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2공장에 한시하청으로 근무하던 38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실상 해고됐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위원장 박현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현대차 울산공장 2공장사업부 의장부 대의원과 사측의 M/H 협상과정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4일 성명을 통해 밝혔다.

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께 2공장사업부 22라인 SM(구형 산타페)과 CM(신형 산타페)의 혼류생산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50명이 한시적으로 투입됐으며, 혼류생산이 끝나고 CM단일 생산 과정에서 38명에 대한 최종 정리해고가 확정됐다는 것.

성명에서 비정규직노조는 “‘한시하청’, ‘아르바이트’라는 비인간적 고용형태가 또다시 38명이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했다”며 “실제로 SM 생산 시보다 늘어난 CM 공정에 현재 투입돼 있는 12명의 비정규직노동자들도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대차노조 단체협약에서 ‘신설공정과 관련 신규채용은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12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입된 공정에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로 혼류생산으로 투입된 한시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50명 전원의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라는 것.


이와 관련 이상수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2공장사업부 대표는 “이번 협상과 관련해 2공장 의장부(정규직)와 몇차례 만나 논의를 진행했지만 지난해 한시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50명을 투입하기로 전 집행부가 이미 합의했고 그에 따라 이번 해고가 합의된 것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현재 해고된 38명의 한시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비정규직노조와 2공장 의장부는 오는 12일께 EN(신형 산타페 후속모델) 관련 지도위원 대치자로 재투입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즉 한시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다시 한시하청으로 재고용하는 것.

이상수 대표는 “근본적으로 부족인원과 관련해 총고용보장 차원에서 논의해야겠지만 이들 한시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복직투쟁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노조가 적극적으로 이들을 조직하기는 어려웠다"며 "최선의 방법을 고민한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문제는 현재 승용2공장의 M/H 협상은 한시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로 규모가 적어 그 파장이 적지만, 3공장과 4공장에서도 대규모 인원감축이 예고되고 있어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은 상태라는 것.

“아직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회사쪽은 3공장에서 HD카 편성요율 등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인원감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4공장 역시도 대규모 인원감축을 이야기하고 있어 노조 차원에서 총고용과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박민호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법규부장의 말이다.

현대차노조 비정규직실 담당자 역시 “아직 협상도 진행되지 않은, 말 뿐인 이야기”라고 전제한 후 “그러나 모든 협상과정에서 전제돼야 할 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총고용보장을 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 역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용 관련 협상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고용을 지키기 위한 투쟁도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비정규직 노조로의 조직화가 수반되지 않으면 어떤 협상도 무의미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현대차노조는 오는 8~9일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와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 담당자들이 참여하는 수련회를 통해 올해 비정규 사업계획 전반에 관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자칫 대규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와 관련해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 간 상호소통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

비정규직노조 역시 이날 성명에서 "협상의 마무리와 동시에 정리대상이 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리 나면 바로 불러 줄 테니 조용히 집에 가서 기다려라'는 공허한 약속에 기대를 품고 있지만 혹여 돌아올 수 있을지 몰라도 불안정한 일자리는 여전하다"며 "비록 협상은 끝났지만 비정규직노조는 총고용보장 쟁취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