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정기대의원대회<사진> 파행을 겪은 민주노총이 오늘 임시대의원대회를 열 예정이지만, 보궐지도부를 선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9일까지 임시대의원대회 장소를 결정하지 못했던 민주노총은 20일 천안상록리조트를 대회 장소로 확정하고 이를 공지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법안 투쟁 계획을 밝히는 20일 기자회견에서 “내일 있을 대의원대회는 투쟁을 결의하고 이를 진행할 투쟁지도부를 선출하는 회의가 될 것”이라고 밝혀, 대의원대회는 일단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물리적 충돌 가능성은 적어…안건발의 잇다를 듯

따라서 대의원대회가 계획대로 열려서 지도부 보궐선거를 포함해 예정된 안건이 정상적으로 처리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현재 원안에 상정된 안건은 △2005년 사업 평가 및 결산 △조직혁신안 △임원보궐선거 △2006년 사업계획 및 예산이다. 2006 사업계획 및 예산 건은 그동안 관례에 따라 차기지도부 몫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기대의원대회에서 IT연맹 대의원들의 입장을 저지했던 기호1번 이정훈-이해관 후보조는 21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는 물리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1번 진영 관계자는 “KT노조 대의원들에 대한 문제제기는 분명히 할 것이지만 지난번 대의원대회와 같은 방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비정규직법안이 20일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21일에도 별다른 일정이 잡히지 않음에 따라 일부 선본진영에서 주장했던 선거연기론은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연기를 주장했던 기호3번 진영 관계자는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치러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2005년 사업평가 및 결산, 조직혁신안의 안건의 경우 치열한 논쟁이 예상되는 데다, 지난 10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긴급발의됐던 안건들이 다시 발의될 것으로 보여 본격적인 선거안건에 들어가기까지는 장시간 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선거운동 중단의사를 밝힌 기호1번 이정훈-이해관 후보진영은 이날 회의에서 선거 안건에 들어가더라도 후보자 연설 등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하지만 지난 정기대의원대회처럼 KT노조 징계, 직선제 실시를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 영구제명 등의 안건을 발의하고 선거일정 무효 등의 주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기호3번 김창근-이경수 후조 역시, 지난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발의했던 직선제추진위 구성 등을 제안할 예정이다.

선거인단 축소…회의 참석률이 변수

기호2번 조준호-김태일 후보 진영이 1차 투표에서는 압도적으로 우세할 것으로 점쳐졌던 지난 10일 정기대의원대회 상황과 이번 대대 상황은 약간 다르다.

지난 16일 마무리된 대의원 및 선거인명부 변경 상황을 보면 지난 정기대의원대회에서 920명이었던 선거인단이 897명으로 줄었다. 이는 전교조가 36명의 대의원을 미선출처리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전교조가 지난 10일 이후 각 사업장에 새로 선출한 대의원들에 대해 중앙 의결기구 승인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미선출 처리되면서 대의원자격을 받지 못한 전교조 대의원들 중에는 기호2번 진영 지지자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조준호-김태일 후보조는 일정정도 손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 때문에 기호2번 진영 내에서는 전체 대의원 893명이 모두 투표에 참가한다면 1차투표에서 과반수 지지를 받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가 결선까지 갈 경우 박빙 승부가 예상되며, 임시대의원대회 당일 각 후보 진영이 얼마나 많은 지지자들을 참가시키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난 10일 대의원대회 파행을 지켜본 일부 대의원들이 21일 회의 참석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 선본진영은 회의 직전까지 대의원들에게 참가를 설득하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따라서 기호2번 진영은, 20일까지 확인된 참가 예상 대의원 명단을 봤을 때 전교조 대의원 명단 축소 부분을 충분히 메꿀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기호3번 진영 역시 대의원 명단 변경이라는 잇점에 더해, 대의원 참석 현황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회의 참가 대의원수와 함께, 회의장에 들어온 대의원들이 공방이 장기화되는 대회장에서 얼마나 인내심을 갖고 자리를 지키느냐도 각 선본 입장에서는 당락을 가르는 또하나의 요인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