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이라고 하면 아직도 ‘기업별노조’가 익숙한 현실에서 일반 사용자가 아닌 사용자‘단체’는 조금 낯설기도 하다. 하지만 경총, 전경련, 상공회의소 같은 단체들이 노동 관련 입법이나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존재가 드러나기도 했고, 최근 산별노조의 결성과 산별교섭의 활성화에 따라 교섭의 상대방으로서 사용자단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이사장 이원보)가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의 의뢰를 받아 <한국의 사용자단체 연구> 보고서를 펴냈고, 연구 책임자인 김영두 연구위원이 월간 <노동사회> 2006년 2월호에 보고서 내용을 요약, 정리한 글을 실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용자단체는 크게 경총, 전경련 같은 중앙사용자단체와 (가칭)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와 같은 산업별사용자단체로 나뉜다. 중앙사용자단체는 노사정위원회나 최저임금위원회, 기타 정책협의 및 자문기구에서 경영계를 대표하며, 산업별사용자단체는 산업별노조의 교섭상대방 역할을 한다. 사용자단체는 아니지만 대한병원협회, 은행산업연합회, 한국증권업협회 등의 사업자단체들이 직간접적으로 사용자단체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상자기사1 참조>

◇ 대표적 자본단체 전경련 =
전경련은 중소자본의 조직인 상공회의소와 달리 대자본들의 단체다. 1961년 군사쿠데타 발발 이전에 창립된 ‘한국경제협의회’를 근간으로 1968년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회원은 대기업과 주요 경제단체들. 2004년 말 현재 대기업 380여개(외자계 기업 15개사 포함)와 제조업, 무역, 금융, 건설 등 전국 업종별 단체 65개로 구성돼 있다.

주요 사업내용은 경제정책을 포함한 정부정책 개입, 기업이데올로기 확산, 노사관계 대책활동, 사회적 공헌활동 등이다. 정부정책에 대한 전경련의 입김은 상당한 수준이다. 매년 30~40개의 정책안을 정부에 건의하는데, 70% 가량이 정부에 의해 수용된다. 이 가운데 30%는 1년 내에, 40%는 약 3년 내에 수용된다. 정책로비 외에 정치자금 수수도 중요한 개입방법인데, 정치자금 조성은 설립 초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계속돼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계진출 및 정치활동 또한 활발히 이뤄졌는데,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독자정당 결성 및 대통령 후보 출마, 쌍용그룹 김석원 회장의 정계 진출 등이 잘 알려진 사례다. 또한 지난 16대 총선 당시, 후보들 가운데 노동 관련 인사 56명을 선정해 적극적 친노동계, 소극적 친노동계, 중립, 친재계 등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그 정보를 회원사에 제공하기도 했다.

노사관계 활동도 적잖다. 경제조사본부 산하의 ‘노동복지팀’과 ‘노동복지위원회’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주요 노동정책과제에 대한 대안 마련, 노사관계 로드맵 대책, 노사관계 성공모델 확산을 위한 사례 발굴·전파, 인사노무 개선사례 전파 등이 주요 사업내용이다. 경총, 상의 등과 함께 노사관계개혁위원회, 노사정위원회 등에 사용자대표로도 참여해 경총보다도 더 강경하게 대기업 사용자의 입장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반재벌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재벌 구조의 정당성과 기업 활동의 안정성 보장을 위한 기업이데올로기 확산 운동도 추진해 왔고, 소수 재벌의 이익 대변기구라는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운동’을 전개하고 있기도 하다.

◇ 대표적 사용자단체 경총 = 1970년 7월15일이 경총 창립일이다. 경총의 산파는 물론 2년 전 출범한 전경련이지만 무엇보다 노동운동의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 60년대 후반 면방쟁의, 조선공사쟁의 등 쟁의가 대형화하거나 장기화 경향을 띠자 불안감을 느낀 사용자들이 중앙사용자단체 결성을 서둘렀다. 이 과정에 당시 주요 수출산업인 섬유산업의 효과적인 노동통제를 위해 노사 간 협력과 산업평화에 사용자의 주도적 역할을 장려했던 군사정부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전경련은 1968~69년에 발생한 일련의 대형 노동쟁의를 계기로 1969년 10월 이사회에서 노사문제를 담당하는 독립기구를 설립키로 정식 의결했는데, 이것이 경총의 모태다.

2003년 말 현재 경총에는 305개 일반회원(주로 노조가 있는 기업회원), 13개의 지역경총(3천개 이상의 노조 있는 중소기업 가입), 52개의 업종단체(전경련,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병원협회, 은행산업연합회, 건설협회 등), 공공기관, 기타 유관단체 등이 소속돼 있다. 외형상으로만 보면 경총은 약 8만여 사용자를 대표하며, 조직률은 종업원 수 기준으로 20%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김영두 연구위원은 추정했다.

