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대선 때는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라는 말로, 흥행몰이를 한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가 있었다. 2004년 총선 때는 “삼겹살 불판을 갈아야 한다”고 일갈했던, 노회찬 민주노동당 선대본부장이 있었다.

지난 몇년 동안의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선전할 수 있었던 핵심적 요인은 미디어 전략의 성공이었다. 그렇다면 2006년 지방선거에선 어떤 전략이 가능할까. 홍승하 당 최고위원은 “총선과 대선에 비해 지방선거는 중앙언론을 통한 미디어 활용도가 낮다”고 말했다. 지역공약을 통한 국지전 중심으로 벌어지는 만큼,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


서울, 미디어 선거의 요충지

민주노동당의 미디어 선거가 먹힐 대표적인 곳은 경남과 부산, 서울 등이다. 문성현 당대표가 직접 팔을 걷어붙인 경남의 경우, 창원과 거제, 진주를 잇는 ‘진보벨트’가 받쳐주는 민주노동당의 핵심 전략지역이다. 또한 정당 대표의 도지사 후보 출마 자체가 특이한 일인 만큼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2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16.7%를 득표하며, 파란을 일으켰던, 김석준 민주노동당 부산시장 후보는 미디어 선거의 강자 중 한 명이다. 2002년 김석준 후보가 부산시장 후보로 처음 나설때, 지역 내 인지도가 1%도 안 됐지만, 몇번의 TV 토론을 통해 지역사회의 파란을 일으켰다. 김석준 후보는 지난해 말 일찌감치 후보로 나서, 또 한번의 선전을 준비 중이다

서울시장 선거전의 경우 민주노동당 대변인을 역임했고, 미디어 감각이 남다르다고 평가받는 김종철 후보가 나선 만큼 당에선 적지 않은 기대를 하고 있다.

문제는 경남과 부산, 서울에서 4인 선거구가 선거구 획정과정에서 거의 전멸했다는 것. 경남에 3곳, 부산에 1곳의 4인 선거구가 남아 있으며, 서울은 단 한곳의 4인 선거구도 없다. 적지 않은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광역의원 후보들이 나설 예정이지만, 지상전의 ‘신바람’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노동당이 전략적 요충지를 포기할 수 없는 일. 특히 서울시장 선거전은 지방선거 미디어 전술의 성패를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파란이 없으면, 전국에 파란이 없다

정종권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포지션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승하 최고위원 역시, “서울시장 선거과정에서 2004년 노회찬 선대본부장이 불러왔던 반향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에선 강금실 전 장관이, 한나라당에선 맹형규, 홍준표 의원 중 한사람이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시장 선거는 5·31 지방선거 최대의 격전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TV 토론만 10~15회 정도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불어, 지난 2004년 총선 과정에서 TV 토론 능력을 검증받은 김종철 전 최고원이 민주노동당 후보로 나섰다.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한 당직자는 “시장 선거에선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권영길 후보가 가졌던 위치보다 더 유리한 조건에서 미디어 전략을 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김종철 후보 역시 “무난한 선거전을 치를 생각이 없다”면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당이 잡고 있는 김종철 후보의 기본 이미지는 ‘패기있고, 합리적인 진보주의자’다. 또한 ‘부자의 서울과 서민의 서울’, ‘하나의 서울이 아닌 두 개의 서울’을 주장하며, 경제-노동-주택-보육-의료-교육-환경 문제를 부각시킬 예정이다.

노회찬 의원과 김혜경 전 당대표가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나설 예정이며, 선대위원으로는 “대중적 어필이 가능한, 젋고 발랄한 이미지의 사람들을 선임해 갈 것”이라는 것이라고 서울시당쪽은 밝히고 있다. 또한 김종철 후보의 젊고 유능한 이미지를 집중 부각해 나갈 방침이다.

정종권 위원장의 말이다. “일단 집권세력인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권에 사이비 개혁과 민주노동당은 다르다는 것을 정확히 부각해 갈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울시와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한나라당 개발주의적 작풍과 빈곤의 확산을 비판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두개의 집권세력이 싸우는, 전국선거의 집중된 판이 서울시장 선거다. 이 속에서 구체적인 예를 통해서 두 세력의 모순과 반민중성을 폭로해야 한다. 전국 선거의 바람을 불러와야 한다.”


울산, 10·26 분패를 설욕할까

진보정치 1번지 울산은 지난 10·26 재보선의 패배를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설욕할 수 있을까. 민주노동당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중 가장 주목해서 봐야 할 지점이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을 배출했던 울산 동구와 북구의 수성 여부, 울산시장 선거의 선전 여부 등 민주노동당 선거의 가시적인 성패가 울산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공통되게 나오는 말은 “쉽지 않은 조건”이라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울산에 김진영 북구청장 후보, 김진석 남구청장 후보, 김종훈 동구청장 후보 등 3명의 기초단체장 후보를 냈고, 8명의 광역의원 후보와 18명의 기초의원 후보를 내세웠다. 울산시장 후보는 민주노총 울산본부 내 경선과 당원들의 찬반 투표를 통해 선출할 예정이다.

김광식 울산시당 위원장은 “기초의원 15명 이상 당선과 시의원 6석 이상 확보가 목표”라고 말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동구와 북구청장의 수성해야 하며 남구청장도 도전해볼 만하다”면서 “북구의 경우 구의원 정원 7명 중 4명을 민주노동당 의원으로 채워 과반을 확보하고, 다른 구의 경우도 최소한 제1야당은 되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우선 관심이 모아질 북구청장 선거의 경우, 후보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진영 후보가 북구의회 의장을 역임하며, 지역 정치를 활발히 해 왔지만, 전임이었던 조승수 전 구청장이나 현직 이상범 구청장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잘 안 알려진 인물인 것도 사실이다.

