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10일)은 정말 참담하였습니다. 저는 노동부 공무원직장협의회장으로 내년 2월까지가 임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자신의 지난해 6월 발생한 제 자신의 도덕적인 문제로 인하여 13일자로 구미지방노동지청의 김천고용안정센타로 발령을 받게 되었습니다.

우리 본부의 6급 이하 직원들은 저의 지방 좌천 인사발령으로, 확동의 위축을 우려했고, 이런 점을 감안하여 직협 임원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지난 10일 정기총회를 개최하여 신임 회장 또는 직무대행 선출과 임원진을 보강하기로 하고, 이에 필요한 직장협의회 규약도 일부 개정할 것을 안건으로, 정기총회를 열 계획을 세웠습니다. 5일 총회 공고를 냈습니다.

"불법단체 행사 불허하겠다"

탄압의 시작은 공고일 바로 다음날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직협은 지난 1월25일 전국공무원노조가입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과반수 이상 출석에 2/3가 넘는 회원들의 찬성으로 의결을 마친 상태입니다. 총회 공고 내용을 "제4기 직장협의회 및 제1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중앙행정기관본부 노동부지부" 정기총회를 개최한다고 내부 공개게시판과 인트라넷 메일을 통해 6일 공지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확인한 노동부 총무과에서는 공고내용 중 적시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중앙행정기관본부 노동부지부"는 불법단체이므로 이 내용을 삭제하여 3월7일 오후6시까지 다시 올리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게시판 내용을 삭제함은 물론 회의실 사용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참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더군요. 처음 저는 그러라고 하였지요. 우리 행사 내용에 불법이 있으면 사후에 이를 법적으로 문제 삼으면 되는 것이고, 총무과에서 왈가왈부 할 사안이 아니며, 표현의 자유마저 일방적으로 삭제하는 등 통제하겠다는 발상에 도저히 수긍하기가 어렸웠습니다.

그러나, 저는 총무과의 거센 탄압으로 총회개최가 무산될 것을 염려한 나머지 7일 5시30분경 재차 임원을 소집하여 총무과의 방침을 얘기하면서 의견을 구한 바, 명분에 얽매이지 말고, 실리를 추구하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내용을 수정해 다시 공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튿날인 8일부터 탄압은 더욱 본격화되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지난 1월25일의 임시총회에서 이미 전국공무원노조 가입을 의결한 바 있음에도, 총회 자료집 등 실제 행사내용에 이와 관련한 규약 등이 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어떠한 가입추진이나 홍보 등 어떠한 언급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일이더군요. 친노동적이지 못하고, 반노동적인 정서가 노동부 내부의 오래된 구태의 모습인 줄은 알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정말 직협 총회를 하라는 건지, 총무과 행사를 개최하라는 건지…. 자체 직원들의 행사 내용까지 사전에 통제를 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야말로 할 말을 잃을 지경이었습니다.

행사 당일인 3월10일 오전, 저는 다시 내부 공개게시판에 "우리가 한발 물러섭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전국공무원노조 가입 의결은 이미 지난 임시총회에서 결정을 한 사안이므로 △총회자료집에 함께 올리려던 관련 규약을 모두 삭제하고 △이와 관련하여 총무과에서 우려하는 공무원노조 가입이나 추진 등은 재거론하지 않겠으며 △총회에서 다룰 안건도 아님을 분명히 한다는 글을 올리면서 회원들에게 총회 성사를 위한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심상정 의원 조준호 위원장 오면 회의실 폐쇄한다"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제가 위 동 시간대에 차관 주재의 혁신위원회에서 직협 총회 개최에 대한 간부들의 대응 방침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직원들이 제게 각 실국의 간부들이 책임지고 총회 참석을 하지 않도록 저희 회원들을 설득하라고 지시(?)가 내려졌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이후 오후에는 총무과의 직협 담당자가 ‘총회를 축하하러 오시는 심상정 의원과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의 참석을 철회하지 않으면 회의실을 폐쇄하겠다’는 압박을 가해 옵니다. 조금 더 지나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인 권승복 위원장도 마찬가지로 그 대상이 됩니다.

참, 9일 퇴근 직전에는 우리 직협의 임원들을 3층 직협 사무실도 아닌 5층의 근로기준국 회의실에 불러 모아 ‘행사 개최는 불법이며 이를 강행하게 될 경우 징계 등 책임을 추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을 들었습니다. 험악한 분위기를 형성했습니다.

당초 사회를 보기로 하였던 임원이 굳어진 얼굴로 사회를 보지 않겠다면서 한발 물러나더니, 10일 아침 출근과 동시에 저와 우리 임원진 몇몇에게 죄송하다면서 임원을 사퇴하겠다는 메일을 보내오더군요.