그러나 경총의 조직역량은 형식적으로 포괄된 기업 수에 비해 훨씬 취약하다. 일례로 경총의 연간 재정규모는 약 80억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110억원대의 전경련보다 작다. 또한 경총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미치는 단위가 ‘대기업 → 지방경총 → 기타 단체회원’의 순이다. 이는 경총의 재정을 300여개의 대기업들이 주로 담당하고 이들의 이사회 등 의사결정구조에서도 중심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요 이슈들은 경총 차원을 넘어 경제5단체장 회의를 통해 결정되며, 시급한 사안이 존재할 경우에는 ‘경제5단체 임원 + 주요 기업 임원’ 회의를 통해 소통과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

경총의 주요 정책은 기업별노조 체제 유지를 통한 협력적 노사관계 유도, 생산성 임금제, 노동시장 유연화 등이다.

흥미로운 점은 군사정부가 60년대에 산별노조체제를 노동통제구조로 선택했음에도 전경련과 경총은 기업별노조체제를 계속 주장했다는 점이다. 결국 이들의 정부에 대한 로비와 설득은 1973년과 1974년, 기업별노조를 가능케 한 노동조합법 개정, 그리고 1980년의 국보위 입법에 의한 기업별노조 체제의 강제로 현실화 됐다. 또한 제3자 개입금지, 노사협의회 등도 경총의 발의로 입법화됐다. 이와 함께 경총은 1976년부터 기업의 지불능력에 근거한 임금결정을 논리화한 생산성임금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경총 활동은 ‘노사관계 안정’에서 ‘인사관리’와 ‘노동시장정책’으로 초점이 이동했고, 1998년 파견법 제정, 정리해고제 도입 등 고용유연화 관련 입법에도 경총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


◇ 사용자단체 역할도 하는 전국은행연합회 = 1928년 설립된 전국은행연합회는 본래 그 설립목적에 노사관계 관련 기능은 명시돼 있지 않다. 금융기관 상호간의 업무협조, 금융문제의 조사연구, 은행업무의 개선, 신용정보의 집중관리 및 평가, 금융인의 자질향상, 복리후생의 증진 등이 주된 기능인 사업자단체다. 회원사는 8개 시중은행, 5개 특수은행, 6개 지방은행, 2개의 신용보증기관,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22개이며, 39개 외국은행 국내지점이 준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은행연합회가 노사관계에 관한 기능을 시작한 것은 2000년 결성된 금융산업노조가 산별교섭을 추진하면서부터. 그런데 은행연합회가 은행 사용자쪽으로부터 단체교섭권을 위임받게 된 데에는 금융노조의 요구도 있었지만 은행 사용자들도 은행연합회가 단체교섭권을 수임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집단교섭 방식이 비효율적이고 기관업무에 매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은행연합회는 2003년 3월에 노사협력팀을 꾸려 산별교섭의 책임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노사협력팀은 부장급 팀장 1명과 직원 4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금융 단체교섭에 대한 준비 및 조사연구활동을 담당하고 노사정위의 ‘금융구조조정 특별위원회’를 비롯한 금융 관련 노사관계 대책회의에도 참여하고 있다.

◇ 사용자단체로 특화된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 = 역사적으로 최초의 산업별 사용자단체는 1967년부터 섬유노조와 산별 단체교섭을 했던 일종의 사업자단체인 ‘대한방직협회’다. 하지만 이후 기업별노조체제가 일반화되면서 특화된 사용자단체가 결성되지 않았으나 2000년대 들어 산업별 교섭이 이뤄지면서 우선 금속부문에서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생겨났다. 지난 2002년 금속노조와 108개 금속 사업장 간에 맺은 기본협약에서 “금속노조 관계 사용자는 조속한 시일 내에 사용자단체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합의 이후 3년만인 2005년 9월 공식 출범했다.

금속 사용자단체 구성에는 일차적으로 노조의 압박이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미쳤다. 또한 사업구조 측면에서도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의 대부분이 중소사업장들이고 약 40% 가량은 자동차부품 사업장들로, 이들은 하도급 거래관계에 속박돼 있다는 특징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따라서 노사관계를 기업내부화 할 만한 역량도 충분치 못하고 90년대 중반 이후 원청 모기업들이 부품업체 노사관계 악화로 생산차질이 발생할 경우 그 비용을 부품업체가 스스로 부담토록 하는 등으로 통제방식이 바뀌자 분쟁을 사업장 외부로 돌려 생산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이를 수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월20일 현재 61개 회사가 입회신청을 마친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는 2005년 중앙교섭에 참여한 95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회원가입을 확대하고 있다.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는 △금속산업 육성을 위한 기술표준화 사업 △노사관계제도 연구 및 단체교섭지도사업 △인사노무관리제도 연구 및 교육사업 △금속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개발사업 △금속노조와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등 주요 사업을 지난 설립 총회를 통해 결정했다.

