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가들의 파업? <선수 인터뷰> 일곱번째, 지난 16일 이동응 경총 상무이사와의 인터뷰는 최근 일부 신문에 보도된 이수영 경총 회장의 발언의 진의를 묻는 질문으로 시작됐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이수영 회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민노총이 파업을 한다면 기업인들도 ‘스트라이크(파업)’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 파업, 그런 말씀 하신 적이 없다. 당시 어떤 기자가 ‘비정규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민주노총이 파업하면 경영계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회장께서 ‘비정규법이 노동계 편향으로 만들어지면 기업 부담이 늘어 힘들 것이고, 그러다 보면 (해외로) 떠나는 기업도 나올 것이고, 투자를 기피하는 기업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자본가도 파업으로 맞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나. 지나치다.”

어찌 보면, 그 말이 그 말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동응 상무는 말을 더 잇는다. “노동계가 힘(파업)으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경영계도 똑같이 (파업을 하겠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제는 경영계 대응능력도 과거처럼 무작정 ‘당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이론적 백그라운드가 많이 늘었다. 노동계도 이제 힘으로 하기보다는 사용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이론적인, 논리적인 무기를 갖고 교섭을 해야 할 것이다.”


노사 모두 반대? 혼란스러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힘의 우위야 당연 ‘경영자’에게 있는 것은 지당한 말일 텐데 이 상무는 ‘(노동계에) 당하는 시대’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인터뷰 시작부터 노동계를 향해 강하게 쓴소리를 했다. 비정규법에 대한 노동계 대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비정규 문제에 대해 우리(경영계)가 굉장히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다. 정부 법안에서는 지금보다 비정규직 보호 수준을 훨씬 강화했기 때문에 기업이 부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그런데 노동계가 반대하고 나오더라. 노동계가 원하는 수준은 아니었겠지만 우리가 60~70만큼의 부담을 갖는데, 노동계가 ‘개악’이라고 주장하다니…. 그렇다면 우리도 하지 말자고 했다. 노사 모두 법안 저지투쟁을 한다? 참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동응 상무가 말하는 ‘기업 부담’은 특히 ‘차별시정’에 맞춰진다. 그는 ‘핵폭탄 같은 사건’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무엇이 차별인지, 어떻게 시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소송이 봇물처럼 나올 것이고, 노동현장의 갈등, 대립관계가 더 조장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아무런 제한 없이 비정규직을 ‘합법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점에서 경영계에 이득 아닌가? 또한 정해진 기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채용’과 ‘계약해지’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한껏 보장해 주는 법 아닌가?

“일부 (노동시장의) 탄력성을 높이는 부분이 있지만, (탄력성을) 아무리 높여도 차별시정 등의 장치를 볼 때 그 효과를 볼 수 없는 것이 이 법안”이라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노동계가) 계속 (비정규법안) 이 정도도 안 된다고 하면 좋을 건 우리(경영계)밖에 없다”고까지 말한다.

일자리, 더 많은? 더 나은?

약력
1957년  출생
1980년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1981년  제15회 외무고시 합격
1985년  South Carolina 주립대 대학원 졸업(정치사회학 석사)
1993년  경총 조사1부장(노동법제조사, 노사대책, 의정대책, 국제노동기준 담당)
1998년  노사정위 노사관계소위 위원
1999년  노동부 정책평가위원(현)
2001년  경총 정책본부장(이사)
노사정위 비정규근로자특위 위원(현)
2003년  경총 상무이사 겸 노동경제연구원 부원장(현)
비정규법안에 대한 그의 우려는 노동시장 안과 밖의 격차가 지금보다 더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적어도 현재 보호하자는 비정규직은 노동시장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인데, 이들에 대해 과보호를 한다면 지금 당장 노동시장 밖에 있는 사람들이 노동시장 안으로 진입하기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기업에 자꾸 부담을 주면 사람을 더 쓰지 않고 노동 강도만 높이는 식으로 운영되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일자리(more job)와 더 나은 일자리(better job)가 균형을 잡아야지, 더 나은 일자리만 생각하면 기득권자만 계속 이득을 보는 상황이 된다.” 

