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간 지방과 중앙이 분리될 수도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윤정환 지부장은 공무원 사회의 내부 분열에 대해 많이 걱정했다. “목소리 큰 사람이 대장이고 대장에 반기를 들면 다 나쁜 놈이 되는, 그런 사회가 되면 안 됩니다.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나를 따르지 않으면 어용’이라는 잘못된 논리가 만연한 것 같아요. 조합원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되 따로따로가 아닌,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엮어주는 게 노조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면서 그는 공무원노조의 단일화를 이야기했다. 어떻게든 뭉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나눠지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그의 이런 말 속에는 현재 공무원 노동자들의 양대 상급단체, 즉 공무원노조(전국공무원노동조합)와 공노총(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간 갈등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묻어 있다. 지방공무원-중앙공무원 간 갈등까지 포함해서.

올 2월 4명의 후보가 출마한 직장협의회 회장 선거에서 윤 지부장은 ‘노조전환’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당선 후 공약을 실행에 옮겼다. 보건복지부 직원들은 지난달 17일 투표를 통해 직협에서 노동조합 전환을 결정하고 상급단체로 공무원노조를 선택했다. 중앙행정기관 중 10번째 노조 전환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마음고생도 심했다.

“상급단체 결정을 위해 전공노, 공노총 양쪽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약자인 노동자들이 거대한 정부와 싸우려면 대동단결해야 하는데 양쪽 다 그런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분리돼 있으면 그만큼 역이용 당하기도 쉬운데….”

그는 노조 전환 직후 홈페이지에 축하의 글보다는 답답한 마음이 담긴 글을 올렸다. “내 편에 서지 않았다고 해서 도에 지나친 비판을 한다면…. 궁극적으로는 우리 모두 함께 해야 하기에 앞으로 전환할 노조에 대해서는 전공노든 공노총이든 힘든 결정을 했다고 생각하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사실 이제 막 노조 전환에 나선 공무원 노동자들은 사회 모순을 목청 높여 외치는 투쟁전사보다는 명절 때 덕담 건네는 먼 친척의 이미지와 좀더 가까운 면이 있다. 윤 지부장도 철학이나 노선에서 양 극단보다는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을 중요히 여겼다.

“자유주의, 자본주의 하에서 어차피 경쟁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문제는 ‘어느 정도’ 경쟁할 것인가인데요, 지금의 시장극단주의는 도를 넘어선 것입니다. 윈-윈을 위한 경쟁이어야 하는데 지금의 살생경쟁은 우리를 파멸로 이끌 뿐입니다.” 경쟁은 인정하되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창조적 파괴를 위한 경쟁이어야 한다는 것. 김근태 장관 취임 이후 강하게 추진된 성과평과제(팀제) 도입에 대해서도 그는 이런 상식으로 접근했다.

그는 총무과(현 혁신인사기획팀)에서 공식 용역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민간기관들을 직접 돌아다니며 ‘성공적 팀제 정착을 위한 제언’이라는 30쪽 분량의 보고서를 제작, 팀제 도입의 원칙을 제안했다. 그가 제안한 팀 구성원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 없애기, 직위해제를 위한 단순한 인사 없애기, 내적 역량 강화 없는 무분별한 경쟁 없애기 등은 이후 팀제 도입 과정에서 거의 다 반영됐다.

윤 지부장은 공공성을 추구해야 할 공무원들이 지나친 경쟁에 뛰어들었을 때 국민들이 입을 피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공무원들의 성과측정이 계량화 되면 이해당사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야 할 국가정책이 요식절차를 거쳐 시급히 결정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왜냐하면 ‘나 있을 때 입법시켜야’ 하니까요. 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청와대 어느곳 할 것 없이 제3자가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이면 그 인사는 합리적인 겁니다. 공무원들의 창조적 파괴는 인사고과, 근무평정 등 기존의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기만 해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지요.”

결국 중요한 것은 제도를 이리저리 바꾸는 것보다 사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일 터다. 아울러 그는 공무원을 변화시켜야 할 대상으로 보지 말아 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제한된 예산, 인프라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공무원은 운동가와 달리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현실’을 볼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

그러나 그는 중앙공무원 노동자들의 ‘사용자 의식’에 대해서는 비판의 날을 세웠다. “국가정책을 시·도로 뿌리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특성상 말로는 노동자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사용자 의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힘이 듭니다. 하지만 우리는 공무원노동자로서 하나이고 그런 면에서 제가 작은 역할이나마 맡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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