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 논란을 빚던 비정규직법 시행효과 분석보고서가 18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환노위에서는 노동부가 보고서 내용과 절차상의 부실을 인정하고 보고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임에 따라 은폐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사그라지는 분위기였다.

열린우리당 우원식·제종길 의원은 이날 용역연구 절차와 보고서 내용이 부실하다고 강하게 지적하며 노동부 관계자들의 문책을 요구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노동부가 보고서 내용 부실을 시인하고 나오자 비정규직법안이 시행효과도 분석하지 않은 채 비과학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질타가 쏟아지자 이상수 노동부장관은 “시간적으로 촉박성을 감안하더라도 조사가 부실했고, 이는 관리소홀 책임이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좋은 경험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 엉터리 보고서? =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보고서 내용이 부실하다고 집중 비판했다.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의도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우원식 의원은 “확인해 본 결과 의도적이든 아니든 노동부가 은폐한 것은 아니다고 본다”며 “은폐 오해가 발생한 것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잘못된 관행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 의원은 연구 용역 자체가 잘못돼서 부실한 결과가 나왔다고 성토하며 연구 결재권자 등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다. ‘은폐 의혹’은 오해이지만, 연구 과정은 엉터리였다는 지적이다.

보고서 내용에 대해서 우 의원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시정 효과에 대해서 분석한다면서 자녀교육비나 복지 등에 대한 격차나 차별은 배제한 채 ‘순임금’만 비교했다”며 ‘부실 보고서’라고 주장했다.

제종길 의원도 “연구를 위한 표본추출에서도 애매한 표현이 많고 어떤 방법으로 사업체들을 조사했는지도 제대로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제 의원은 “300페이지에 이르는 보고서 가운데 핵심은 20페이지 정도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내용이 없다”며 “나머지는 ‘로우데이타’만 잔뜩 실어놓고, 싣지 않아도 되는 내용도 보고서의 반 이상을 할애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조사는 아마 1명의 연구원이 사업체들에게 설문지를 보내 팩스로 받아서 했을 것”이라며 “529개 사업장의 업체별, 근로자 수별, 지역별 구분도 없는데도, 보고서는 2페이지를 할애해 연구의 정당성을 설명했다”며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절차도 엉망? = 연구절차와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도 지적이 쏟아졌다. 우원식 의원은 △11월 중간보고 때 보고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점 △연구시한을 넘겼으므로 지체상금을 제외하고 용역비를 지급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관행 △2월말 최종 보고서에 대한 검토회의를 열지 않은 점 △노동부 감사관까지 참여해 검수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점 등을 지적했다.

우 의원은 “12월말에 나온 보고서의 수정보완이 필요해서, 보완을 지시한 것은 당연한 일처리”라면서도 “하지만 11월 중간보고 때 꼼꼼히 챙겨서 보완을 지시했다면 12월말의 보완지시를 대체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또 “최종보고서를 2월에 받았으면서도 12월에 받은 것처럼 검수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며 “더 큰 문제는 (이를 감시해야 할) 노동부 감사관까지 허위문서에 서명했다”고 꼬집으며, 관계자 문책을 요구했다.

제종길 의원은 이어 “부실연구의 책임은 연구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노동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연구임에도, 2천만원에 불과한 연구비 책정과 촉박한 연구 시한 등을 정한 노동부에 있다”고 주장하며, 노동부에게 연구에 실제 참여한 연구원 인적사항과 경력사항, 용역연구 의뢰서 등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 근거도 없이 입법 추진? = 한편 단병호 의원은 “연구 과정이나 보고서 내용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많다”면서 “그런데 노동부는 연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장관은 “전반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몇가지 부분은 단기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답하자, 단 의원은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면 객관적인 시정효과와 관련해 연구자료를 제출할 수 있냐”고 물었다. 이에 이 장관이 “다른 곳에 시행효과 연구 용역을 주지 않아 계량적인 분석을 한 것이 없으므로 현재는 제출할 수 없다”고 하자, 단 의원은 “수치화된 자료도 없이 비과학적으로 비정규직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동부는 이날 현안보고에서 논란을 빚은 용역보고서 연구 경위 등을 설명했다. 노동부는 이날 회의 첫머리에서 보고서 내용을 요약 설명한 후 “조사방법과 비교대상 등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이 보고서 내용도 그간의 연구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부는 “비정규직법 후속 조치의 하나로 노사정과 공익이 차별개선위 등을 구성해서 공공부문과 업종볍 차별실태를 조사하고 미시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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