일자리의 양과 질이 택일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지난 1월 실업률이 3.7%로 98년 이후 1월 기준으로 최저치를 기록했음에도 체감실업률은 수치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물론 실업률 계산에서 분모가 되는 경제활동인구 수가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취업자가 된다한들 먹고살기가 빠듯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지난해 50.1%로 절반을 넘어섰지만,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여성 취업자 944만명 가운데 31%인 246만명만이 상용노동자이고, 나머지 69%는 임시 또는 일용노동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도 신년연설의 화두로 ‘양극화 해소’를 잡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이 상무는 “가계 구성원들의 경제활동 참가가 많으면 많을수록 남성가장의 부담이 덜어져 기업에서 높은 임금인상의 욕구를 덜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내가 미국생활을 꽤 오래했는데, 미국에서는 중년층 남자들이 우리처럼 친구들 만나 저녁에 소주에 삼겹살 먹으면서 10만원씩 내는 거 상상을 못한다. 일본도 그렇다. 생활수준을 보면 우리가 훨씬 높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 높은 생활수준을 혼자서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기업 내에서 임금으로 보상받으려는 생각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가 물론 “더 많은 일자리만이 해법은 아니”라고 지적했고, 주택이나 의료, 육아 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도 얘기했지만, 그는 다른 나라에 비해 경제활동 참여가 남성가장 중심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단시간, 단기간 일자리에 여성이나 자식들이 더 진출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일자리에 내몰리면 내몰릴수록 더 살기 어렵다는 비판이 줄을 잇는데, 어떤 일자리라도 많이 만들기만 하면 좋다는 말인가?

“그런 뜻은 아니고, 정책의 초점이 더 나은 일자리에 맞춰져서 시장의 울타리를 높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업인들은 부담되면 될 수록 움츠려들고 투자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떤 기업인은 내 공장 현찰로 뽑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하더라. 이런 상황에서 기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임금 = 시장임금

그가 말하는 시장의 울타리는 이미 독점화돼 있는 정규직들의 높은 임금수준이다. 더이상 높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현재 비정규직의 임금은 시장임금이다. 언제든지 시장의 수요에 맞게 공급받을 수 있는 임금이다. 노동연구원 조사에서 비정규직의 생산성이 정규직의 70%밖에 안 되고, 그래서 이 정도의 임금격차는 차별이 아니라고 얘기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노동조합 등에 의해 정규직의 임금은 이미 독점화 돼 있고, 시장에서 공급되는 임금보다 훨씬 높다.”

그러면서 그는 기업들이 왜 비정규직을 쓰는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부분 비정규직을 쓰는 회사들에서는 정규직으로 채용할 만한 능력은 안 되고, 그렇다고 바로 계약해지 하기에는 일정부분 사람이 필요하니까, 그 정도 임금으로 계속 사용기간을 연장하고 있다고 하더라. 만약 3년만 쓰고 난 뒤에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하면 그 비정규직을 더이상 안 쓸 기업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업률이 올라갈 텐데, 사회적으로 용인이 되겠는가.”

하지만 ‘능력’의 문제만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대목은 많다. 이미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적지 않은 기업들에선 기존 정규직 일자리를 대체하는 비정규직들이 사내하청이라는 이름으로 일을 하는 경우도 많고, 금융권 등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버젓이 같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까지 하다. 특히나 IMF 외환위기 이후 급속하게 늘어난 비정규직들은 대부분 이와 비슷한 형태들이다.

“노동계는 비정규직이 늘었다, 차별이 심해졌다는 등의 결과를 두고 치유하려 하지만 우리는 왜 비정규직이 늘어났는가 원인을 놓고 치유한다. IMF를 거치면서 정규직에게 고용보호가 너무 지나치게 돼 있기 때문에 고용조정이 쉬운 쪽으로, 정규직 임금이 너무 독점화되니까 비용을 낮추는 측면에서 비정규직을 쓰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정규직으로 뽑힐 사람들이 이런 문제 때문에 비정규직이 된 것이다. 그런 학습효과를 없애려면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없애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이어지는 그의 주장은 “정규직 고임금 노동자들은 스스로 지나친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그만큼을 비정규직 처우개선, 하도급 단가 적정화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노동계의 주장과도 다르지 않지만 문제는, 기업들은 그럴 준비가 돼 있냐는 점이다. 연초부터 현대·기아차그룹에서는 납품단가를 인하하겠다고 발표를 해 그렇잖아도 허덕이는 하도급업체들의 간담을 서늘하고 하고 있지 않은가. 장시간 노동에 따른 기형적인 초과임금으로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정규직노동자의 허리를 조른다고 한들 그것이 하도급업체 노동자 임금보존분으로 자연스레 흘러내릴 것이라고 믿기도 어렵고, 원하청간 불공정 거래의 고리를 먼저 끊지 않고서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악순환만 반복될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 아닐까.

