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매일노동뉴스> 선정 올해의 인물 1위에 선정됐다. 2위와 3위에는 각각 김대환 노동부 장관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선정돼 지난해와 비교해 2, 3위 순서만 바뀌었을 뿐, 1, 2, 3위에 같은 인물들이 선정됐다.

이는 올해 비정규법안 협상을 포함해 김태환 한국노총 충주지부장 사망, 긴급조정발동에 따른 양대노총 노동위원회 탈퇴 등 어느해보다 노정관계가 급박하게 돌아갔고, 악화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의 주요인물로 이수호 위원장을 꼽은 사람은 전체 응답자(165명)의 92.8%에 해당되는 154명. 지난해 2월 공식 취임한 뒤 단식농성과 삭발, 투쟁과 교섭의 병행 강조 등으로 2004년 10대 인물 1위에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올해에는 위원장직에서 물러나면서 1위로 선정돼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 3월 사회적교섭방침과 관련한 대의원대회가 잇달아 폭력사건으로 얼룩지고, 10월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 비리사건에 따라 지도부 거취를 놓고 심각한 내홍이 발생하면서 이수호 전 위원장의 발언과 결정은 노동계 안팎의 지대한 관심을 모았다. 또 지난 4월 비정규법안을 위한 노사정대화에 복귀하고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의 단식농성 벌이는 등 10월 사퇴할 때까지 노사정 관계 및 노동계 주요 이슈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83.1%) 역시 양대노총이 퇴진운동을 벌이는 등 악화된 노정관계의 핵심에 있었다. 지난 4월 비정규법안 국가인권위 의견에 대해 “잘 모르면 용감하다” 등의 발언으로 노동계와의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어 6월 고 김태환 충주지부장 사망에 대해 “나와는 무관한 사건” 등의 발언 진위 공방, 보건의료노조 직권중재 등으로 노동계의 사퇴 압력을 받았다. 또 지난 10월 노동부의 비정규직 통계 실수로 인해 곤란에 처하기도 했다. 노동계로부터 끊임없이 퇴진 요구를 받았던 김 장관은 1월 예정된 내각개편에서 교체될 것이 유력해 보인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75.3%)은 이수호 전 위원장과 함께 비정규협상 기간 동안 단식농성에 나서는 등 비정규법안 관련 노정관계를 주도해 나갔다. 특히 고 김태환 지부장이 사망한 뒤 노동부 장관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이는 등 한국노총 사상 찾아보기 힘든 강경한 투쟁을 벌였다. 상반기 비정규법안 노사정 교섭에서는 민주노총과의 공조를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반면, 하반기에는 민주노총의 반발을 무릅쓰고 전격적으로 수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4위에는 4~6월 비정규법안 협상을 주도한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65.1%)이 선정됐다. 차기 노동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5위에 오른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62.7%)은 지난해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주목을 받은 뒤, 올해 최저임금법개정을 주도하고 비정규법안을 제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반기 비정규법안 국면에서도 사유제한 도입 등을 주장하면서 국회 법안 논의과정 핵심에 서 왔다.

올해의 인물 5위부터 10위까지에는 고 김태환 한국노총 충주지부장(46.4%), 노무현 대통령(42.8%),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41.6%), 전재환 민주노총 비대위원장(29.5%), 구권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의장(24.7%)이 차례로 선정됐다.

이밖에도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권영길 민주노동당 임시대표, 권오만 한국노총 전 사무총장, 김영길 공무원노조 위원장, 이수영 경총 회장이 차례대로 11위부터 15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매일노동뉴스>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는 2001년에는 단병호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 2002년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2003년 김주익 열사, 2004년 당시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선정된 바 있다.

‘기억을 되살리도록’ 60여명 <보기> 제시
‘올해의 인물’ 이렇게 선정됐다…비정규직 활동가 이름 등장하기 시작
‘올해의 인물’을 묻는 올해의 설문방식은 예전과는 다르게 시도됐다. 우선 10대뉴스에 걸맞게 보다 많은 10대인물 선정을 요청했다.


기존에는 생각나는대로 답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막상 ‘그냥은’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응답자들이 주요인물을 놓치는 경우가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올해는 10명의 인물을 요청하면서 모두 60여명의 인물을 <보기>로 제시했다. 물론 이는 편파적이지 않도록 또한 ‘기억을 되살리도록’ 노·사·정·공익 고르게 분포했다. 그럼에도 응답자들이 꼽아준 ‘올해의 인물’을 보면서 주요인물을 포함시키지 못했음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10위권 안에 든 인물 외에 11~20위까지 민주노동당 노회찬, 권영길 의원, 권오만 전 한국노총 사무총장, 김영길 공무원노조 위원장, 이수영 경총 회장, 이수일 전 전교조 위원장, 조승수 전 민주노동당 의원, 김금수 노사정위원장,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 권재철 전 청와대 노동비서관(순위별)이 각각 꼽혔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주목받는 인물들이다.


올해는 특히 비정규직 활동가들이 상당수 꼽히기도 해 노동운동의 달라진 지형을 보여주었다. 구권서 전비연 의장이 10위권 안에 든 데 이어 고 류기혁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조합원(21위), 안기호 전 현대차비정규직노조 위원장(26위), 고 김동윤 화물연대 조합원(30위), 박해욱 울산건설플랜트노조 위원장(30위), 박정훈 현대하이스코지회장(36위) 등이 그들이다.


또한 노동현장에서 활동하다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이들도 응답자들은 기억했다. 고 류기혁 조합원, 고 김동윤 조합원에 이어 고 민한홍 화학노련 부장, 고 정종태 전 재능교사노조 위원장 등이 그들이다.


이밖에도 <보기>에서 제시하지 못한 인물들을 응답자들은 ‘올해의 인물’로 주목했다. 아노아르 이주노동자노조 위원장, 박대규 건설운송노조 위원장, 황우석 교수, 나지현 여성노조 위원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강신호 전경련 회장, 그리고 ‘비정규직’등을 꼽았다. 다만 올해는 교차분석을 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노·사·정·공익은 각각 어떤 인물들을 주요 인물들로 꼽았을까?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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