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9.18 수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데스크 제작노트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킨다는 것
  • 김지예 서울신관중 교사(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 승인 2005.12.15 15:34
  • 댓글 0
지난 일요일 아침, 조용히 TV를 시청하던 사람들은 평소와 다른 긴장감을 느꼈을 것이다. TV 화면 하단에 뜬 뉴스특보예고 자막으로 인해 모처럼의 아침 프로에 몰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대한항공조종사 파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파업 첫날부터 긴급조정권 발동을 노래했기 때문에 예정된 수순을 밟겠다는 것은 그리 새로운 뉴스거리도 아니었다.

지난 한 달간 우리가 배운 것들

▲ 김지예 서울신관중 교사(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그런데도 마치 언론은 국가재난사태라도 난 듯이 호들갑을 떨며 노동부장관의 중대발표를 예고해댔고, 10시 정각부터 기자회견을 생중계하기 시작했다. 장관은 무겁고 긴장된 표정으로 긴급조정권 발동을 선포했다. 그의 표정과 발표문의 내용은 마치 계엄령이나 전쟁선포를 연상케 했으며 국가적 재앙을 막아내기 위한 엄숙한 결단으로 그려졌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아마 그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이제 장관이 나서서 우리사회의 악의축이며 근심거리인 파업사태를 해결한다니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그런 조작을 위해 언론은 매일같이 국가경쟁력 훼손과 천문학적 손실을 읊어댔고, 조용한 일요일 아침에 그러한 쇼를 연출한 것일 터이다.

그 순간, 윤리논쟁에 휘말린 황우석 교수의 기자회견 장면이 떠올랐다. 지금은 연구성과의 진위논쟁으로 주제가 바뀌었지만 지난 한달 우리 사회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었던 논쟁의 한 중간에 그도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새튼 교수가 결별을 선언하고, 미즈메디 병원장이란 사람이 나타나 난자 기증자에게 대가를 지불했다는 고백이 나오고, 황우석교수의 연구실로 들어간 난자 중에도 그렇게 채취된 것이 있는데, 그 사실을 황우석 박사가 인지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PD수첩에서 난자제공 의혹이 방영되고 서서히 무언의 의혹과 압력이 황 박사에게 쏟아지자 그는 결국 연구원의 난자기증이 사실임을 고백하면서 모든 직책을 사퇴하고 연구원 신분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힌다.

배아줄기세포라는 생명공학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 희망이 너무 컸기에 그의 좌절을 보는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 역시 엄청난 것이었다.

‘글로벌 스탠다드’는 누가 지켜야 하나

그러나 이러한 대가를 치르면서 우리가 배운 것이 있다. 황우석 교수가 기자회견을 하던 날 그는 말했다. 연구원의 난자를 기증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솔직히 몰랐다고. 몇년전 무슨 국제회의에서 체결된 국제협약인데 그걸 읽어본 사람은 사실 우리 의학계에 거의 없을 거라고. 그러나 이제 이러한 사태를 겪으면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깨우치는 계기가 되었으니 이제라도 참으로 다행이라고 말하며 그는 떠나 잠적했다.

진위논쟁이 시작되기 전의 1막은 그래서 나름대로 멋있었다. 배웠으니까. 모든 국민이 한 가지 지식을 더 알게 되었으니까. 생명윤리의 세계적 기준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 난자는 기증되어야지 사고팔아서도 안 되며, 연구원의 것은 기증받아서도 안 된다는 것.아픈 만큼 우리사회도 성숙해지는구나 했다.

그런데 도대체 노동부장관은 뭔가.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키지 못했음을 솔직히 고백하며 책임지는 황우석 박사와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에 긴급조정권이란 폭거를 서슴지 않는 노동부 장관은 어찌 그리도 다른가? 노동권에 대한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켜야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한국정부가 헌법에 보장된 파업권을 부정하고, 노사자율의 원칙을 해치는 필수공익 사업장의 ‘직권중재’가 폐지되지 않아 OECD 가입국 중 유일하게 “특별감시대상국”으로 지정된 지 벌써 8년째이다. ILO 보고서에는 해마다 한국정부가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상세한 보고가 실려 있다. 그 사실을 한국정부만 모른 척한다.

생명윤리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키는 것이 의학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처럼, 노사가 공존하기 위한 ‘노동기본권’에 대한 ‘글로벌 스탠다드’ 역시 지켜져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서어기니 지키도록 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몫이다.

김지예 서울신관중 교사(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labortoday@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지예 서울신관중 교사(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