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는 울산 최고의 시민이다”
위기극복 위해 고심끝 출마 결심…울산대표 진보정치인으로 승부
김창현 후보는 낙관적이었다. “울산에 내려와 보니 위기가 과장되어 있었다”고 분석하고 이번 시장선거를 “한번 해볼 만한 승부”라고 말했다. 그 전제조건은 이번 민주노총 울산본부 조합원 총회에 의한 당내 경선을 아름답고 재미있게 치르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마지막 밤 사무총장을 사퇴하고 다시 당직에 도전할 생각이었지만 포기하고 고심끝에 울산시장 후보 출마를 결심했다. 그로서는 2002년에 이어 두번째 시장후보 도전이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진다면 또 기꺼이 ‘선대본부장’을 맡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먼저 그는 승리를 자신했다. 지난달 29일 오전 선거캠프에서 김 후보를 만났다.
- 어떻게 출마를 결심하게 되었나.
“울산이 진보정치 1번지로 불렸고 그렇게 자부했는데 언제부턴가 당에서 우환덩어리가 됐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이것을 돌파하지 못하면 앞으로 다시 일어서기 어렵지 않겠냐는 위기감이 당 안팎에 존재한다. 돌파하려면 정파적 대립이 아닌 흔쾌한 단결의 구심이 만들어져야 한다. 누구든 그런 사람이 나오기를 기대했지만 두 번의 후보공모 동안 나오지 않았고, 주요 간부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출마를 결심했다. 정말로 축제 분위기에서 경선을 만들고자 한다.”
- 출마 결심 전, 사무총장 사퇴 후 어떤 진로를 고민했나.
“솔직하게 말해서 초기에는 명분만 있다면 다시 당직에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소수라고 해도 말도 안 된다는 분들이 있어 미련은 딱 접었다. 그러면 어떻게 당에 복무할 것인가. 고민하고 공부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집요하게 울산으로 끌고 내려왔다.”
- 당도 노동계도 다들 위기라고 한다. 그 위기의 중심에서 당 사무총장을 했다. 느낀 점은.
“사실 위기라고 하니까 대단한 위기같은데 위기의 본질을 알면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당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길은 대중정당답게, 합법정당의 영역 속에서 자기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자꾸 국회의원들을 보고 의회주의에 매몰되었다고 걱정하는데 나는 도리어 의회 안에서의 활동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들의 목소리를 당이 밖에서 국민들에게 제대로 선전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지 의회주의에 물들어 개량화 된다는 걱정은 말도 안 된다. 의원들이 국회 안에서 더 펄펄 날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의회를 통해 정책을 풀어가는 정책정당으로 당을 풍부하게 만드는데 우리의 시각을 100% 바꾸어야 한다. 의원 중심으로 사고해야 당이 산다.”
-그동안 노동운동과는 어떤 관계를 맺어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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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의 도시 울산과 관련,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가.
“캐치프레이즈를 ‘사회양극화 시대, 노동자와 시민의 꿈을 하나로’로 잡았다. 울산은 노동자들과 중소자영업자를 빼면 다른 사람은 거의 없다. 중소자영업자는 노동자에 기반해 살아가기 때문에 노동자의 삶이 어려워지면 울산 경제가 무너진다. 울산도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노동자들이 비정규직화 되면 구매력이 떨어지고 중소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지고 울산경제가 마비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삶을 단순하게 노동자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차원으로 접근하지 않고 울산시민의 삶과 어떻게 하나로 되어 있는가를 부각할 것이다. 또 울산시 예산은 그 자체로 정책이고 계급이다. 얼마나 복지 분야에, 상인을 살리는 데, 교육문제와 의료문제에 예산을 쓰는지 현황을 파악해서 민중의 이익과 치환해 들어가려고 한다. 그러면 얼마나 한나라당이 가진 자의 정당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 민주노총 조합원들 손으로 후보가 결정된다. 조합원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
“실제로 경선 과정에서 노옥희 후보와 차별성은 부각되기 어렵다고 본다. 조합원들에게 김창현은 노동자의 이해를 지키기 위해 단순하게 투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울산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노동자를 집단이기주의로 몰아대는 잘못된 태도를 바꾸고, 노동자야말로 울산 최고의 시민이라는 것, 노동자가 없으면 울산이 죽는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 경선 통과는 자신하나. 노옥희 후보는 강적이라는 평가인데.
