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 ‘개띠’해가 밝았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 개는 인간과 함께 했으며 구박과 버림을 받더라도 기꺼이 자신의 몸을 희생하기도 한다. 배신하지도 않는다. 그렇다. 개는 부지런하다. 개는 활기차다. 개는 충직하다. 그 짖음이 힘차다. 올해도 만만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 비정규법안, 노사관계로드맵, 지방선거 등등. 올 한해가 예고한 길은 벅차고 힘겨울 것이다. 하지만 이들 ‘개띠’들이 있지 않나. 각자의 현장 속에서 신의와 근면과 그 특유의 기운차고 활달함으로 차별 없는 노동권 확보와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제 역할들을 해낼 것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올해의 주인공 개띠 11명으로부터 새해소망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 “노동자 건강권을 위해 복무하겠다”

이상윤(37)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 산업재해 예방과 노동자건강권 확보를 위한 정책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또 다른 직함도 갖고 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산업의학실장,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업국장. 직접 노동현장을 뛰며 노동자 검진을 하고 있다.

그는 현직 의사다. 산업의학 전공의. 1년에 3천명씩 의사가 배출되지만 산업의학 전공자는 고작 10명 내외다. 그만큼 돈 못 벌고 외면 받는 ‘전공’이다. “대학 시절 88년 문송면 사망, 91년 원진레이온 투쟁 등으로 노동자건강운동이 활발했어요. 저도 의과대학 내에서 자신의 전문성 갖고 노동운동에 기여·복무하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5월 울산건설플랜트노동자들이 28일간 국회내 35m 높이의 크레인을 점거해 단식농성을 벌일 때 그는 농성 노동자 진료를 위해 크레인을 홀로 오른 적이 있다. “무서웠어요. 어떻게 이런 곳에서 농성을 벌이거나 매일 일을 할 수 있을까. 노동자들이 존경스러웠지요.”

그는 올해에도, 앞으로도 자신의 위치에서 노동운동 발전과 노동자 건강을 위해 복무하고 싶단다. “각광 받지 못하는 일이어도 좋습니다.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접점에서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연윤정 기자>

<정택상 진보정치연구소 연구위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희망"

▲ 정택상 진보정치연구소 연구위원

“지방선거에서 당이 좋은 결실 맺어서 쑥쑥 크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정택상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 연구위원(70년생)은 당이 정국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6자 회담이 결실을 거둬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것이 올해의 가장 큰 소망이라고 말했다.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은 늘 바라는 것이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라도 당이 잘 되고 나라가 잘 돼야 한다는 것.

연구소에서 ‘평화·군축·통일’ 분야를 맡고 있는 그는 올해 ‘한반도 군축의 쟁점과 과제’라는 과제를 들고 씨름을 벌여야 한다. 2살과 3살 난 두 딸을 둔 ‘아빠’이지만, 평화군축과 통일, 민주노동당에 온 관심이 쏠려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는 올 상반기에 평화군축 보고서를 ‘탄생’시킬 계획이다.

정 위원은 곧 대학원에 진학한다. 연구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선택한 곳은 경남대 북한대학원. 대학원 생활과 연구소 활동을 다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지만,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까지 부지런해지기로, 이미 각오했다. 지난 97년 국민승리21 정책위 부장으로 일하기 시작, 당과 인연을 맺은지 어언 햇수로 10년째, 정 위원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지켜보자. <조상기 기자>

<이상학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수세적인 노동운동 극복됐으면”

▲ 이상학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노동운동이 너무 수세국면이다. 잘 극복해 나갔으면 좋겠다.” 지난 1년여 동안 민주노총 정책실장, 정책연구원장을 거치며 중직을 맡아 온 이상학 원장의 새해 소망은 역시 노동운동에 대한 고민과 연결됐다. 또 이 원장은 “지난해 이맘 때에 시를 쓰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뤄지지 못했다”며 “노동운동하는 이들이 바쁜 것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좀더 여유를 갖고 운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책연구원장으로서 소망도 있다. “민주노조운동, 민주노총에게 필요한 과제를 내오는 것이 정책연구원 역할이다. 하지만 지난1년 동안 얼마나 이 역할을 충실했는지 의문이다. 이 스스로 공부를 하고 연구원들도 확대되서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

