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10년 차에 접어드는 보건의료노조 건설에서 산별교섭에 이르기까지 온갖 굳은 일을 도맡아 해온 나순자 전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 그가 8년만에 다시 친정인 ‘이화의료원지부’로 돌아왔다. 당선 이튿날인 지난 13일, 이화의료원 동대문병원과 목동병원 2곳의 라운딩(현장 순회)을 마치고 돌아온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전 사무처장, 아니 이화의료원 지부장은 활기찬 목소리로 첫마디를 꺼냈다.

“머리카락이 희끗해진 옛 조합원들이 너무나 반갑게 맞이해줬다”며, “마치 친정에 온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라고 말하는 나 지부장의 얼굴도 이전보다 훨씬 편안해보였다. 지난 8년간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장으로서, 본조 사무처장으로서 ‘현장이 어렵다’는 지부장의 아우성(?)을 들어온 나 지부장의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

“현장에서 ‘희망’을 보다”

“중앙에 있을 때 정말 현장이 어렵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었는데 막상 현장에 와보니 ‘희망’이 보이더라고요. 선거운동 하면서 애정 어린 질타를 많이 받았어요. 노조가 ‘좀더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 ‘좀더 공세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서 믿음과 사랑은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특히 비정규문제와 관련해서 (정규직) 조합원들의 높은 관심과 바람은 민주노총 비정규투쟁, 집회현장에서 느꼈던 씁쓸함과 우려를 말끔히 지워버리게 하더라고 그는 전했다. “이화의료원 단협에는 3개월 이상 근무할 경우 정규직화라고 명시돼 있는데, 당선 후 현장을 돌아보니 1년이 넘도록 정규직 발령을 못 받은 조합원들도 있더라고요. 같이 일하는 정규직 조합원들이 ‘이들이 하루 빨리 정규직 되도록 힘 써 달라’고 신신당부를 해요.”

나 지부장은 “솔직히 민주노총 비정규 싸움과 관련된 파업을 조직할 땐 조합원들의 참여가 저조해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 대목에서 현장 조합원들은 참으로 건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장 조합원들은 바로 옆에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에 대해서 느끼는 필요성과 당위성을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멀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죠. 이제 남은 것은 ‘내부의 문제를 어떻게 전체의 문제로 확대할 것인가’, ‘사회적 문제를 나의 문제로 받아들여지게 할 것인가’의 숙제를 풀어야 할 때입니다.”

“현장 강화는 현장 간부 몫이 크다”

지난 2년간 산별교섭과 산별투쟁에 집중해온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현장강화’를 제1의 기치로 내걸고 있다. 이에 대해 나 지부장은 “현장강화의 첫 단계는 현장 간부육성부터”라고 강조한다. “중앙에 있을 때는 현장조직 강화에 대해 참 많이 고민했는데 현장에 와보니 그 길이 보이더라고요. 중앙간부 30여명이 4만명의 조합원을 일일이 만날 수 없잖아요. 현장 강화는 현장간부의 몫이 커요. 물론 중소병원이나 회사의 노무관리가 치밀한 지부는 예외일 수 있지만 현장 간부들이 현장강화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이 현장 간부를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과 교육에 집중해야 합니다.”

아울러 나 지부장은 조합원들이 산별노조에 대해서도 생각보다 깊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합원들이 처음에는 산별노조가 되면 뭐든지 다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었다고 해요. 그런데 막상 산별교섭이 진행되면서는 고민이 더 진지해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한 조합원이 ‘임금교섭은 규모별로 하고 산별교섭은 의료산업에 대한 큰 틀의 의제들을 다뤄줬음 한다’고 말하더군요.”

나 지부장은 그간 만난 조합원들의 말을 빌어 “보건의료노조가 의료산업에 대한 전망과 방향을 세우고 중장기적인 비전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말 연이어 가족을 잃어야 했던 아픔을 겪은 나 지부장은 “열심히 일하는 것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된다며, “현장감이 떨어졌다고 느낀 시점에 현장에 돌아와 다행”이라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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