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인사’ 논란 속에 임명된 이상수 노동부장관이 취임 직후부터 ‘거짓말’을 했다. 그것도 취임 후 첫 국회 업무보고장에 참석한 자리에서 똑같은 ‘거짓말’을 두번씩이나 했다.

이날 이목희 우리당 의원은 “언론보도를 보니까 이 장관이 내정자 시절 비정규직법을 서두르지 않고 대화를 통해 처리하겠다고 했다고 하는데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장관은 “노사관계 로드맵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한 적이 있지만, 비정규직법에 대해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은 "그럼 보도는 오보군요"라고 이 장관의 말을 받았다.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도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배 의원은 “노사정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비정규직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했다가, 얼마 뒤에는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고 물었다. 이 장관은 이때도 비슷하게 답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장관 내정자 신분이었던 지난달 4일 불교방송(BBS)에 출연해 비정규직법안과 관련 “가능하면 조속히 마무리지어야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조금 더 끌면서도 타협을 통해서 문제를 풀려고 한다”, “2월에 끝낼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충분하게 납득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식의 행정을 하지 않겠다”, “시간을 딱 못 박아서 2월, 이렇게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현재도 불교방송 홈페이지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당시 각 언론들도 “내정자가 기존 정부방침과 다른 말을 했다”며 대서특필했다. 이 일 직후 청와대는 장관 내정자들에게 ‘입조심’을 당부했고, 이 장관은 이후 청문회 당일까지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일체 거절했다.

취임 직후 첫 업무보고에서조차 이처럼 태연한 거짓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기억력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방송한 두 언론뿐 아니라 국내 대부분의 언론이 똑같이 보도한 사실을 ‘오보’로 만들어 버리는 능력에는 그저 감탄할 뿐이다. 이 장관은 역시 ‘유능한’ 정치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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