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정오 창원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장 내 위치한 30m 굴뚝에 올랐다.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청주 서문교 철제 아치 위에서 위태로운 고공농성을 벌인 지 불과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또다른 노동자가 목숨을 건 농성에 뛰어들었다.

구미에서는 코오롱 정리해고자 3명이 고압 송전탑 25m 지점에 올라 내려오지 못한 지 벌써 17일째 접어들고 있다. 온 몸에 쥐가 나서 약을 먹지 않으면 견딜 수조차 없는 그들의 투쟁은 너무 오래돼(?) 이제는 <매일노동뉴스> 등을 제외한 언론에서는 찾아보기도 힘들다.

지난 17일 최일배 코오롱노조 위원장의 자해 시도끝에 성사된 노사 간 첫 대면. 그러나 회사는 여전히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그때 내 동맥을 절단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이를 갈았다. 그리고 그는 “이제 남은 선택은 한 가지”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연일 쏟아지는 노동자의 ‘목숨’을 담보로 한 극단적 투쟁을 보도해야 하는 기자는 이제 장기투쟁사업장 번호가 찍힌 전화를 받으면 겁부터 날 정도다. 혹자는 ‘목숨을 담보로 하는 협박’이라고 그들을 힐난할 수 있다. 그들의 극단적 방법은 정당하지 않다고 나무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가,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하나밖에 없는 ‘목숨’마저 걸어야 할 정도로 내몰고 있는가.

최근에 만난 모 연맹의 간부는 “민주노총의 힘이 약해져서인지 각 사업장마다 상상을 초월하는 부당노동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유지됐던 노사 간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태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코오롱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 등 불법을 저지른 자에 대한 구속수사와 회사가 대화에 나서라는 것. 정부와 이 사회는 너무나 당연한 요구를 위해 노동자가 목숨을 바치는 사태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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