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이 한국노총을 방문해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하는 따뜻한 시장경제를 만들겠다”며 “이를 위해 사회적 대타협에 노총 또한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같은 취지에 동의를 표하면서도 “비정규 법안과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처리 모습을 보면 정말 이 사회를 이끌어갈 리더들인지 의심을 간다”며 정부와 여당에 불만을 토로했다.

김근태 의원은 13일 오전 9시30분께 한국노총을 찾아 이용득 위원장과 백헌기 사무총장 등 지도부와 각 산별위원장들을 만나 이같은 뜻을 전한 뒤, “이번에 열릴 열린우리당 정당대회를 통해서 서민과 중산층과 함께 하는 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며 “관심과 참여, 열정적인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김 의원은 “행정부의 일을 끝낸 다음 국민들의 마음이 어떤지를 돌아본 결과 경제가 발전하고 일자리를 마련해 달라, 양극화를 해소해 달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새로운 경제발전과 성장을 위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자신의 이해관계를 주장하는 것을 넘어서 책임 있는 선택과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동단체들이 사회적 영향력이 크지만 최근에는 이 영향력이 반감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국민들이 노동계에 사회적, 국민적 의제에 대해서 자신의 이해관계를 벗어난 책임감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같은 일을 실천한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한국노총의 지난해 비정규 법안에 대한 결단이었다”고 한국노총이 수정안을 낸 것에 대해 높이 평가했으며 “그러나 노조운동 지도자들이 정말 우리 국민들이 요구하는 새로운 경제발전을 위해서 어떤 고민과 결단을 내릴 수 있는지 좀 더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시장은 발전해야 하지만 패자부활이 허용되지 않고 양극화를 부추기는 시장만능주의는 안 된다”며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하는 따뜻한 시장경제를 이뤄 선진국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모델로 핀란드와 스웨덴, 아일랜드 등을 꼽으며 “노동계와 경영계, 정당, 사회단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결단을 내림으로써 선진국에 진입하는 한편 국가경쟁력을 갖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을 적극적으로 참고해야 한다”고 사회적 대타협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다 떠나서 노동운동이 자기중심적으로만 지속돼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다”고 이같은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비정규 법안과 노사관계선진화 방안에 대한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태도에 대해서는 큰 불만을 표시했다.

이 위원장은 “정치권이 비정규직이 중요하다고 되뇌고 있지만 머리로만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처리되지 못한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하며 “한국노총은 큰 부담감을 갖고 상처도 많이 받으면서 수정안을 냈지만 이같은 결심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이게 바로 정부와 정치권의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에 허탈감마저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사관계선진화 방안을 입법예고 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은 지난해 이해찬 국무총리와의 약속마저도 정부가 어기는 것”이라며 “김근태 의원만은 이같은 상황을 알고 성숙된 자세와 정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앞서 김 의원은 이날 오전 8시께 민주노동당을 방문해 권영길 의원과 최순영 의원 등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장관 시절 최저생계비와 수가 인상 보장성 강화에 대해서 합의 처리를 해 내는 등 사회적 소타협을 성사시켰다”며 “민생이 어려운 만큼 경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민주노동당이 사회적 대타협을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역시 같은 주문을 내놨다.

또한 그는 “호남·광주는 민주당이, 영남은 한나라당이, 충청은 새로 만드는 국민중심당이 다시 석권을 하게 되면 또 다시 지역 중심의 정치질서로 재편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며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민주 대 반민주 구도는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큰 구상을 갖고 있다”고 민주노동당의 협조를 구했다.

이에 대해 권영길 의원은 지역중심의 정치질서 재편 우려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민주 대 반민주의 구상, 반한나라당 전선 구축이라는 내용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없다”며 “비정규직과 사회양극화 해소가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임을 분명히 했다.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을 사퇴하며 열린우리당 의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김근태 의원은 ‘서민, 중산층과 함께 하는 열린우리당’을 강조하며 비정규 법안 해결과 사회적 대타협을 촉구하기 위해 이날 민주노동당과 한국노총을 방문했으며 앞으로 민주노총, 경총, 중소기업협동중앙회 등의 단체들도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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