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풍물소리가 거대한 고층빌딩 사이를 비집고 하이닉스-매그나칩 반도체 서울사무소 앞을 맴돌자 전국 곳곳의 금속노조 간부들과 조합원들이 하나둘씩 집결한다.

1년여째 대화의 자리조차 나오지 않고 있는 하이닉스-매그나칩 반도체에 '직접교섭'을 촉구하기 위해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대회 시작 전 각 지부 깃발을 들고 하이닉스-매그나칩 반도체를 에워싸며 흥을 돋는다. 이어 수원 <삶터>, 인천 <더늠> 풍물패가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의 승리와 2006년 금속노조의 투쟁의 승리를 기원하는 '비나리'를 불러제끼고서야 본대회가 시작됐다.

'하이닉스 매그나칩 직접교섭 쟁취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사진> 사회를 맡은 최용규 노조 사무처장이 1년여간 단 한번의 대화조차 나서지 않은 하이닉스-매그나칩 반도체 우의제, 허염 사장의 이름을 부르며 대화를 촉구하자, 800여명의 금속노조 조합원들도 함께 소리를 높였다.

이날 대회에 지부 상근간부들을 이끌고 부산에서 4시간을 걸려 올라온 차해도 부산지부장은 "2006년 금속노조의 포문을 열고, 하이닉스-매그나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반드시 공장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상경했다"며 "회사쪽이 계속 대화를 거부하면 2월 금속노조는 총파업을 비롯해 총력투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금속노조는 25일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하이닉스 문제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2월 투쟁계획을 제출, 김창한 위원장 단식, 총파업 등 강도높은 투쟁방법을 결의할 예정이다.

김창한 위원장도 이날 대회사를 통해 "지난해 1월12일 금속노조는 청주 하이닉스-매그나칩 정문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 시작도 함께 한 것처럼 이 투쟁의 마무리도 우리가 매듭을 지을 것"이라며 "비록 힘든 싸움이지만 포기하지 않는 하이닉스-매그나칩 조합원들이 있는 한 금속노조 역시 이들의 발걸음에 힘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 역시 "1년이 넘게 차별철폐, 정규직화 투쟁에 나서고 있는 동지들에게 진심으로 격려를 보낸다"며 "나 역시 국회의원이 아닌 금속노조 조합원으로서 여기 모인 동지들과 함께 조합원으로서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격려했다.

이에 대해 박순호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은 "벌써 1년 우리 조합원들은 이미 자본이 죽든 노동자가 죽든 결단을 내릴 때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제 하이닉스-매그나칩 자본은 더이상 버티지 말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우리 역시 장기간의 투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마지막 투쟁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 겨울이 끝나기 전 반드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800여명의 전국 곳곳에서 상경한 이날 금속노조 결의대회에는 14개 지부가 참여해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노동자들이 반드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다짐했다. 이날 대회에는 또 현재 투쟁중인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 GM대우차창원비정규직지회, 기륭전자분회, KM&I분회 등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을 비롯해 오리온전기 조합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특히 대전충북지부는 이날 하루 파업을 벌여 캄코지회, 대한이연지회 등 조합원들이 대거 참여해 연대의 정을 과시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금속노조를 믿고 가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민주노조 깃발을 당당히 들고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금속노조가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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