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참여정부’가 집권 3년을 맞았다. 그간 정권이 잘한 일은 무엇이고 앞으로 주력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국정홍보처에서 발행하는 <국정브리핑>이 시민사회 각계 인사 12명에게 이같은 질문을 던졌다.

지난 5일 질문에 답한 인사 가운데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사학법 개정’을 잘한 일이라고 꼽았고, 이동응 한국경총 상무는 ‘노동정책’을 들었다. 노동계가 ‘장관 퇴진’을 내걸고 노사정위와 노동위원회 불참까지 선언하는 등 지난해 ‘노정갈등’이 최악을 기록한 가운데 사용자단체가 정부의 노동정책을 ‘성과’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국정브리핑>의 이번 기획에는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이동응 경총 상무,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 김성훈 경실련 공동대표, 이수완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김용구 중기협 회장, 웨인 첨리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조희연 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 문유현 한국과학기술단체연합회 사무총장, 이현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정현백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이필상 함께하는시민행동 공동대표 등 12명이 참가했다.

이용득 “저소득층 소득확대 주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참여정부가 잘한 일로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간으로 한 사학법 개정”을 들었다. 이 위원장은 “1990년 노태우 정권 말기 정권과 사학의 야합으로 ‘이사장 친인척의 학교장 취입금지 조항’을 폐기하는 법 개정 이후 사학비리가 엄청나게 늘었다”며 “이후 교육 공공성이 훼손됐고, 교육의 양극화 심화로 가난한 집안의 자녀는 더이상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마저 박탈당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사학법 개정은 교육현실에 나타나는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법 개정만으로는 사학 운영의 투명성과 교육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개정 제도가 실천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를 진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위원장은 참여정부가 주력해야 할 일에는 ‘소득 양극화 해소’를 꼽았다. 이 위원장은 “사회 양극화의 근본 원인은 비정규직 증가와 정규직과의 임금격차 확대에 따른 소득양극화 심화”라며 “정부는 소득격차 완화를 통한 사회통합에 주력해야 하며, 이를 위해 비정규직 보호입법을 제정하고 저소득층의 소득확대 정책을 중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응 “전투적 노사관계 때문에 투자 부진”

이동응 경총 상무는 ‘잘한 일’을 “원칙을 지키려는 정책 의지와 자세가 인상적”이었다면서, “특히 노동정책이 국민적 신뢰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당초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영계가 가장 우려했던 정책 중 하나는 노동 편향적 노동정책의 형성과 집행”이었다며, “권기홍 초대 노동부장관은 우려한 대로 노동계에 근착된 노동정책을 펼쳤으나 후임 김대환 장관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노동정책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김 장관의) 노동행정은 노동계의 장관퇴진운동 등 강한 반발을 샀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법과 제도의 마련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의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노사의 어느 한쪽에 경도되지 않고 법과 원칙에 입각한 철저한 ‘정도’ 노동정책을 집행해 국민들로부터 노동운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이끌어냈고, 노동운동의 질서를 잡는데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호평했다.

이 상무는 참여정부가 주력할 최대 현안은 양극화 해소라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투적 노사관계와 고임금,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에 외국인 투자가 부진하다”며 “정부는 임금과 노사관계 안정이 투자 활성화와 양극화 문제의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학림 “신자유주의 답습 정권”

한편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은 “통치방식과 스타일만으로 평가한다면 노 대통령 이전의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이었던데 반해 노 대통령은 절차적 민주주의 측면에서 기존의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정치행태나 패러다임을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실천했다”고 평가했다. 신 위원장은 또 “정치와 정책의 궁극 목표인 국민복지 향상이나 사회안전망 구축 등의 관점에서 보면 참여정부를 높이 평가하거나 이전과 다르다고 볼 요소를 찾기 어렵다”며 “수구반동세력으로부터 좌파정책을 펴고 있다고 공격당했지만 실제는 정반대였고 신자유주의를 답습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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