지난 1년 여동안 가장 슬펐던 일은 “사람이 싫어질 때였다”고 한다. 각종 비리사건, 대의원대회 폭력사건 등 민주노총 내에서 일어났던 각종 사건을 가까이에 지켜봐야 했기에 어느날 갑자기 사람이 싫어진다고 느꼈을 때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가장 기뻤을 때는 “아침에 일찍 일어났을 때”라고 한다. “사람이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계획대로 일이 된다는 얘기다. 밝아오는 아침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지 않은가.” <김학태 기자>

<이원영 최순영 의원실 보좌관> "과거 잊고, 다시 펄펄 날아야죠"

▲ 이원영 최순영 의원실 보좌관

“37살이 된 올해, 저 스스로에게 던진 화두가 있는데요. 바로 ‘과거를 잊자’는 것입니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실에서 보좌관으로 일하는 이원영씨. 그는 이러저러한 고민거리들을 훌훌 털어내고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살자는 뜻으로 ‘과거를 잊자’는 다짐을 되새기는 중이란다.

“70년생 37살 개띠. 직장에서는 중간허리, 결혼을 했다면 아빠이자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기대 받는 나이잖아요. 어찌 보면 혼란스러운 나이일수도 있지만, 또 달리 생각해보면 해야 할 일이 많은 나이이기도 한 것 같아요. 또 한번의 도약을 위해, 호흡을 고르고 있는 중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직장인 그는, 새해에는 당의 새 지도부가 잘 꾸려져서 지자체선거가 잘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안고 있단다. 더불어 국회 교육위 소속 의원을 보좌하고 있는 만큼, 새해에는 기필코 ‘급식법’이 개정되길 기대하고 있으며, 지난해 어려움을 겪은 전교조가 빨리 정상화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털어 놓았다.

그렇다면 이원영 보좌관의 개인적인 소망은 무엇? “얼마 전에 둘째 아이가 태어났어요. 두 아이와 아내, 우리가족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고요. 주변의 모든 이들이 다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구은회 기자>

<이동익 화섬연맹 조직쟁의실장> “개띠 여러분, 대형사고 한번 치자구요”

▲ 이동익 화섬연맹 조직쟁의실장

“지난해는 연맹 내에서 중요한 일을 맡으면서 정말 열심히 하고 싶었는데 욕심만큼은 안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지난해를 반성삼아 올해는 계획을 세심하게 세우고 꼼꼼하게 실천하고 싶어요.”

이동익 실장은 지난해에 비정규관련 투쟁과 장투사업장 투쟁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전했다. “연맹 내에서는 대성가스 비정규직 투쟁이 있었고, 사회적으로도 비정규 싸움이 컸잖아요. 하지만 비정규 법안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못한 점은 정말 아쉽죠.”

2006년은 화섬연맹과 화섬노조가 본격적으로 분리되어 사업을 펼치게 된다. 이미 중앙 사무처에 대한 구분은 마쳤다. 앞으로는 일과 방식, 내용이 서로 각각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때문에 2006년은 산별노조를 강화하고 조직적으로 확대하는데 온 힘이 실을 생각이다.

