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파행으로 끝났다. 안건순서조차 확정하지 못했고, 지도부 보궐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연설할 기회조차 없었다.

총연맹 파견대의원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상경한 단위노조 대의원들의 자격논란이 나오기까지 행정적 처리 미숙, 매끄럽지 못한 의장의 의사진행, 정상적으로 선출된 대의원들에 대한 출입 저지 등이 종합적으로 빚어낸 결과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대의원대회 진행 과정에서 보여준 대의원 및 참관인들의 언행도, 정기대의원대회가 파행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민주노총의 현실을 보여줬다.

KT노조 대의원들의 회의장 출입을 주장한 한 대의원의 요구에 대해, 한 참관인은 “야 이 XX야, 이리 내려와 봐”라며 욕설을 섞으면서 비난했다. 개표를 위해 참관인들은 2층으로 올라가 줄 것을 요청하는 사회자에게도 참관인들은 공개적인 욕설로 일관했다.

대의원 자격이 상실된 것에 분노하는 대의원들은 대의원 접수를 방해하고 이를 저지하는 민주노총 사무총국 관계자에게 “진행요원 XX들이 어디서…”라며 욕설과 폭력을 휘둘렀다. 충돌 장면을 촬영하는 기자들에게도 폭력을 휘두르면서 사진을 강제로 지우게 했다. 보수언론사 기자들이 악용할 것이 우려되면 그런 빌미를 제공하지 않으면 될 일이었다.

한 대의원은 “민주노총의 2006년 사업계획을 확정하는 이 대의원대회에서 아무런 의결권을 행사하지도 못한다”며 “이후 민주노총의 지침을 어떻게 성실히 수행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하소연했다. 그 마음은 이해가지만 “앞으로 투쟁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은 거꾸로 협박성으로 오해받을 소지도 있다.

선거 연기 제안에 대해 “투쟁을 앞두고 지도부를 뽑지 못하면 누가 조합원들을 책임질 것이냐”는 주장에 대해 “네가 책임지면 되지”라고 소리치는 대의원도 있었다. 이 장면을 보고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는 대의원들도 있었다.

의장의 원활치 못한 의사진행도 문제였지만, 이를 두고 ‘노래방 도우미’로 비유하는 것도 위험천만한 발언이었다.

이처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등 의사결정기구에서의 비상식인 언행은 어느새 일반적인 현상이 됐고, 의결기구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XX"라는 욕설을 해서 회의까지 중단하고 사과를 받았다는 민주노동당의 지난해 대의원대회 장면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민주노총의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가 보여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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