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의 판단을 뒤집고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단독 재판부는 22일 대형 할인마트에서 쌀 포대를 정리하다 허리 등을 다친 천아무개(20)씨가 자신의 요양신청을 거부한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천씨는 2004년 11월 할인마트 판매보조원으로 일하다 매장에 쌓여있던 20㎏들이 쌀포대 더미를 정리하던 중 갑자기 쌀포대 12개가 무너져 내리면서 몸을 덮치는 바람에 허리 등을 다쳤다.

공단은 18세였던 천씨가 나중에 디스크를 앓게 되자 그 원인을 ‘퇴행성’이라고 판정한 뒤 “업무와 무관한 병이므로 산재를 인정할 수 없다”며 요양신청을 거부했고 천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피고 판정처럼 ‘퇴행성’으로 디스크를 얻었다고 보기엔 나이가 너무 어리다”며 “쌀포대를 맞고 넘어진 뒤 5∼10분간 일어서지도 못했던 원고는 업무상 재해를 입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재판부는 가구 제조업체에서 일하다 디스크가 생긴 김아무개(47)씨가 요양신청을 거부한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원고승소 판결했다. 김씨는 공단쪽에서 별다른 사유 없이 하루만에 산재 판정을 뒤집어 요양신청을 거부한 경우다. 지난해 3월 동료 직원들과 서랍장을 들고 움직이다가 허리가 삐끗한 김씨는 두 달 뒤 요양신청을 냈고 공단은 김씨의 신청을 승인했다가 하루 뒤 특별한 사정변경 없이 신청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산재 판정이 하루 만에 번복된 경위를 공단이 설명하지 못하고 있고 원고의 디스크가 업무와 무관하게 발병했다는 증거도 찾아볼 수 없다”며 “가구를 옮기다 다친 뒤 장기간 병원치료를 받은 김씨는 업무상 재해를 당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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