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눠먹기'식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 논란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 가칭 국민중심당은 4일 원내대표 회담을 갖고 광역의회 의결 사항인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권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넘기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이달 안에 공동 입법하기로 합의했다.

또 4인 이상 선거구를 분할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을 ‘4인 초과’ 시에만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있어 처리 여부가 불투명하다.

◇ 무엇이 문제인가 = 현행 선거법에는 4인 이상을 선출하는 선거구의 경우 선거구를 나눌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서울과 부산 등 각 광역의회에서는 이 조항을 악용, 민주노동당 등의 반발 속에 4인선거구를 2인선거구로 나눠버렸다.


이렇게 되면 4인선거구에서는 1~4위까지 당선되는 데 비해, 2인선거구가 되면 2위까지만 당선된다. 서울에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기초의회를 나눠 먹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한나라당 지지도가 높은 부산에서는 한나라당이 복수후보를 낼 경우 기초의회를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현상이 예상된다. 정당 지지도 3위인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울산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이런 이유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소속이 다수인 현직 의원들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지역별 선거구 획정위가 제출한 안까지 무시하며, 선거구를 갈가리 쪼갰다.<표 참조> 이 과정에서 경남도의회는 버스 안에서 본회의를 열어 ‘날치기’를 했고, 대구시의회는 새벽에 촛불을 들고 회의를 여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 개정방향은 = 이날 4당 원내대표들은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선거법과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공동발의 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공직선거법 제24조와 26조를 고쳐 기초의회 의원 정수를 중앙선관위 규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시도에 두고 있는 선거구획정위도 중앙선관위에 두도록 한다는 것. 또 ‘4인 이상일 경우 분할할 수 있다’는 조항을 ‘4인을 초과할 때에만 분할’하도록 개정하기로 했다.

◇ 이번 선거부터 적용되나 = 4당은 이번 지방선거부터 적용하기 위해 이달 중순에 공동발의 해서 이달 안에 입법처리하거나 늦더라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선거법 적용 시기에 대해서는 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의견이 엇갈렸다. 우리당은 “이번 선거에 적용하되 안 된다면 다음 선거부터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반면,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부터 반드시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급 적용 논란에 대해서 우리당은 “개정 선거법에 따른 선거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국회 입법으로 이 과정을 재조정하는 것 자체가 법리상 소급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선거개시일 4개월 전까지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돼 있어 국회가 1월 안에 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5월31일 치러지는 선거부터 적용하기 힘들어진다.

국회 등원을 거부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이같은 4당 합의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법 개정 추진이 정개특위 정신을 위배하는 정략적 선거구획정 의도라고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선거법 개정 합의는 장관 인사청문회와 더불어 한나라당 등원을 압박하는 또 하나의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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