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련은 올해 세 마리의 토끼를 쫓기로 대의원대회를 통해 결의했다. ‘노사관계 로드맵 저지 총파업’과 ‘산별노조 건설’, ‘5·31 동시지방선거 민주노동당 지지’가 바로 그것들이다. 과제 하나하나 자체가 어렵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하나라도 놓칠 수 없다는 절박감이 묻어 있다.

그래서 금속노련은 이 계획을 ‘금속노동자의 운명을 건 투쟁’이라고 이름 붙였다. 속된 말로 ‘죽을 힘을 다해 세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물론, 한편에서는 이 각각의 과제들이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그런 가운데 금속노련은 지난 3일 새로운 수장을 선출했다. 정기 위원장선거에서 장석춘 LG전자노조 위원장(49)이 새 금속노련 위원장에 당선됐다. 장석춘 신임 위원장은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 노동계의 대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시점에 그야말로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됐다.

장석춘 신임위원장은 8일 오전 <매일노동뉴스>와 인터뷰에서 전임 집행부가 준비해 온 금속노련의 3대 과제들에 대해 크게 공감을 표시했다. 장 위원장은 ‘노사관계 로드맵 저지 총파업’과 ‘산별노조 건설’, ‘5·31 동시지방선거 민주노동당 지지’를 "무거운 마음으로, 그러나 실천하는 자세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 위원장은 “대화와 타협,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는 노동운동”을 강조하면서도 “로드맵을 추진하는 대정부 관계에 있어서만큼은 단호한 투쟁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그는 “복수노조 시대,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산별노조 건설밖에 없다”며 “금속노련의 산별전환이 한국노총의 모범적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욕심을 밝혔다.

민주노동당 지지에 대해서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이번주 안으로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를 공식적으로 만나 지지, 지원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현실은 어렵더라도 앞으로 노동자를 대변하는 당인 민주노동당을 적극 지지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첫 공식일정은 금속산업연맹 방문

장 위원장은 당선 이후 사실상 이날 첫 일정을 시작했다. 오전부터 전체회의를 주재한 장 위원장은 매일노동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후, 곧바로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전재환 전 민주노총 비대위원장(금속연맹 위원장)을 면회하는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또한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을 방문해 임두혁 직무대행을 만나, 앞으로의 협력도 다짐했다. 장 위원장은 “양대노총 금속조직은 전통적으로 연대와 협력관계를 맺어 왔고 동일한 현안도 많은 만큼 양 조직 간의 적극적이 연대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먼저 당선을 축하드린다.
“감사하다. 금속노련은 한국노총에서는 가장 큰 산별이다. 그러나 한국노총 내에서 금속인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특히 금속노련이 대정부 차원에서 요구하고 투쟁하는 사안들이 중앙 차원의 투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금속현장에서의 이같은 일들이 한국노총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금속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라고 강하고 소신 있는 사람을 위원장으로 선출해 준 것 같다.
물론 금속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는 시일이 걸릴 것이다. 특히 금속뿐만 아니라 제조업 일반이 한국노총의 핵심에서 점차 소외되고 있다는 이야기들도 많다. 이같은 문제들을 하나하나 시간을 갖고 풀어나갈 것이다. 위원장 뜻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닌, 먼저 현장을 다니면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종합해서 전달해 나갈 것이다. 그렇게 하면 한국노총 중앙에서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울러 사회가 점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금속노련에도 중소기업이 많은 만큼, 중소기업과 대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좁혀나가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연맹 위원장으로서는 첫 임기다. 각오가 어떤가.
“LG전자노조 위원장은 6년 이상 했다. LG전자는 87년과 89년에 분규가 있은 후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 인식 변화가 있었다. 사용자는 노동조합을 파트너로 인정하기 시작했고, 노동자들도 이렇게 싸우기만 해서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상호 인정 하에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다. 그 기조를 이어갈 것이다.
금속노련은 무조건 투쟁만 하는 조직이 되진 않겠다. 모든 사용자와 대화를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노조를 인정하지 않을 때는 전 조직적인 힘을 모아 투쟁을 진행해 나갈 것이다. 단, 정부에 대해서는 총력투쟁으로 맞설 것이다. 현재 노사관계 로드맵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아서 금속노련이 밝혀 온 대로 총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노조의 목숨을 죄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은 기업의 일차적 고객, 경영진 인식 달라져야

