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비정규직 조직은 자발적인 투쟁에서 출발하거나, 활동가들이 개별적으로 사업장에 들어가 조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조직을 위한 활동가들을 공개적으로 모집하고 양성하는 것은 주목의 대상이다. 18일부터 시작되는 민주노총 조직활동가 학교에서 학교장을 맡은 이태영 부위원장은 “조직활동가 양성은 민주노총이 정규직 중심에서 탈피하고 산별 건설로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부위원장은 또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얘기를 많이 듣는 것이 필요하다”며 조직활동가들의 자세를 강조했다.


- 외국에서 내셔널센터 차원의 조직활동가 양성이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민주노총이 정규직 노조 중심이라고 말하는데,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들,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을 주체로 세워나가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비정규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조직과 투쟁은 자본의 극단적인 탄압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민주노총에서 직접 교육하고 배출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해서 전개되는 투쟁이나 조직화로 조합원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교육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고 있나. 비정규 조직활동가가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인가.
“현장 조직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것이다. 5대 전략 사업에 대해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가 초점이 될 것이다. 현장의 상황부터 시작해 노동운동의 역사와 활동가 자세와 역할, 품성 이런 게 중심이다. 조직가들의 자세와 품성과 관련해, 책에 나와 있는 대로 하면 대중성이 있어야 한다. 또 판단력과 실행력,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직접 조직을 해보니 그런 거보다 중요한 게 조직하려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 최소한 조직가는 대화하는 시간 중에 30%는 말하고 70%는 들어야 한다. 이게 첫번째다. 건설 현장 경험을 해보니 조직가들이 의식이 높아서 현장의 노동자들을 가르치려고 한다. 두번째는 많이 들으면서 열린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고민을 하는지, 어느당을 지지하는지, 노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런 것에 대해 파악하고, 연구해서 그 의식을 바꿔내야 한다."

- 이번에 면접을 본 느낌은.
“기존에 운동을 해 왔던 사람들 중심이라서, 의식이든가 각오, 자세가 굉장히 높다. 이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자기 주관적인 것이 쉽게 버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 경험을 그대로 갖고 가면 어려움이 있다. 민주노총도 처음으로 하는 것이다. 새롭게 해야 한다.”

- 선발의 기준은.
“이번에는 연맹과 지역본부에서 추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서, 현장에서 조직사업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뽑았다. 그런 자세와 각오가 돼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뽑았다.”

- 이들은 교육이 끝나면 현장에 어떻게 배치되는가.
“사업장과 현장에 무조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연맹과 지역본부에 배치한 뒤, 직접 현장을 방문해서 일대일로 사람을 만나서 노조에 가입시키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 교육이 끝난 후의 기대효과는 뭔가.
“교육대상자들이 새로운 조직사업 방식에, 새로운 눈을 뜨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조직사업 했던 것이 기업별노조 중심이었는데 지금 하는 교육과 이후 조직사업은 산별 중심이다. 산별적 의식이나 새로운 사업방식에 대해 눈을 뜨게 될 것이다.
조직화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비정규직 숫자가 늘어날 것이다. 특히 조직화 사업방식이 이후 산별노조 건설을 염두에 둔 사업방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있다. 지역본부 소속 일반노조에 현장의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하는 경우가 있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비정규직이 있고 노조가 있는 사업장, 정규직 중심의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 있다. 이처럼 비정규직들이 지역본부 소속의 일반노조에 가입할지, 기존 사업장 노조에 가입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 조직활동가 양성을 위해 50억기금을 추진하고 있지만 13억도 모이지 않았다.
“한차례 교육을 할 적마다 13억이 든다. 총 3번을 교육해야 하는데 현재 모인 돈은 교육 한번만 할 수 있는 돈이다. 올해 모금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해서 하반기에 다시 2기를 실시하려고 한다. 비정규직조직센터와 미조직 비정규특위에서 사업장을 방문해 모금을 독려하는 계획을 4월부터 진행하려고 한다. 기금 마련을 위해 각 연맹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서 함께 풀어나가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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