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양극화가 한국사회의 최대 화두로 대두되고 있는데, 그 근저에는 노동계의 최대 과제인 비정규직 문제가 놓여 있다.

비정규직은 김영삼 정부 시절이던 90년대 중반에 유연화, 탈규제화, 개방화를 내용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추구되면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하여 10년도 채 안 돼 전체 노동자의 60%를 넘어섰다. 특히 90년대 말의 경제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IMF를 앞세운 외국자본들에 의해 강요된 구조조정과 민영화는 수십, 수백만의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쫒았고, 그나마 살아남은 노동자들은 임금삭감 등 노동조건의 저하를 감내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맞서 노동조합운동진영은 극렬한 저항과 투쟁을 전개하였지만 상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폐해는 이뿐이 아니다. 금융시장이 개방되면서 물밀듯이 밀려온 초국적 금융자본은 단기차익을 노리고 공기업, 금융기관, 재벌기업을 투기대상화하면서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으며, WTO협상과 FTA 확대로 인한 모든 상품과 서비스 무역의 자유화로 말미암아 노동자와 민중들의 삶은 국제경쟁의 거센 풍랑에 무방비로 내맡겨지고 있다.

이처럼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노동자와 민중의 삶을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은 노동조합운동의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과제가 되고 있으며, 노동조합운동에 있어서 자본의 세계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연대의 의의와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신자유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노총의 전략과 기조

이러한 문제의식에 입각하여 한국노총은 지난 2001년에 ‘인본주의를 지도이념으로 하고 반신자유주의적 연대를 전략개념’으로 하는 운동기조를 수립하고, 이를 위해 교육강화, 산별전환, 실질적 총파업전개, 양대노총 및 범진보세력 연대강화, 진보세력의 정치세력화, 자주재정확보 등 주체역량강화 6대 과제를 설정한 바가 있다.

비록 신자유주의에 대해 ‘반대’인지 ‘타협’인지는 분명히 명시되고 있지는 않지만 ‘반신자유주의 투쟁’, ‘반신자유주의 연대’를 추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신자유주의 ‘반대’의 기조를 암묵적으로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의원대회 결의라는 요식절차를 거치기는 했지만 신자유주의 반대의 조직적 운동적인 의미와 절박함에 대한 조직적인 인식과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그동안 한국노총의 활동에 있어서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이 힘있게 실천되지 못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한국노총은 창립60주년을 맞이하면서 그동안의 운동역사에 대한 단절과 계승, 발전과 도약을 위한 새로운 운동이념과 기조, 발전전략을 수립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운동이념으로서 ‘평등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참여와 사회연대적 노동조합주의’를 지향하고, 노동운동의 사활이 걸린 조직강화와 확대전략, 노동의 유연화에 대항하는 반신자유주의 연대투쟁이라는 두 가지의 운동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삶을 피폐화시키고 사회적 양극화로 인한 차별과 절망의 현실을 극복하고자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연대투쟁전선을 구축하고 실천투쟁을 전개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노동, 농민, 시민사회단체, 양심적 지식인 등을 포괄하여 반신자유주의 연대투쟁전선에 복무함으로써 노동자의 인권과 자유와 평등을 압살하는 자본의 자유화, 일방화, 유연화전략을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로 바꿔내기 위한 사회연대를 강화해나가기로 하였다.

세계화와 국제연대를 주제로 국제심포지움 개최

이와 관련 한국노총은 창립 6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오는 9일 오후3시에 한국노총회관 13층에서 ‘세계화와 노동조합의 국제연대’라는 주제로 국제심포지움을 갖고, 한국의 노동조합운동과 한국노총의 새로운 운동전략과 기조에 대한 국제노동운동 지도자들의 평가와 조언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특히 이번의 국제심포지움은 그동안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서 세계화가 급속히 진전됨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노동운동 차원의 논의나 활동이 매우 급박하게 전개되어 왔지만, 그동안 한국의 노동조합운동은 너무 국내에서의 활동이나 투쟁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국제노동운동의 정책목표와도 일정한 거리와 간극을 보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최되는 이날의 국제심포지움에서 한국의 노동조합운동과 한국노총의 국제연대활동을 국제연대의 관점에서 되돌아보고 올바른 방향을 모색함으로써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항하고 올바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국제연대의 흐름과 틀에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국제노동운동 연대에 관심이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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