“2006년 내에 연맹 해산 결의를 하고 산하 노조가 전부 산별노조를 중심으로 모이는 것이 제 꿈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동익 실장의 한마디. “70년 개띠는 아직 사고를 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나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우리 나이대가 사회적 지위나 역할, 책임도 실력 이상으로 많이 지고 있거든요. 개띠 해가 돌아온 만큼 개띠들이 더 큰 사고를 칠 수 있도록 기대해 주세요”  <김미영 기자>

<정일봉 보건의료노조 여의도성모병원지부장> "개처럼 건강하게 뛰어다녀야죠"

▲ 정일봉 보건의료노조 여의도성모병원지부장

여의도성모병원 정일봉 지부장은 짧은 인터뷰 속에서도 '건강'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언급하며 강조했다. 올해 건강을 챙기지 못해 고생을 많이 한 탓이다. 지난 해를 보내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건강을 챙기지 못한 점을 꼽았다.

하지만 지난 2002년 CMC(카톨릭중앙병원) 장기파업 여파로 노조활동도 많이 위축되고 어려운 점들이 많았는데, 지난 2004년과 2005년을 지나오며,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보건의료산업 산별교섭이 채 마무리되지 못하고 해를 넘기게 된 점은 가슴이 아프다. 정 지부장은 “병원 산별교섭이 이제 두 번째인데, 튼튼하게 자리 잡지 못한 거 같아서 걱정이 많이 된다”고 걱정했다.

정 지부장의 올해 계획 역시 첫 번째가 ‘건강’이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건강 챙기기에 신경을 많이 쓸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챙기지 못한 가족들에게도 아낌없이 투자하렵니다. 그것이 여의도성모병원지부와 보건의료노조가 발전하는데 ‘시너지’효과가 되지 않겠습니까?”

끝으로 정일봉 지부장이 남긴 ‘개’ 예찬론. “개띠 해인만큼 개처럼 건강하게 뛰어다닐 생각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개가 몸에도 좋잖아요. ‘달리는 산삼’이라는 말이 괜히 붙겠어요?” <김미영 기자>

“노총각 딱지 반드시 떼겠다”<마성희 전남동부경남서부건설노조 사무국장>
▲ 마성희 전남동부경남서부건설노조 사무국장



올해로 꽉 찬 36살이 되는 마성희 전남동부경남서부건설노조 사무국장. 이미 몇년전부터 노총각 반열에 오른 그의 소원은 두말할 나위 없이 ‘결혼’이다. 어느 해부터 가족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결혼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그 역시 평생 함께 해줄 반려자가 필요하다는 것.

“몇차례 ‘선’이라는 것을 보기는 했는데, 건설노동자에 대한 편견과 노조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거부당했다”고 말하는 마 국장은 올해는 무슨 일이 있다하더라도 노총각 딱지를 떼고 ‘결혼’을 쟁취할 생각이다.

그렇지만 조건은 있다. “평생 먹고 살 걱정 안 시킬 자신도 있고, 빨래며 설거지, 청소까지도 모두 도맡아 하겠다”는 그는 “아직 6년밖에 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발 딛고 있는 건설현장에서 하는 노동운동을 이해해주는 자상한 분이면 좋겠다”고 이상형을 밝혔다.

올해 역시 척박한 건설현장에서 노조 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그. 울산·포항·여수 플랜트노조와 함께 하반기 힘 있는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마 국장은 남동생과 전남 광양에 살고 있다. 다소 무뚝뚝해 보이는 생김새와 다르게 살갑고 따뜻한 '1등 신랑감'이라고 주위 동료들이 한 목소리로 전한다. <마영선 기자>

<박종석 현대차비정규직노조 조합원> "정당했던 투쟁 제대로 평가받기를"

▲ 박종석 현대차비정규직노조 조합원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현대차 울산공장 5공장 탈의실에서 농성을 벌였던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불법파견 철폐투쟁단. 8개월의 긴 시간을 이들과 함께 했던 박종석(24) 조합원은 지난해 1월18일 농성 시작과 함께 해고됐다. 그렇다면 그이의 올해 소원은 정규직 전환이 거나 일터로 돌아가는 것일 거라고 믿었던 기자의 추측은 빗나갔다.