대기업보다 산업·업종, 지역 중심 편재 바람직

이같이 각 사용자단체를 분석한 김영두 연구위원은 “외국의 사용자단체들과 달리 배타적 경영권주의, 기업별노조주의에 대한 강한 집착, 사용자단체 내에서 대기업의 절대적 영향력 행사 등의 특징을 띠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하지만 이같은 사용자의 선호는 노동운동과 정부의 노동정책에 통해 바뀔 수 있다고 봤다.

우선 정부 정책상, 사회적 협의 활성화를 통해 중앙 노사의 노동정책 결정권이 더 확대되고 노동시장 및 사회정책 상의 일부 집행기능이 노와 사에 위임된다면 노조의 집중성과 함께 사용자단체의 형성과 집중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운동 역시 수출 및 재벌 부문의 대형 노조가 산별노조에 합류할 경우 산업부문별 사용자단체의 형성이나 경총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임은 분명하다.

이어 김영두 연구위원은 앞으로 사용자단체 위상의 변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우선 대기업 중심인 경총의 회원 및 의사결정구조를 산업·업종별 및 지역별 단체 중심으로 편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산업별 사용자단체 역시 이미 금속, 섬유 화학 등 노조가 있는 주요 부문에서 적게는 7~8개, 많게는 10여개의 사업자단체들이 존재하고 있고, 향후 이 부문에서 산별노조가 교섭을 추진할 경우 이들의 잠재적 교섭 당사자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업종별 틀과 업종별 단체에 대한 검토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자기사①> 사용자단체 vs 사업자단체
사용자들의 단체는 크게 2가지 유형이 있다. 제품시장에 관한 이해관계를 결집하는 ‘사업자단체(trade organization)'와 노동시장에 관한 이해관계를 결집하는 ’사용자단체(employers' organization)'로 분류된다. 통상 사업자단체가 사용자단체보다 그 수나 조직률이 더 높고 세분화된 영역에서 활동한다.


한편 최근 들어서는 사업자단체와 사용자단체의 통합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의 영국산업총연맹(CBI), 스웨덴의 스웨덴산업총연맹(SN), 일본의 일본경제단체연합(게이단렌) 등이 그 예다.

<상자기사②> 사용자단체 조직률, 노조보다 훨씬 높다
유럽의 경우…조직구조는 노조와 엇비슷
노동조합과 마찬가지로 사용자단체 역시 산업부문, 지리적 영역, 소유권(공/사 부문), 규모 등에 의해 결정된다. 물론 이밖에 철학적, 종교적 신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용자단체 연구를 담당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영두 연구위원에 따르면,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중앙사용자단체는 산업부문별 사용자단체와 지역별 사용자단체를 구성조직으로 삼고 있으며, 영국이나 한국 등 일부를 제외하면 중앙사용자단체에 개별 사용자가 직가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유럽의 경우, 사용자단체 조직률은 노조와 견줘 훨씬 높다. 김영두 연구위원은 “기존의 다원주의 노사관계가 신자유주의적인 성격으로 변질된 영국에서는 조직률 저하 경향이 뚜렷이 나타난 반면 분권화 경향에도 여전히 초기업적 교섭제도가 지배적인 유렵 대륙에서는 그러한 경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표 참조>


유럽의 사용자단체 조직률
국가중앙
사용자단체
사용자단체
조직률(%)
회원가입률 변화
(90년대 이후)
노조
조직률(%)*
노조가입률 추이*
(90년대 이후)
오스트리아 WKO100매우 안정적36.6지속 감소
벨기에FEB/VBO(72)매우 안정적52.9지속 증가
덴마크 DA, SALA, FA52안정적75.9안정
핀랜드TT/PT66/54뚜렷한 경향 없음78.7증가
프랑스 (CNPF)(75)  8.6지속 감소
독일BDA(73)감소24.1지속 감소
아일랜드IBEC60-52.3지속 감소
이태리 Confindustria51안정적30.9지속 감소
네델란드VNO-NCW90안정적22.0안정
노르웨이 NHO, HSH, FA 등58증가51.9안정
스페인CEOE(74)증가17.4안정
영국 CBI42 미만서서히 감소32.2지속 감소
자료: EIRO(2004). 조직률은 회원기업의 노동자 수 기준. ( ) 안 자료는 Traxler(2000). 김영두(2006), ‘한국의 사용자단체에 대한 검토’ 월간『노동사회』2006년2월호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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