이후 저는 더이상 물러서지 않기로 결심을 굳혔습니다. 이날 오실 분들은 노동부로서는 중요한 동반자인 소중한 외빈들입니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이루어진 약속을 파기할 수는 없다고 최후 통보를 했습니다.

법외노조인 공무원노조를 마치 폭력불법 단체로 호도하며, ‘총회 행사 참석자를 징계할 것’이라는 내용의 기안이 시작됐다는 소문도 접하게 됐습니다. 오후4시경, 심상정 의원실 보좌관과 전화 통화가 이뤄지면서, 상황은 다소 누그러지긴 했지만 총회 개최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는 팽배했습니다.

이미 총회 성사는 물건너 가고

회의실을 준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후6시경 이미 구내방송을 할 수 있는 직원이 퇴근해버린 상태였습니다. 혁신위원회 개최 결과 여파인지, 회식하는 과가 많았습니다. 총회 성사는 무산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최선을 다하여 직원들의 불안감을 덜어내기 위해, 총회 시작 40여분을 앞두고, "총회 개최가 성사되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전체 회원에게 메일을 발송하였지만, 이상하게도 메일이 도착하였다는 알림만 뜨고, 내용이 수신되지 않았습니다. 정보화담당관실에 확인 후 재차 발송하였음에도 평상시 없던 같은 현상이 반복되었지요.

이어서 총무과장이 "직원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내용으로 ‘불법단체’를 강조하는 와중에 ‘직장협의회가 잘 진행되기를 바란다’는 글로 쐐기를 박았습니다. 잘 진행되기를 바란 건지, 불법단체 행사를 강조하여 압박을 가한 건지는 상식으로 판단할 상항이니 더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노동운동을 활성화 하여 투명한 사회분위기 조성에 앞장서야 할 우리 노동부가 노동운동 활성화를 앞장서서 막아 나서는 모습을 보고 그 노동부에서 20년 이상 근무하고 있는 제 모습이 너무 초라해 보이는 지난 며칠이었습니다.

총회 무산에 대하여 저는 너무 속상한 생각에, 10일자 발령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본부로 출근을 하여 무산의 책임이 과연 누구에게 있는지를 따져볼 생각입니다. 총무과의 얘기대로 우리 자체의 직협 행사에 민주노총을 비롯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외부 인사를 초빙하여 우리 간부들의 비위를 거스른 내게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주적 결사체의 행사에 협조는 고사하고, 탄압으로 일관하여 직원들의 정서를 불안하게 만든 자들에 있는 것인지 되짚어 볼 계획입니다.

오히려 장관이 차대접 할 일 아닌가?

일부러라도 찾아가서 만나서 대화하고 협력이 필요한 분들이 우리 자체 직원들의 행사를 축하하기 위하여 어려운 시간을 마련하였다면, 오히려 직협에 고마워하며 잠시 장관이 나서서 차라도 마시며 감사함을 표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 아닌가요?

도리나 상식을 벗어나서 노사관계의 기본적인 틀에 있어서는 여전히 5공화국 수준을 벗어나지 않고 있는 우리 노동부의 몇몇 간부들에 대하여 한없는 연민의 정을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무원노조를 누가 불법단체로 만들었나요? 우리는 공직사회의 진정한 개혁과 함께 잘사는 사회를 위하여 투명한 사회를 지향한다는 강령을 내걸고 전국의 공무원들이 자주적으로 단결을 모아냈습니다. 그런데, 불법단체라니요? 불법단체의 개념을 확산하여 불법단체를 양산하는 정부의 태도를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네요. 혹, 자신들이 시키는 대로, 주는 대로 잘 따라하던 5공 시절의 그 길들여진 모습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우리가 관련법에 의한 신고를 하지 않으면, 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혜택을 주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법외노조라 불러야 하며 그 실체를 인정하고 대화와 협력의 방안을 고심하여야 하는 것이 참여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이 정부의 참다운 모습 아닌가요?

참 오랜만에 긴 글을 써 봅니다. 아직도 우리가 갈 길이 멀다 해도 우리는 꿋꿋하게 갈 것입니다. 상식이 상식으로 통하는 사회를 위하여, 그리고 함께 잘 사는 투명한 행정과 깨끗한 공직사회를 위하여 말이지요. 이 자리를 빌어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총회에 참석하여 주신 직협 회원님들, 그리고 공무원노조 동지 여러분들, 마지막으로 경황 중에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도 못한 심상정 의원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멀지 않은 시간에 제대로 된 총회를, 멋진 노동 굿판을 한판 제대로 벌려 볼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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