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매그나칩’, ‘기륭전자’, ‘현대하이스코’, ‘KM&I'. 대표적인 금속노조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을 위해 김창한 금속노조 위원장의 단식이 20여일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일 청주 하이닉스반도체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던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15개 지부장들과 함께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 사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74kg이었던 김 위원장의 몸무게가 어느새 10여kg이 줄었지만 민주노총 비정규법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비롯해 노조 중집회의 등 평상시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일정을 진행하는 체력을 과시(?)하고 있는 그를 지난 20일 <매일노동뉴스>가 만났다.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4시간 정도 잠을 청한 김창한 위원장은 20일 오전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소속 대표자들의 단식농성 기자회견에 연대발언을 한 이후 오후에 노조 사무실에서 일과를 챙기고 민주노총 비정규법 저지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이어 오후에는 금속지도부 국회앞 농성장 문화제에 참여해 추운 날씨에도 불구,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대공장노조 위원장 할 때는 비정규직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줄 느끼지 못했다. 금속노조 위원장을 맡으면서 소속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1년, 2년이 넘어가는 것을 보고 반드시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금속노조로 전환한 만도기계노조 위원장이었던 김창한 위원장은 정규직 노동자로 20여년을 살아 왔다. 공장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아 왔지만 그렇게 심각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던 그. 금속노조 위원장인 지금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민주노조운동의 전망이 없다고 힘주어 이야기한다.

“87년 민주노조운동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우리 노동자들은 임단협 투쟁으로 조합원들의 삶과 의식을 바꿔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지금, 기업별노조 운동으로는 더이상 조합원의 삶을 바꿔내지도 민주노조운동의 역할도 할 수 없는 시기다.”

비정규직 문제를 방관하면 민주노조운동의 희망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김창한 위원장은 이어 “민주노총이 이야기하는 세상을 바꾸는 투쟁, 금속연맹의 올해 산별전환, 그리고 금속노조가 올인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 이같이 노동자들이 공장 안이 아닌 공장 밖으로 시선을 돌릴 때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로 이러한 이유들이 김창한 위원장이 단식농성에 들어간 이유다. 그는 특히 금속노조 내 비정규직 투쟁사업장 문제가 계속해서 해결되지 않을 경우 사태해결이 될 때까지 총력투쟁을 펼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비정규직 단위들의 투쟁에 돌파구가 열리지 않고 있다.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 등 정당한 요구에도 자본은 바로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 위원장이, 그리고 지부장들이 집단 단식농성을 하는 이유는 더이상 이런 자본의 태도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의미다.”

김창한 위원장의 말대로 금속노조가 자본을 향해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의 준비를 밟고 있다. 지난 1일 김창한 위원장의 단식을 시작으로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의 삼보일배 투쟁, 그리고 확대간부 1박2일 상경투쟁. 2월 총력투쟁을 배치한 금속노조는 23일 대의원대회에서 3월 총파업을 결의할 방침이다.

정규직 조합원들, 그들에게 아무리 말로 설명해도 비정규직 문제가 자신의 문제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김창한 위원장은 지금 하고 있는 단식농성이 자본을 향한 경고이기도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만큼은 목숨을 걸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조합원들에게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가 마지막으로 4만 조합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푸른 깃발을 앞세우고 그간 민주노조운동에 앞장서 왔던 금속노조를 믿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입해 왔습니다. 노동자로서 노동3권을 지키고 위해 장기간 투쟁하고 있는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로 지금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목숨 걸고 함께 나서야 할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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