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사 3년차인 한 친구 얘기다. 노동절(5월1일)을 얼마 앞둔 어느 날 물어볼 게 있다며 전화가 왔다. 노동법상 우리 같은 건축설계사들은 노동절날 쉴 수 없냐는 것이었다. 물론 쉴 수 있다고,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모든 노동자들은 쉴 수 있다고 답했더니 아주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며칠 뒤 친구의 목소리는 풀이 죽어있었다. 사장한테 우리도 노동자로서 쉬어야 한다고 말했더니, 사장이 "너희들은 364일 노동자이지만 노동절 하루만은 아티스트야"라며 버럭 화를 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

이같은 사장'들'이 들으면 천인공노할 아티스트 즉, 예술단원들로 꾸려진 세종문화회관노조(위원장 이용진)가 해고자 복직과 노조탄압 중지 등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인 지 60여일이 지나고 있다. 이들은 "오디션 성적부진 등을 이유로 노조간부 9명을 해고한 것은 부당한 노조탄압"이라며 이들은 전원 복직시킬 것을 요구하면서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제237회 정기연주회가 예정된 오는 15일 또다시 공연파업에 나설 방침이다. 정기연주회를 하지 않는 대신 관객들을 위해 열린 음악회를 가질 이들의 모습에서 예술가라고 해서 노동자의 기본 권리마저 빼앗길 수 없다는 의지를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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