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26일 국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국회의장과 국방부장관에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26일 전원회의를 열어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헌법 19조의 양심의 자유 중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강제당하지 않을 자유’에 포함되며, 따라서 헌법이 보장한 양심의 자유의 보호범위 내에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헌법 19조의 ‘양심의 자유’와 39조 ‘국방의 의무’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대체복무가 있다”며 ‘대체복부 판정기구 설치’ 등 구체적 방안까지 제시했다.

한편, 인권위의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에 대해 정치권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환영’, 열린우리당은 ‘아직 때가 아니다’, 한나라당은 ‘엉터리 결정’이라는 반응으로 요약된다.

먼저 민주노동당은 27일 오전 공식 논평을 내고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원칙적 해답을 제시하고, 양심의 자유는 국가비상사태에서도 유보될 수 없는 최상급의 기본권임을 확인한 결정”이라며 “민주노동당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도입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인권위 결정에 대해 “논리적인 판단이지만, 국민정서와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한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병헌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27일 구두논평을 통해 “분단 상황에서 사회적, 법률적 문제와 함께 국방 의무의 형평성 문제를 포함해 시간을 갖고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아울러 ‘양심적 거부’라는 표현대신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라는 표현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반대 의견을 고수해온 한나라당은 “국가기관이 이런 엉터리 결정을 내린 것은 유감”이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은 “남북이 대치돼 있는 상황에서 병역의무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며 “대체복무는 통일 이후에나 검토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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