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등원 거부로 국회가 ‘개점 휴업’에 들어간 가운데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민생현장을 찾는 등 원외 활동에 열중하고 있다. 어차피 한나라당이 장외투쟁 일정을 밝힌 주말까지는 당분간 국회를 열기 힘들 것이므로, ‘짜투리 시간’을 활용하자는 뜻이다.

특히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등이 민생현장을 앞다퉈 찾는 것은 정치권이 민생법안을 제쳐둔 채 ‘정쟁’에 몰두한다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누그러뜨리고, 사학법을 매개로 이념 공세에 주력하는 한나라당을 간접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장외투쟁 선언이 서민의 가슴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며 “우리당은 안으로는 국회 정상화와 민생입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밖으로는 민생현장으로 달려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겨울 민생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세균 우리당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의 한 경로당을 찾아서 주부와 대화 시간을 가진데 이어 13일에는 경기 포천의 한 군부대를 방문해 군 장병들의 발을 씻어주는 행사를 가졌다. 14일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주최하는 ‘사랑의 열매’ 전달식에 참석하고, 연말 불우이웃 돕기 생방송에 출연했다. 15일에는 서울시내에서 구세군 자선냄비 체험 행사를 가지고 18일에는 영화인들과의 간담회도 연다.

민주노동당도 14일 전남 폭설지역을 찾아 주민들을 격려하고 지원대책을 논의했다. 권영길 대표는 이날 박준영 전남도지사를 만나 폭설피해지역에 대한 ‘특별재해지역 선포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또 민생현장 방문 중에 비정규직 법안 처리와 관련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법안 심사 중간보고를 하고, 농민, 철거민들과도 간담회를 열 방침이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수석부대표는 “국회 공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민생현장을 방문하고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14일 전남지역 방문 결과를 설명하며 “민생을 돌보자는 민주노동당의 제안에 동참하지 않으면 민생정당 운운했던 한나라당은 ‘민생사기정당’을 비판받을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조속한 등원을 촉구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사학법 개정의 부당성을 호소하며 이틀째 장외투쟁을 이어갔다. 13일 명동과 서울역 등지에서 거리집회를 가진 한나라당은 14일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자리를 옮겨, 사립학교법 개정안 반대 시민 선전운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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