“노옥희 후보는 노동운동의 대모라고 할 수 있고 존경하는 분이다. 그러나 훌륭한 노동운동가이자 교육운동가였다는 것이 조합원들 선택의 중심이 될 수는 없다. 선택의 중심은 인지도이며 본선 경쟁력이다. 그런 면에서 제가 월등하다고 생각한다. 상호 조직력이야 누가 더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교육감 선거가 아니라 시장 후보를 뽑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조합원들은 김창현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동구청장과 북구청장을 포함해 완패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다. 이번 경선이 전체 지방선거에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나.
“내가 울산으로 뛰어내려 온 동기 중의 하나가 동구와 북구 수성이라는 절박감이었다. 대부분 동구와 북구에 사는 5만명의 노동자와 가족들이 이번 경선을 지켜본다. 그래서 경선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바람을 일으키는 점화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선이 재미있어야 한다. 진흙탕 싸움이 되면 끝장이다. 후보들이 현장을 누비면서 서로 부추겨 세워 민주노동당은 경선해도 재미있게 한다는 것을 조합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 경선 유권자들에게.
“위기를 제대로 모르고 빠르게 극복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진짜 위기는 우리 마음 속에서 온다. 아직 오지도 않은 문제를 너무 과장해 고민하고 확대하는 측면을 경계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울산에서 난리났다는 인식은 한편으로는 객관적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심리적인 공포감이기도 하다. 객관적 사실은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해야 하지만 심리적인 것은 이번 선거를 통해 확실하게 날려버려야 한다. 노동운동의 메카답게 성숙되고 단결할 줄 알고 투쟁으로 돌파할 수 있도록, 진보정치 1번지답다는 말을 듣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기호2번 노옥희
“노동자의 도시, ‘노동자시장론’으로 정면 돌파”
노동자들의 추대로 출사표…87년 대투쟁 이후 지역의 버팀목
조직과 정파를 넘어 노동자들의 집단적인 추대를 받는다는 것은 그 사실만으로도 가슴벅찬 일이다. 노옥희 후보가 그렇다. 1979년 평범한 수학선생으로 울산에 첫발을 디딘 노 후보는 27년이 지난 2006년 울산 노동자들의 대안이 되어 민주노동당 울산시장 후보 경선에 나섰다. ‘추대’라는 말 속에 ‘울산 노동운동의 대모’로 자리잡은 노 후보의 27년 울산살이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때 10년 뒤에 울산시청을 접수하자고 약속했다. 이미 20년이 지나버렸지만 이번 경선에서 노동자의 도시인 울산시장은 딴 사람들이 아닌 노동자가 하는 것이라는 자신감을 심어주겠다.” 추대에 대한 노 후보의 화답이다. 지난달 29일 밤 선거캠프에서 노 후보를 만났다.
- 출마를 고사하다가 추대모임의 끈질긴 구애(?)에 졌다고 들었다. 출마를 결심한 배경은.
“2002년 지방선거에서도 추대 움직임이 있었고, 올해는 동구청장 후보로 얘기되기도 했다. 그때마다 출마의지가 없어 버텼다. 그러나 3월13일 거절하려고 나갔던 추대모임에서 마음이 흔들렸다. 생각했던 것과 다른 사람들이었다. 현대중공업 활동가들과 정우환경노조 등 활동하다 상처받고 어려운 형편인 동지들이 이번 선거에 손을 놓고 있으려고 했는데 내가 나오면 민주노동당에도 가입하고 뛰겠다고 했다. 이틀 후 추대모임이 대규모로 모였고 마냥 안하겠다고 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급하게 마음을 바꿨다.”