- LG전자의 노사관계는, 노경관계라 불리는 등 특징들이 있다.
약력
1957년 경북예천 출생
1981년 LG전자(당시 금성사) 입사
1992년 LG전자(당시 금성사) 구미 2지부장
1993년 LG전자(당시 금성자) 노조 부위원장
1998년 LG전자노조 구미 2지부장 3선
1999년 LG전자노조 위원장 및 금속노련 부위원장
2002년 LG전자노조 위원장 재선
2006년 LG전자노조 위원장 삼선
“노사관계는 기본적으로 인식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우선 경영자들의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노동조합은 파트너이자 일차적 고객이다. 노동조합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경영은 성공할 수 없다. 노사관계를 원활히 풀고 있는가가 경영 성공의 척도다. 그런 마음가짐 없이는 절대로 노사관계가 원활할 수 없다. 노동조합은 소신있게 사업을 펼쳐야 한다. 조합원의 신뢰를 바탕으로 때로는 질타가 받더라도 소신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 노사관계는 상호인정 속에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런 것을 몸소 실천해 왔던 것이 LG전자의 노경관계다.”

- 현 시기 한국사회의 노사관계는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가.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노사관계는 괜찮다고 본다. 파업과 쟁의를 하는 사업장은 한국사회에서 그다지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한국이 파업이 많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같은 단편적인 시각에 대해서 내 입장에서는 안타깝다. 이제는 임금보다 고용이 먼저 화두로 제기되는 시대다. 때문에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노사 간의 대화가 많아서 전반적으로 노사관계가 좋아지고 있다. 투쟁이라는 것은 항상 노사 간에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때문에 파업을 할 수도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한다고 비난받는 것에 대해서 노동자 입장에서는 또한 억울하고 안타깝다.”

- 중요한 시기에 위원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시기적으로 중요할 때이고 현안들이 많다. 6월부터 본격적으로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 지급 문제가 논의될 것이다. 이를 저지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다. 내부적으로 산별체제로 전환이 꼭 필요하다. 다른 산별보다 내실있고 발 빠르게 전환을 하고 싶은 나름대로의 욕심이 있다. 의지도 있다. 내가 대기업 출신인 만큼 더 유리하게 이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점차 가속화되고 잇는 사회양극화 문제도 중요하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해소는 금속노련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문제다. 아울러 그것은 국민 일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때문에 더욱 해결에 주력해야 한다. 노동조합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운동이 돼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요구도 관철할 수가 있다. 내부 개혁도 중요한다. 도덕성과 민주성 등에 대해서도 노동조직이 모범이 돼야 한다.”

- 산별노조 체제로의 전환을 말했다.
“사회양극화, 중소기업 노동자와 대기업 노동자,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을 줄여나가려면 산별노조 건설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금속노련 산하 사업장만 해도 80% 이상이 중소기업노조다. 때문에 이들 위주의 정책을 만들고 실현해 나갈 수밖에 없다. 이들의 의견이 정책이 반영되지 않으면 금속노련의 존재 자체가 위험하다. 산별로 갔을 때만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를 극복하고 이들의 의견을 모두 수렴한 정책을 만들고 강하게 실천해 나갈 수 있다. 또한 산별 건설이 비정규직 노동자도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한국노총 내 산별전환 모델 만들고 싶다”


- 산별노조 전환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전자, 자동차, 기간산업 등 업종별 분과위원회가 진행되고 있다. 산별노조 건설은 당초 계획했던 수순을 밟아나가고 있다. 그러나 선거과정에서 느낀 점은 산별추진이 생각보다 녹록치는 않겠다는 것이다. 아직도 일부 노조에서는 자신의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려고 한다. 생각해 보면 그 사람들에게도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다. 그러나 산별노조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함께 망할 수 있다.
당장은 기업별 노조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한 듯 보이지만 복수노조 등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능동적으로 변화하지 못하면 공멸이다. 산별노조로 가야만 중소와 대기업, 정규와 비정규 등 모든 것이 총망라되는 조직을 만들 수 있고 정책도 마련할 수 있다. 아울러 이를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힘도 생긴다. 이같은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하면서 산별노조 건설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대기업의 기득권을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다. 제가 대기업 출신인 만큼 대기업 노조들을 설득시키고 이해시키는 데 앞장 설 것이다. 이같은 노력을 통해 한국노총에서 산별노조 전환의 모범적인 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

