 확산되면 지난해 암부터 무상의료 투쟁의 성과에 이어 단계적인 무상의료 실시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