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 조합원
“내년엔 꼭 정규직으로 참가


노동절 행사가 열리는 시청 앞 광장 한복판, 한무리의 여성 노동자들이 눈에 띄었다. 이제는 멀리서봐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눈에 익은 그들, KTX 여승무원들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조현아 조합원을 만났다.

파업참가 62일째, 긴 싸움에 지쳤을 법도 한데 조 조합원의 표정은 '장기투쟁사업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밝았다.

노조 가입 2년차지만 실제 노동절 행사에 참여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조 조합원. "노동절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같이 모여 집회에도 참여하고, 행사도 하는 줄은 몰랐어요. 노동절에 많은 노동자들이 다같이 한자리에 모여있고, 그곳에 참여했다는 게 뜻깊어요."

조 조합원은 노동절에 참여한 수많은 노조와 노동자들을 보면서 투쟁하는 조합원들이 자신들뿐만이 아님을 알게 됐고, 한편으로 그것이 많은 힘이 됐다고 한다. "어제 TV를 통해 현대하이스코 사업장에서 격렬히 투쟁하는 걸 봤어요. 심하게 싸우는 걸 보니, 남 일 같지가 않더라고요. 대화로 잘 해결이 됐으면 좋겠는데, 사용자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워요. 저희도 그렇고, 하이스코도 그렇고, 또다른 파업하고 있는 사업장들이 모두 대화로 문제가 잘 해결돼 파업을 끝냈으면 좋겠어요."

투쟁하고 있는 사업장의 조합원으로서 노동절 행사에 참가하는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긴 싸움에 힘들고 지친 조합원들도 있다. 그런 동료 조합원들에게 꼭 한마디 하고 싶단다. "동지들, 모두 체력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많이 약해져 있는 상태지만 우리 조금만 힘을 내요. 우리가 승리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아요. 그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끝까지, 열심히 투쟁해서 철도공사에서 같이 일해요."

내년 노동절 참가 계획을 묻자 조 조합원은 "내년에는 철도공사 정규직이 돼서 기쁜 마음으로 참가할 거예요"라면서, "만약 근무가 있다면 TV나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꼭 참여하고 싶어요"라고 밝혔다.

임지혜 기자



<장기투쟁사업장> 금속노조 KM&I분회 장혁철 조합원
“보름째 단식중…내년 노동절엔 밥 먹을 수 있었으면


처음으로 노동절 행사에 참가한 금속노조 KM&I지회 장혁철 조합원은 청계천 일대에서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억울한 사연이 담긴 선전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그는 오늘로 13일째 단식 중이다. 법원에서는 ‘불법파견’ 판정을 내리고 ‘원청회사의 직접 사용자성을 인정’ 하는 판결까지 잇따라 내렸지만 회사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때문에 그는 내년 노동절에는 공장으로 돌아가서 배부르게 먹으며 ‘노동자의 잔칫날’을 즐겨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노조를 설립하고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아 11월7일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회사는 다음날 즉시 직장폐쇄에 돌입하고 지난 1월 폐업을 선언하더군요. 전직 북파공작원들까지 용역깡패로 들어와 공장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입원했는지 몰라요. 지금도 치가 떨리죠”

법원은 KM&I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공장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며 그는 손사래를 쳤다.

“군산지방노동청이 지난 2월말 KM&I 군산공장과 세기, 신안, 세아 이소싱 등 4개 협력업체에 대해 불법파견을 확인하고 형사입건 했습니다. 또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이 금속노조 등을 상대로 주식회사 KM&I가 낸 ‘출입금지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KM&I는 4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금속노조가 요청한 단체교섭의 상대방이 된다'고 판결했죠. 하지만 여전히 교섭다운 교섭 한번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13일 전부터 인천 본사 앞에서 50여명이 무기한 집단단식에 돌입했다. 법마저 무시하는 사용자와 ‘대화’하기 위해서는 목숨 걸고 싸우는 길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혁철 조합원은 2주간 단식으로 기력이 많이 쇠진한 상태라고 한다.

"지금도 어질어질 해요. 내년 노동절엔 밥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미영 기자



허행원 공무원노조 구로지부장
“오늘은 20명…내년엔 전 조합원이 온다


2002년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만들어진 이후, 공무원노동자들이 참석하는 노동자 집회에선 가끔씩 진풍경이 벌어지곤 했다.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집회를 여는 동안,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사방을 둘러막고 ‘보호’를 한다거나, 경찰이 깔린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자신의 조끼를 벗어, 공무원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도와준다거나.