박씨는 “현대차가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고 그렇다면 당연히 정규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지만 8개월의 시간동안 오히려 우리의 투쟁이 과도하게 매도되었고 그간의 투쟁조차도 무의미한 것으로 호도됐다”며 “2006년엔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고 희망한다. 당시 80여명에 달했던 5공장 농성자들은 현재 생계 유지를 위해 잠시 ‘투쟁’을 접은 상태. 일부 조합원들만 서울 여의도 ‘비정규권리보장입법’ 투쟁에 결합하고 있다. 박씨 역시 농성을 접은 이후 지금은 ㅎ중공업에서 5공장 형님과 함께 일하고 있다. 올해 불법파견투쟁단이 다시 투쟁에 나서면 하던 일을 멈추고 결합하겠다는 그다.

최근 로또를 사기 시작했다는 박씨는 1등이 아닌 2등 정도만 당첨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 병환으로 누워 계신 할아버지가 쾌차하기를 바라는 24살 욕심없는 박종석씨의 소원이다. <마영선 기자>

<김나랑 KTX 여승무원> "철도공사 정규직이 되고 싶어요"

▲ 김나랑 KTX 여승무원
"철도공사의 정규직이 되는 게 새해 소망이에요." 철도노조 조합원인 KTX 여승무원 김나랑씨의 나이 올해 25, 82년생이다. 지난해 2월 대학을 졸업하고, 5월 한국철도유통에 입사해 철도현장이 첫 직장인 셈이다.

"대학 때부터 항공사 승무원을 준비하다 KTX에도 승무원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아무래도 항공사 승무원은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기 때문에 KTX 승무원이 체력적으로 부담도 없고, 장점이 많을 것 같아 입사하게 됐죠."

김씨는 승객들을 대해야 하는 직업적 특성상 성격도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만이 없는 것도 아니다. "철도공사는 KTX가 핵심 사업이고, KTX의 핵심은 승무원이라면서도 정작 그 핵심은 철도공사 소속으로 해주지 않아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일이죠."

바로 철도공사가 아닌 한국철도유통의 계약직으로 채용돼 있는 것이 견딜 수 없는 것. 그래서 무엇보다 이루고 싶은 새해 소망 또한 철도공사의 정규직이 되는 것이다. 또 개인적인 소망은 예쁜 이름을 지어준 부모님이 모두 건강하고, 하는 일이 다 잘됐으면 하는 것. <임지혜 기자>

<경총 최재황 정책본부장> "노사관계도 '오뉴월 개팔자'처럼"

▲ 최재황 경총 정책본부장

"개인으로 보나 노사관계로 보나 2006년은 '오뉴월 개팔자'처럼 편안한 한해였으면 좋겠습니다." 최재황 경총 정책본부장은 지난해 휴가를 단 하루도 못썼단다. 아시아나 사태가 끝나면 잠깐 쉬려고 했는데 새로운 사건이 '뻥뻥' 터지면서 결국 놓쳐버렸다. 그렇게 바삐 보냈으니 당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을 성 싶었다.

"그게 뚜렷이 기억에 남는 게 없네요. 노사정 이슈가 많았는데 별로 기여한 게 없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77학번 법학 전공인 최 본부장은 경총 근무가 올해로 23년째다. 산전, 수전, 공중전 끝에 묵직한 정책본부장 자리에 앉았지만 마음은 별로 편치 않다.

"외부에서 우리를 사측 대변자로 보는데 이는 50점짜리 답입니다. 기업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고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게 나머지 50점입니다. 직원들에게도 늘 '맹목적 대변자'가 되지 말고 올바른 개선방향을 찾으라고 주문하곤 합니다." 최 본부장은 노사정 가운데 가장 안바뀌는 곳이 '노'인 것 같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임금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던 정부가 이제는 간섭을 많이 줄였고, 기업도 '가부장적', '봉건적'이란 말과 점차 멀어지는데 '노'는 변화의 흐름에 둔감해 보인다는 것. "노사 모두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이기주의를 버리면 노사 상생에 가까워지지 않겠습니까?" <최중혁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