“기업이 그렇게 하도록 노조가 강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만약 (임금인상을 자제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다음해에 더 많이 따내는 방식으로 가면 될 것 아닌가.”

잃어버린 2% 누가 책임지나

그는 또 비정규법에 대한 노사정 간에 협상에서도 경영계는 ‘주고받는’ 게임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주는’ 게임이었다고 했다. “근로시간 단축 문제에서는 연월차 문제와 시간 단축이 서로 바터할 수 있는 내용이었는데, 비정규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업들이 어디까지 퍼 줄까의 문제였다.”

이런 입장에 서 있는 그였기 때문에 노동계의 협상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 점이 많다고도 했다. “협상의 대표라면 어느 정도 리더십을 갖고 책임져야 하는데, (특히 민주노총은) 너무 겁을 내더라.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욕먹을 각오가 돼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만약 노동계가 한 목소리로 한국노총 방식의 결단을 내렸다면 정치권도 노동계를 지지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노동계가 ‘실리’보다는 지나치게 ‘명분’에 치우쳐있다는 지적도 했다. “100%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가면 오히려 비정규직 보호가 늦어진다. 그 책임 누가 질 꺼냐. 봐라, 지난해 노동계가 잃어버린 최저임금 2%, 노동계 대표들이 책임지고 있는가.”

이는 지난해 6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27.3% 인상안을 낸 노동계가 표결처리 강행시도에 반발하면서 11.2%라는 공익위원 조정안도 거부하자 이보다 2%p 낮은 9.2%라는 경영계 안대로 최저임금 인상률이 결정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노동계 로드맵 저지투쟁, 고맙다

이는 이른바 ‘로드맵’이라 불리는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에 대한 노동계 태도에 대한 비판으로도 이어진다. “솔직한 심정으로 우리는 아무 것도 안 하면 좋다. 만약 그렇게 되면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도 그냥 법대로 간다. 오히려 (노동계에) 고맙지. 그런데도 노동계가 불만이라고 얘기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노동계 대표들을 만날 때 어느 게 손해냐고 콕 찍어보라고 하면 공익사업장 파업 시 대체근로 정도밖에 얘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대체근로 금지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국제기준 맞춘다고 했지만 우리가 볼 때 국제기준에 안 맞는 내용도 많다.”

국제기준에 안 맞는 내용, 그건 뭘까? “필수공익사업 없앤다고 하는데,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금지하지 않는다. 직권중재도 인정한다. 또한 부당해고 등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그렇다면 경영계가 불만인 내용을 제외하고는 다 국제기준에 맞다는 말인데, 글쎄…, 전임자 임금지급을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는 없지 않은가. ILO에서도 ‘노사 자율에 맡길 사항’이라고 하고 있다.

“모든 국제기준대로 따라야 한다는 말은 아니고, 필요하다면 그 사회에서 법을 강제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싱가폴에선 껌을 씹으면 처벌한다. 간통죄를 형사처벌 하는 나라는 거의 없는데 우리는 그렇게 한다. 바로 그 나라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으면 (국제기준과 다른 법제도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노조 전임자 급여는 노조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게 원칙으로는 맞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는 그렇게 안 되니까 그 원칙이 실현될 때까지만이라도 법으로 규율할 필요는 있다. 다른 나라는 법으로 규율할 필요가 없어서 하지 않는 것이다.”

국회, 책임지기 싫다는 투로 들린다

국회 주도의 사회적 협상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노사관계개혁위원회든, 노사정위원회든 사회적 대화기구를 운영한 지도 벌써 10년의 역사이지만 노동관련 법제도 개정 과정에서 결정적인 순간에는 늘 입법기구인 국회도 함께 했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대화는 마치 선수들끼리 시합의 룰을 정하는 식이었다. 만약 상대편에 헤딩 잘 하는 사람 있으면 헤딩 금지, 왼발로 잘 차는 사람 있으면 왼발사용 금지, 이런 식의 룰을 정하자는 식이다. 최소한의 룰을 갖고 관중들을 생각해서 국회 정치권이 결단을 내려야지 국회에서까지 노사가 모여서 한 조항 한 조항 심의, 의결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 마치 합의를 전제로 법을 만들겠다는 건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책임지기 싫다는 투로 들린다.”