- 노사관계 로드맵 저지를 위한 ‘6월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현 정부는 노사관계 로드맵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 참여정부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정책들이다.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조항이 있다. 대기업은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겠지만, 중소기업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사실상 말살시키려는 정책이라고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일단 6월 총파업은 유보될 것으로 보인다. 유보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정부가 6월 입법은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논의과정을 지켜본 이후에 투쟁을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시간이 생긴 만큼 여름기간 중에 대중적인 교육과 조직화 사업을 전개할 것이다. 그리고 하반기에 정부가 입법을 추진한다면 당초 계획했던 대로 총파업을 통한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다. 현 시점에서는 그 길밖에 없다고 본다.”

- 최근 금속노련은 대의원대회에서 ‘5·31 동시지방선거 민주노동당 지지’를 선언했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조합을 대변하는 당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현실에서는 민주노동당 지지자뿐만 아니라 다른 당을 지지하거나 실제 출마하는 사람들이 한국노총 내에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현실을 단번에 극복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노동자를 대변하는 당에 힘을 실어주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번 주 내로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와 공식적으로 만나서 민주노동당을 지지, 지원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할 것이다. 아울러 금속노련의 정치방침 결정에 대해 한국노총 내에 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대의원들의 결의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조직에서도 이를 존중해줘야 한다.”

끝으로 장 위원장은 “이제 노동운동은 사회운동과 함께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민들의 지지는 이제 노동운동의 필수”가 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사회연대활동과 사회봉사활동에 노조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해 노련 차원에서 지역본부와 산하 단위노조가 적극적으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여건들을 나름대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장 위원장은 “노동운동이 국민들로부터 소외받는다면 더이상의 발전은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사회연대 및 봉사활동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는 노동운동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약속하면 실천하는 책임감과 강한 추진력이 내 장점"
장석춘 금속노련 신임위원장은 “인간다운 대접을 받기 위해서였다”고 자신의 노동운동을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87년 이전에는 노동자는 인간 취급도 못 받고 사는 시대였다”는 것이다. 그 당시 파업은 필연적이었고, 장 위원장 또한 파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노동운동에 뛰어들게 됐다.


87년에는 노동자 대투쟁이 있었고, LG전자에서는 89년에 또 한번의 노사간 대격돌을 맞게 됐다. 장 위원장은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노동조합이 발전을 했고 시대가 변화면서 시각도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노동운동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동자가 인간다운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노동조합은 사용자들의 인식의 변화를 촉진시켜 이같은 과정을 만들어 나간다. 그 과정에는 대화와 타협, 투쟁이 모두 포함돼 있다.


장 위원장은 “평화로운 노사관계를 만들어 가는 게 꿈”이라며 ‘대화와 타협’을 강조했다. 그러나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강력한 투쟁으로 응징해야 한다”고 목소리도 높였다. ‘합리에는 합리로, 무식에는 무식으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자신의 장점에 대해서는 “약속하면 반드시 실천하는 책임감과 강한 추진력”을 꼽았다. 그것이 이번 선거에서도 당선되는데 큰 이점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단위노조 위원장 경험은 많지만, 그 외에 다양한 조직문화를 경험하지 못한 것은 스스로 단점으로 지적했다. 금속노련에만 450개가 넘는 단위조직이 있다. 그들 모두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지도해 나가는 게 장 위원장에게 주어진 몫이다.


장 위원장은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중소기업노조 등 현장방문을 통해 조합원들의 민심을 읽어나갈 것”이라며 “아울러 지역본부 활성화를 통해 금속노련의 조직적으로 응축된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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