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부터,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제1정조위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독일인 강미노씨(30). 강미노씨는 Hannes로 시작되는 독일 본명 대신 한국식 이름인 강미노라는 이름을 쓰고 있었다. 실인즉 어렸을 때부터 미노라는 애칭으로 불리웠다고. 해서 강씨 성을 빌려 왔단다.

“한국말 하실 줄 아시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대충 하긴 해요.”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강미노씨는 당 정책위에서 외국 진보정당의 미래의제, 독일 통일과정 등 외국 사례와 관련된 보고서를 쓰면서 방학을 보낼 예정이다. 한국의 진보정당을 주제로 논문을 쓰기에 앞서 배울 겸, 일할 겸, 정책위에 책상을 마련한 것이다.

1994년 고등학교 졸업 무렵부터 한국을 매년 방문했고, 2004년 초부터는 학교에 다니고 있는 만큼 한국말이 유창한 것 못지 않게 한국의 정치, 특히 한국의 진보정당 운동과 관련해선 줄줄 꿰고 있었다.

"강령은 진보정당의 것"

외국의 진보적 청년, 한국의 진보정당을 연구하는 독일인의 눈에 민주노동당이 어떻게 비칠지 아니 궁금할 수 없었다. 우선 그는 민주노동당과 독일 녹색당을 자주 비교했다. 당 사람들이 주로 독일 사민당의 경우를 많이 인용하는 것과는 좀 차이가 있었다.

“진보당이라는 면에서 비슷하죠. (사민당보다는 녹색당과) 내용보다는 당의 형식과 구조에서 흡사한 점이 많습니다. 지향하는 가치에서야 사민당과 비슷한 면도 많지만, 독일에서 사민당을 진보당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요.”

민주노동당의 강령에 대해 그는 후한 평가를 했다. “정책과 강령을 봤을 때 유럽과 남미의 정당의 강령을 보면서 고심 끝에 구성한 것이라는 흔적이 보입니다. 모든 부분이 다 실천되고 있지 않지만 강령을 구체적으로 보면 ‘야, 이거 정말 진보정당이다’라는 생각이 들고요.”

반면 그는 “당 안의 정파싸움을 보면 안타깝다”고 한다. “현실에서 직면한 문제에 도움이 되는 것이 중요한데, (정파들의 논쟁을 보면) 그것과는 거리가 좀 있는 것 아닌가….”

지난 2004년부터 탄핵과 4·15 총선을 시작으로 지난 17대 국회의 전반을 관찰해온 그에게 “지난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묻자,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을 꼽는다.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봐요. 한국의 정치체제에서 아주 중요한 변화이기도 하고요. 다른 당은 다 비슷한 것 아닌가요. 굳이 다른 나라의 예를 들것도 없이, 국회의원들이 쉽게 당을 옮겨 다니는 모습은 상상력 밖의 일입니다. 민주노동당이 국회로 들어가면서 비로소 진정한 야당이 생겼고,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게 됐다고 봅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실 원내진출 직후 당의 거의 모든 인사들이 하던 이야긴데, 참 오랜만에 듣는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긋지긋하게 “위기”라는 말을 하고 듣는 요즘이다. 푸른눈의 강미노씨가 보기에, 4·15 총선의 의미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말이 작은 희망이 되길 바란다.

당직선거, 민감한 건 토론 안하더라

민주노동당에서 한창 진행 중인 당직선거에 대해 묻자 다소 엉뚱하게 느껴지는 대답이 돌아왔다. “후보로 나선 사람들이 (전에는 안 그러다가 후보가 되니까)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굵은 목소리를 흉내내며) ‘안녕하십니까’ 하면서 인사를 하고 다니는 모습이 좀 어색하더라고요.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아요. 그리고 후보들이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을 보니까, 예민한 문제는 토론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강미노씨의 부모님과 연수원지기로 유명했던 최정규 당원이 각별한 사이며, 진보정치연구소에서 일하는 이상호 연구위원이 정책위와 연결해 주었다고 한다. 독일에서도 5·18 민중항쟁 관련 행사와 송두율 박사 구하기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 활동해 왔다고 한다. 이웃해 앉아 있는 박철한 제1정조위 국장은 “가끔은 한국 사람보다 한국말을 더 잘한다는 느낌도 든다”면서 “대단히 겸손하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한다. 부디 강미노씨에게도 민주노동당에게도 좋은 인연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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