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경위는 27일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불참한 가운데 우리당, 민주당, 국민중심당 재경위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8·31부동산대책 후속입법의 핵심법안인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날 회의는 한나라당 소속 박종근 재경위원장이 사회를 거부함에 따라 우리당 간사인 송영길 의원이 국회법 제 50조5항에 따라 사회권을 행사해 열렸다.

우리당이 회의진행을 거부한 한나라당 소속 위원장의 사회권을 넘겨받아 법안을 처리한 것. 그렇다면 환노위에서도 재경위와 유사하게 우리당 제종길 의원이 ‘위원장 직무대행권’을 행사해 비정규직법을 처리할 수 있을까. 우리당은 “사회권을 넘겨받아서라도 처리하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는데, 이 발언의 현실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현실화의 첫째 열쇠는 사회권을 가지고 있는 이경재 환노위원장이 쥐고 있다. 이 위원장은 ‘사회권’과 관련해 한번도 공식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최근 관련 주장을 전해 듣고 동료 의원들에게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권을 우리당에게 넘겨 줄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사회 거부 방식은 간단하다. 이 위원장이 의장석에 앉아서 교섭단체간 의사일정 협의를 요구하며 회의 진행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우리당이 회의 소집을 요구하더라도 이런 방식을 통해 넘어갈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를 회의 진행 거부로 볼 것인지를 두고 또 논란이 일겠지만, 논란을 하고 있을 시간이 부족하다. 12월 임시국회는 30일 사실상 폐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종부세법은 재경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이지만, 비정규직법은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법안소위 위원장은 우리당 소속 우원식 의원이다. 법안이 법안소위를 빠져나오지 못하면 상임위 전체회의로 넘어올 수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설령 우 위원장이 소위 토론 종결을 선언하고 전체회의로 법안을 넘기려 해도, 이 위원장이 상임위를 열지 않으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


다음 열쇠는 민주노동당이 쥐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법 여당안에 반대한다. ‘사유제한 수용’을 마지노선이라고 밝혀 왔다. 이를 수용하지 않은 채 우리당 단독으로 표결처리에 들어가면 ‘결사적’으로 막겠다는 방침이다. 저지하는데 ‘질서유지권’을 동원하면, 예산안을 다루는 30일 본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까지 했다.

한나라당이 등원을 거부한 가운데 민주노동당이 30일 본회의에 불참하면 우리당이 '필수안건'으로 꼽은 예산안과 종부세법안 처리가 모두 무산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당이 이런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비정규직법 강행처리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사회권을 넘겨받아서라도 처리” 발언들은 비정규직법 처리에 대한 우리당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할 뿐, 현실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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