동구청장 선거는 2002년과는 비교할 수 없게 어려운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갑용 동구청장을 당선시킨 기반이었던 현대중공업노조가 2002년 ‘비리 사태’로 총사퇴한 이후, 사실상 당과 노조 사이의 관계는 단절된 상태. 또한 박일수 열사 사태 이후 현대중공업노조는 민주노총에서 제명된 상태다. 동구위원회가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수성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동구도 북구도 ‘수성’하기 쉽지 않다

울산시장 선거 역시, 박맹우 한나라당 후보와 송철호 민주노동당 후보의 박빙 대결 끝에 분패했던 2002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창현 전 민주노동당 사무총장과 노옥희 울산시 교육위원의 경선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누가 되더라도, 20% 이상 득표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게 민주노동당 관계자의 전언이다.

민주노동당 정책위 관계자의 말이다. “북구청장과 동구청장을 민주노동당이 잡고 있었지만 사실, 한나라당이 구청장을 잡았을 때와 확실한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울산선거의 경우는 ‘기대치’를 중심으로 민주노동당에 투표를 하는 타 지역과 달리, 실적을 평가받는 선거다. 선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울산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당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시당은 지역 노동자들의 표심을 모으기 위해 울산시장 경선 방식을 민주노총 울산본부 조합원들에 의한 경선방식을 채택했다. 조합원 총 투표를 통해 추려진 후보를 당원들의 찬반투표로 인준하자는 것이다.

시청이 아닌 시정부를 꾸린다는 각오로

하부영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노동계급의 결집을 강화할 수 있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노동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의미가 있다”면서 “조합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본선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하 본부장은 “노동자를 위한 공약 만들기 캠페인을 벌이고, 노동공약 설명회를 개최하며, 단순히 표를 찍는 선거가 아닌 노동자의 정치행위로서 위상과 의미를 명확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200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합원-당원 총투표 방식을 통해 경선을 치른 이후 벌어진 논란을, 2006년에는 빗겨갈 수 있을지 우려되고 있다. 하 본부장은 “경선 과열을 막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가지 중요한 문제는, 지난 10·26 재보선 과정에서 불거진 ‘고립된 대공장 노조’의 문제를 이번 지방선거에서 뛰어 넘을 수 있을지 여부. 김광식 위원장의 말이다. “그동안 울산의 민주노동당이 노동자 중심성의 색이 바랬고, 투쟁 사업장의 현안 문제를 공세적으로 제기하지 못했다. 민주노총의 비리 문제로 도덕성의 타격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민주노동당에서 멀어진 믿음을 다시 불러오는 계기가 돼야 한다. 새롭게 거듭나는 것이 중요하다. 비정규직법 개악과 현안 문제를 묶어서 다시 묶어갈 것이다.”

하부영 본부장은 ‘시청’ 개념을 ‘시정부’ 개념으로 바꿔서 비전을 제시할 것을 강조했다. “최저임금 문제, 방치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 현안 투쟁 사업장의 문제 등의 해결을 내걸고, 노동자 시장 후보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대안을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또한 하 본부장은 “연맹과 단위노조별 토론회를 거치면서 노동자들의 표심을 잡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김종철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
- 선거 공간에서 대중에게 ‘말’할 기회가 적지 않을 것 같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
"일단은, 당에 정책과 이념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또한 진보적인 것과 더불어 젊고, 패기있고, 부패없다는 것을 대중에서 잘 전달해 가야 할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뭘 해주겠다’는 식의 공약을 내걸 것인데, 그들 사이에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의 틀을 벗어나지 않다면 보육과 의료, 교육을 평등하게 제공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당장의 공약도 공약이지만 민주적 사회주의와 같은 큰 방향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에 따른 복지정책들을 제시할 것이다. 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 서울선거는 전체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2인 선거구가 단 한 곳도 없다.
"일단 3인 선거구는 해 볼 만할 것으로 본다. 우리 후보들이 열심히 뛰고, 시장선거에서 바람이 불어준다면 당선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2인 선거구는 만만치 않겠지만 민주노동당이 20%의 지지를 돌파하고, 다른 당의 지역 후보간의 분열이 있다면 당선이 절대 불가능 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 시장 후보로서 바람을 몰아올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 미디어 감각이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민주노동당이 가진 정책이 다소 거시적이고, 생소한 언어로 만들어져 있다. 그것을 쉬운 언어로 대중에 현실에 맞는 언어로 풀어내는 능력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대변인으로 활동했고, 지역에서도 많은 대중을 만나며 살아왔다. 또한 연수원장을 하면서, 교육도 많이 다녔고,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단련돼 있다고 자부한다."


- 주목받는 무대에서, 최선전에 서게 됐다. 각오를 말해 달라.
"세계적으로 봐도 진보정당 성장에는 중요한 계기들이 있다. 그것이 자본주의와 투쟁일 수 도 있고, 우리 시대 과제를 가장 원칙 있게 제기해서, 대중의 지지를 모아내는 때가 될 수 도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당의 성장의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지난 선거에서 부유세로 상징되는 당의 공약, 민주노동당의 신선한 이미지를 대중에서 심어주었다. 그것이 복지정책의 첫발을 내딛는 것이었다면, 2006년 지방선거에선 공공성이라는 화두를 제시하겠다. 그를 통해 ‘민주적 사회주의’를 확산하는 계기로 삼겠다.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며, 승리하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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