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나 할인매장에 장보러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의 유니폼을 입은, 때로는 동일한 색깔의 앞치마를 두른, 20대 초반에서 40대 중반까지의 여성 판매직원들이 그들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들을 가리켜 ‘협력업체 직원’ 혹은 ‘프로모터’라고 부른다.

이들은 백화점이나 할인매장에서 직접고용 된 직원이 아니라, △△만두 혹은 ○○김치 회사에 고용돼 파견된 직원들이다. ‘협력업체 직원’이라는 명칭에서 드러나듯 이들은 협력업체에 고용된 노동자이기 때문에, 백화점이나 할인매장의 관리자들은 이들에게 청소나 매장관리와 같은 일체의 업무지시를 내릴 수 없다. 가령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 있는 △△만두, ○○김치, □□참치 판매대는 모두 별개의 독립된 업체 소속이며, 이 업체는 판매대 사용 대가로 할인매장 측에 일정액의 수수료를 지급하게 된다. 의류 판매대나 전자제품 판매대 역시 비슷한 경우다.

인건비 떠넘기려 ‘협력업체 직원’ 채용?

그러나 이들 ‘협력업체 직원’들은 ‘자신이 고용된 업체’와 ‘자신이 근무하는 매장’의 관리자들로부터 이중삼중의 관리 및 지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매장 관리자가 ‘협력업체 직원’에게 업무지시를 내리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이지만, 대부분 유통업체에서 관행적으로 업무관리 및 지시를 내리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매장의 입장에서는 필요 인력을 충원하고도 인건비 부담을 협력업체에 떠넘길 수 있게 된다. 고용에서 해고에 이르는 전 과정의 책임을 협력업체에 미루고 직원을 부리는 방식이다.

최근 까르푸노조가 입수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까르푸 본사가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접 관리해 온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물론 임금 지불 책임은 협력업체의 몫이다. 까르푸 본사 의류부에서 각 점포로 내려보낸 공문에는 ‘협력업체 직원’들의 인원과 급여액, 급여할당 내역까지 명시돼 있다. 특히 눈여겨 볼 점은, 까르푸 본사가 ‘협력업체 직원’의 급여를 지급하는 데 있어, 여러 협력업체가 일정비율씩 분담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협력업체 직원’ 한명의 월 급여가 90만원이라면, A업체가 10만원, B업체가 20만원, C업체가 15만원씩 나눠 지불하는 식으로 분담해 왔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임금을 분담해 지급하면, ‘협력업체 직원’을 채용한 업체가 어디인지 불명확해집니다. 가령 해당 노동자가 업무 도중 다치더라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 드는 상황이 연출되는 거죠.” 김경욱 노조위원장의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협력업체에 인건비를 떠넘기지 말고, 꼭 필요한 상시업무에 종사하는 판매직원들을 직접고용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은 업체에서, 업무지시는 매장에서


한편, ‘협력업체 직원’의 고용 및 업무지시를 둘러싼 논란은 대부분의 유통업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2001아울렛에서 근무하는 ‘협력업체 직원’들 역시 2001아울렛 관리자들의 주도로 선발된 이후, 협력업체에서 고용되는 절차를 밝고 있다. 이랜드노조의 한 간부는 “2001아울렛은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의 상한선까지 정해놓고 있으며, 미리 받아놓은 이력서 중에서 적당한 사람을 골라 협력업체에 소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협력업체 직원’들은 2001아울렛 정규직 직원들보다 장시간 근무하면서도, 임금 인상이나 복지 혜택 등에서는 제외되고 있다”고 전했다.

백화점도 사정은 마찬가지. 롯데미도파노조의 최병희 위원장은 “‘협력업체 직원’들은 휴식시간, 대기 자세, 표정관리 등 세세한 부분까지 백화점으로부터 지시를 받으면서도, 협력업체 대부분이 영세업체이기 때문에 주5일제 등은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유통업체 내 ‘협력업체 직원’들이 이중삼중의 관리감독 속에 열악한 노동환경을 강요받는 현실에 대해 “근로조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천호 서비스연맹 정책국장은 “매장(백화점)이 ‘협력업체 직원’을 직고용하는 것이 최선이겠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며 “매장(백화점) 정규직들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차별 받는 부분이나, 4대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부분 등에 대한 개선책부터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