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여성노조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여성노조가 4일 성명을 내 “반드시 비정규법은 연내처리 돼야 한다”며 “입법내용이 최선이 아니더라도 입법 자체가 무산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냈다. 여성노조는 지난 4월 비정규법 교섭 시에도 ‘비정규노동자 보호와 차별해소를 위한 조속한 입법을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강력히 자기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대노총이 각각 다른 입장을 내놓는 민감한 국면에서, 왜 이같은 공식적 입장을 내놓게 됐는지 나지현 여성노조 위원장<사진>을 5일 만나봤다.

“비정규직 중심의 입법이어야”

“사실 저희는 같은 입장을 계속 견지해 왔어요. 지난 4월에도 짧지만 같은 주장을 했고요. 지난 비정규법 논의과정을 보면 정작 비정규 노동자 중심으로 논의되지 않았어요. 현실 개선을 위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비정규 노동자만 죽어갔지요. 미흡한 수준이라도 빨리 타결하고 이후를 준비해야 합니다.”

나 위원장의 지적은, 현장은 비정규 보호와 차별을 해소해 나가기 위한 법적 근거가 절박한 상황인데도 ‘누구도 비정규 노동자 입장에서 서지 않고 보호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비정규직만 급증하고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만큼은 입법자체가 무산돼선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하겠다는 게 여성노조의 입장이다.

실제 어디 회사는 3개월마다 반복계약 되기도 하고, 해고사유가 ‘일을 잘 못하기 때문’이란 주관적인 경우 등 법적 근거가 전혀 없어 무차별적으로 사용되는 게 현실이란 것.

그렇다면 여성노조가 제시하는 비정규법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무엇일까. 여성노조는 △기간제 사용기간 2년 제한 뒤 무기계약 간주 △파견제 2년 제한 뒤 고용의제, 불법파견시 고용의제를 두되, 대신 소급적용을 제외하고 경과기간을 둔다 △산전·후 휴가 기간 중 계약해지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 마련 △차별시정은 노조가 청구의 주체가 돼야 △특수고용직보호방안은 내년 상반기 입법돼야 한다는 것 등으로 요약된다.

“한국노총의 선택, 용기 있다”

얼핏 보면 ‘한국노총안’과 비슷하다. “예, 비슷한 것 맞습니다. 기존의 쟁점은 한국노총안에 동의하고 빠진 점은 보충했습니다. 한국노총이라고 내부 반대가 없었을까요? 솔직히 비정규 노동자의 절박성을 중심으로 둔다면 한국노총의 선택이 좀더 용기 있었다고 봅니다. 얼마 전 시민사회단체안도 한국노총안에 손을 들어주기도 했고요.”

나 위원장은 지금 중요한 것은 차선이라도 최대한 빠르게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란다. 그래야 현장에선 그것을 ‘동력’으로 투쟁하고 조직하고 차별해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침 한국노총이 결단을 내렸고 여당도 긍정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지금의 시기를 놓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에 용기있는 결단을 촉구했다. 나 위원장은 “민주노총도 법안이 더 하향되지 않기 위해 방어막을 치고 투쟁하고 있다는 것 압니다. 하지만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막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전체 비정규노동자를 아우르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멋있는’ 법안이라도 지금이 아니면 의미 없습니다.”

“입법 뒤 투쟁, 또 투쟁하자”

나지현 위원장은 법적 근거를 마련 뒤 이후를 준비하자고 말했다. 무슨 의미인가. “생각해보세요. 현실적으로 비정규직은 이미 절반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비정규직의 고용형태는 빠르게 바뀌고 있고요. 2~3년 뒤엔 또 바뀔 겁니다. 법안을 지금 잘 마련해도 사용자는 어떻게든 빠져나가고 새로운 고용형태를 만들어낼 겁니다. 때문에 부족하겠지만 (지금처럼) 함부로 비정규직을 써선 안 된다고 브레이크를 거는 법안을 마련하고 이후 국민적 합의를 통해 보다 강력한 보호법안 마련을 위해 나서야 합니다.”

더이상 ‘저지투쟁’만 하다가 최악의 법안(파견제)을 통과시키고 문제만 악화되는 상황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입법 뒤 곧바로 이 법(기간제, 파견제)에서 배제되는 간접노동자인 도급, 용역, 그리고 특수고용노동자 등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 마련에도 신속히 나서야 합니다. 어떤 법안이든 (통과돼도) 현장에선 줄기차게 요구하고 싸우고 버텨야 합니까요. 투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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