- 왜 이토록 많은 노동자들이 추대에 동의하고 자신을 따른다고 생각하나.
“민주노동당이나 정치에 대한 불신이 많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이 조직적으로 만든 당이지만 노동자들이 내가 만든 당이다, 이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진출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87년부터 울산에서 활동했고 그 과정에서 신뢰가 형성된 것 같다. 정파적으로도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직접 부딪히지는 않았다. 노동자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과 정파를 넘어 노동자가 하나가 되어야 하고 그 힘을 결집시키는데 누가 적합하겠는가. 노동자들이 나에게서 그 장점을 발견하고 추대한 것으로 안다.”
- 울산의 노동계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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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에는 울산시 교육위원으로 당선돼 얼마 전까지 활동했는데.
“교육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제도권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고 울산에서도 두 명이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만 해도 교육위원은 무보수명예직이었고 당선되면 학교도 그만둬야 했다. 99년 9월에 복직한 후 더 학교에 남고 싶었기 때문에 아쉽기는 했지만 조직적인 결정에 따랐다.”
- 울산시민들의 인지도나 본선경쟁력에서 김창현 후보에 비해 열세가 아닌가.
“김창현 후보가 정치활동을 오래 했고, 출마선언을 일찍 해서 유일한 후보처럼 인식된 측면이 있다. 나는 10년간의 교사생활에서 많은 제자들을 배출했고, 교육위원 활동을 하면서 학부모들은 물론 시민사회와 폭넓은 관계를 맺었다. 본선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민주노동당이 표를 받아야 하는 노동자들이 결집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들의 표가 결집되어 본선경쟁력이 된다는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자신이 노동자이면서도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볼 때 노 후보는 노동자만의 후보일 뿐이다. 이런 괴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선대본에서 이 부분과 관련 논의가 많다. ‘노동자시장’으로 가자고 하지만 너무 협소한 선거 전략이 아닌가 하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그래도 ‘노동자시장’으로 가야 한다. 50만 노동자들을 믿고 정면승부하는 것이 맞다. 노동자표를 결집해 이기면 더할 수 없이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고 지더라도 이래야 남는 것이 있다. 민주노동당이 어중간하게 색깔 없이 가서는 시민들이라고 민주노동당을 찍겠는가. 한나라당을 찍을 것이다. 분명하게 노동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 조합원 총회로 울산시장 후보를 만드는 것은 지방선거 전체를 바라보고 진행되는 것이다. 이번 총회의 중요성을 어떻게 생각하나.
“민주노동당 당원은 3,000명 정도다. 그것만으로는 당원이 아닌 조합원을 적극적으로 끌어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당이 민주노총 조합원 총회를 제안한 것으로 판단된다. 현실적으로도 총회는 당의 외연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구청장이나 광역의원, 기초의원 선거도 시장후보가 끌고 가야 한다. 따라서 총회를 통해서 노동자들이 동의하는 후보를 만들어야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민주노총 총회가 중요하다.”
- 경선 유권자들에게.
“이번 선거를 통해서 그동안 활동과정에서 힘들고 지쳐 있고 희망을 포기한 동지들이 다시 활동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고 출발했다. 따라서 과정에서부터 결과까지 이런 마음으로 임할 것이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조직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이번 선거를 통해 새롭게 한번 해보자는 기운이 살아났으면 한다. 그것이 내 역할이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당시 동구에서부터 몇만명이 행진해 시청까지 갔다. 거기서 10년 뒤에 시청을 접수하겠다고 약속했다. 20년이 지나 늦기는 했지만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일을 울산에서는 해야 한다. 지금 상태로는 동구청장과 북구청장까지 장담할 수 없다고들 한다. 이번 지방선거를 노동자정치의 장으로 만들어 노동자의 도시 울산에서는 딴 사람이 아니라 노동자가 시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도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