불법단체였던 공무원노조의 집회 자체를 허락하지 않고, 참석하는 조합원도 범법자로 보던 시절이었다. 2006년 5월 현재도 여전히 공무원노조는 행정자치부가 ‘공식지정’ 한 ‘불법단체’다.

2006년 5월1일, 공무원노조는 광화문 네거리 부근 청계천로에 무대를 세우고, 1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노동자대회 사전 집회인 ‘공무원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대회에 참석한 허원행 공무원노조 구로지부장은 2004년 11월 공무원노조 파업 이후 ‘해고자’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그는 얼마전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에 의해 민주노총 조합원이 됐다.

“오늘 여기 오기 전에 현장에서 선전전을 했습니다. 내년에는 꼭 노동절에는 모든 조합원이 함께 오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오늘은 20명밖에 못 왔지만…, 내년에는 공무원노동자도 꼭 노동절이 일하지 않는 날이면 좋겠습니다. 저도 복직된 신분으로 대회에 참석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현행 공무원 복무규정상, 노동절은 공무원이 쉬는 날이 아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무원노조특별법도 공무원은 노동자라는 전제에서 만들어졌지만, 노동절에도 공무원은 출근을 한다. 이어진 그의 말이다. “민주노총 조합원이 됐다고 해서, 2002년 이후 매년 참석하던 노동절 대회가 더 특별하진 않습니다. 단지 70~80년대에나 있을 노조탄압이 정부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공무원노동자들의 현실이 가슴 아프죠.”

결의대회 말미에 권승복 위원장은 삭발을 했다. “내일모레부터는 청와대 앞 농성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사전대회가 끝나고, 민주노총이 주최하는 대회장으로 가는 길. ‘불법단체’의 앞길을 교통경찰이 터 주었다.

정용상 기자



이주노동자 토너림부(네팔·37) 씨
“네팔 돌아가면 기타강사 되고파”


1992년도에 한국 땅에 발을 디뎠다니, 토너림부(네팔·37) 씨<사진>의 유창한 ‘고급 한국어’ 실력이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92년 관광비자로 입국해 이일 저일을 떠돌다가 한국정부가 공지한 ‘불법체류자 자진신고’ 기간에 스스로를 ‘자진’ 신고해 체류기간을 연장받기도 했지만, 한국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불법체류자(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살았고 현재도 그렇다.

이런 그가 지난 2003년부터 ‘불법체류자 합법화’를 요구하며 1년 넘게 진행된 이주노동자들의 명동성당 농성을 계기로 “이주노동자에게도 노동기본권이 있다”는 데 눈을 뜨기 시작했고, 현재는 지난해 출범한 이주노조의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노동절 행사에도 민주노총 조합원의 자격으로 참석한 토너림부씨. 그는 “오늘 집회를 마치면 저녁에는 아르바이트 하러 가야 한다”며 “시급 4천원짜리 아르바이트이지만, 불법체류자라서 일자리 구하기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나마 지금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도 인력회사를 통해 소개받은 것으로, 인력회사에 수수료를 따로 지불해야 한다.

실제로 2004년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이후 한국 정부의 불법체류자 단속이 ‘야만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그는, 지난달 17일 법무부 단속반을 피해 달아나기 위해 3층 건물에서 뛰어내리다가 숨진 인도네시아 출신 누르푸아드 씨의 사연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한다.

“한국정부는 너무나 야만적입니다. 공장 단속 하지 말라는 인권위 권고도 무시하고, 노동 현장도 아닌 기숙사에서 자고 있는 사람을 강제로 단속한다는 것은 반 인권적이며 반민주적인 처사입니다.”

“지금까지는 모아 놓은 돈이 없다”는 그는 “돈이 좀 모이면, 1년 정도 베이스기타를 배워 고향에 돌아가 강사를 하고 싶다”며 자신의 꿈을 털어 놓았다. 토너림부씨는 “예전에 잠깐 베이스기타를 쳤는데, 너무 좋더라”며 “내가 꿈을 이루기 위해 고향으로 향할 때쯤이면, 한국에서 힘들어하는 이주노동자 수도 많이 줄어들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구은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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