그래서인가, 비정규법을 둘러싼 지난해 4월 협상이 노사정간 사회적 교섭의 새로운 장이었다는 한국노총의 평가와 달리 “우린 산업현장에서 비정규법을 둘러싼 갈등 대립관계가 심해지지 않도록 빨리 결단을 내달라는 차원에서 협상에 임한 것이지 협상을 하고 싶어서, 협상을 통해 따낼 게 있어서 한 것은 아니”라고 평했다.

차라리 좌파들하고 협상하는 게 편해…세계화, 노동계에 뭐가 나쁜가

그런 그는 ‘촌철살인’의 달인자라 할 만큼 비유를 들어 경영계가 생각하는 현실을 아프게 지적하기도 한다. 노동계에서 보면 ‘비아냥’이라 할 만큼 솔직하게 할 말을 했다.


“우리(경총)는 노동계 보고서를 거의 번역하는 수준이다. 노동계가 ‘투쟁’을 하겠다고 하면 우린 ‘업무’라고 해석한다. ‘투쟁’이라고 해서 마치 큰 일이 날 것처럼 해석하면 (현실과) 안 맞다”, “차라리 ‘원칙’만 주장하는 노동계 좌파들하고 협상하는 게 편하다. 한국노총처럼 (비정규법안) 수정안 내고 이러면 조항조항 다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우린 골치 아프다…."


하지만 노동계가 친사용자라며 비판을 아끼지 않는 김대환 전 노동부장관에 대한 평가는 노동계와 아주 달랐다. 이 상무는 “지난 98년, 모 방송사 주최로 열린 현대차 정리해고 관련 토론회에서 김 전 장관을 만났는데, (너무 입장이 달라) 얼굴 붉히면서까지 서로 싸웠다. 너무 화가 나셔서인지 같은 엘리베이터에도 타지 않더라”며 껄끄러웠던 인연을 소개하면서도 “장관 시절, 밖으로는 노동계를 많이 비판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선 기업들이 실질적인 부담을 느낄 만큼 노동자들을 위한 행정을 직접 펴신 분”이라고 평했다. 실제 각종 법 위반에 대한 시정조치나 현장 감독은 엄청 강화됐다는 것이다.


경쟁, 나도 피곤하지만 부정할 수 없다


경제적 관점에서 그의 입장이 뭔지 궁금했다. 장하준 교수 같은 사람은 △자본가 편이냐, 노동자 편이냐 △시장 선호냐, 정부의 시장개입이냐 △경제 체제의 변화를 추구하는데 급진적이냐 점진적이냐를 놓고 좌, 우를 가르기도 했는데, 그는 ‘경쟁체제’ 인정 여부를 그 잣대로 제시했다.


“잘 뛰는 사람과 못 뛰는 사람이 있을 때 같이 천천히 걸어가야 할 것인가, 아니면 일단 뛰고 난 뒤에 처지는 사람만 앰블란스 불러 끌어올릴 것인가 판단을 해야 할 때 난 후자다. 낙오된 사람 때문에 빨리 뛸 수 있는 사람까지 못 뛰게 할 수 없다.”


그는 최근 노동자, 농민, 영화인 등까지 합세해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FTA(자유무역협정) 문제에 대해서도 “경쟁체제에 들어가서 싸우는 사람은 무지 피곤하다. 나도 들어가기 싫다. 하지만 그게 환경이고,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거기서 살아남을 생각을 해야지 경쟁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 않는가”라고 말한다. 경쟁체제에 대한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는 수반해야겠지만 경쟁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예를 들어 스크린쿼터 문제도 문학작품으로 설명하면, 외국 작품을 30%만 번역해서 책을 팔아야 국내 소설시장이 발전한다고 하는 건데, 이건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말한다.


노동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FTA 반대 목소리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가장 좋은 물건을 가장 싸게 많이 외국에 파는 것, 가장 좋은 물건을 가장 싼 가격에 국내 사람이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세계화인데, 노동계는 미제국주의 식으로 시장을 다 말아먹는다고만 하는데, 경쟁체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만 앞세워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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