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익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지난 1996년 정부투자기관노련 위원장으로 당선된 이후 4선 연임을 해 왔으며 지난해 공공노련 통합 이후 총괄위원장을 맡는 등 공공분야 노동운동에서 잔뼈가 굵은 노동운동가다. 그가 지난 10월 한국노총 상근부위원장으로 임명돼 기획조정과 정책, 교육선전 업무를 맡게 됐다. 장 위원장은 5일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하고 중장기적 계획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노동운동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며 “정책노총으로서의 한국노총의 위상을 정립하는 데 최선을 노력을 기울이며 그것을 준비해 나가는 부위원장이 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공공노련의 총괄위원장이라는 중대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이를 떨치고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으로 올라 왔다. 공공노련은 현재 차기 선거에 들어간 상태다. 물론 공공노련이 통합한 이후 1년이라는 짧은 임기를 맡았기 때문에 통합노련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더 있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술은 새로운 부대에 담으랬다’고 조직이 새롭게 시작한 만큼 새로운 젊은 후배들이 맡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실 공공위원장으로서 너무 오래 일을 해 왔다. 10년 이상을 노동운동을 하면서 능력있고 훌륭한 간부들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조직적으로도 ‘내가 이들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공공노련 선거를 앞두고 ‘통합 공공노련이 아직 어려운 만큼 일을 더 해야 한다’는 의견도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노총에 상임부위원장으로 올라올 때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과 논의도 하지 않고 혼자서 고민하고 결정해서 올라왔다. 협의를 했다면 아마 올라오지 못했을 것이다.”

‘공공노련 위원장을 더 해야 한다’는 후배들의 권고보다는 ‘아직 통합노련이 어려운 시기를 다 벗어나지 못했는데 무책임하게 떠나는 것 아니냐’는 질책이 더 무서웠던(?) 장 부위원장이다. “그런 말을 들었다면 아마 올라오지 못하고 선거를 준비했을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그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노동운동의 철학을 갖은 유능한 후배들이 다음 공공노련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산별위원장 때 고민, 부위원장 역할로 풀어보겠다

이와 함께 공공의 산별위원장을 하면서 가졌던 한국노총의 발전 고민들을 제대로 풀어보자는 뜻도 있었다. 정책노총으로서의 위상 정립, 노총이 가야 할 노동운동에 방향에 대한 고민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했다”는 것이다.

10여년이 넘는 노동운동 경력을 가진 장 부위원장이지만 아직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으로서는 1개월이 조금 지난 ‘초보’다. 아직은 “분위기 파악 중”이라고 웃으며 말을 아꼈던 장 부위원장은 “교육선전과 정책, 기조 업무를 맡은 만큼 이들 간부들의 도움도 많이 필요하다”고 부탁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각 본부장 및 간부들과 식사를 하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게 그가 업무에 들어가며 시작한 첫 일이다. 그러나 그 역시 노동운동의 경험이 많았던 만큼 만만치는 않다. “기존 질서를 헝클어 놓는 수준이 아니라면 변화가 필요한 부분에서 메스를 들이밀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기도 하다.

장 부위원장은 아직은 ‘분위기 파악 중’이긴 하지만 공공노련과는 다르게 경직돼 있는 한국노총의 분위기가 조금은 불편하다. 이것 또한 앞으로 장 부위원장이 바꿔내야 할 부분이다.

“조직의 힘은 화합된 분위기에서 서로 자유스럽게 의견을 나눌 수 있을 때만 나온다. 그래야만 일에 대한 의욕도 생기고 성취욕을 달성할 수 있다. 또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조건들이 갖춰지고 한국노총의 발전도 담보할 수 있다.”

한국노총에서 상임부위원장으로 활동한 지 약 1개월이 조금 지났지만 이런 부분이 장 위원장에게 아쉽기만 하다. 사무총국에서 일하는 간부들이 열심인 것을 알고 있지만 내부적인 화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데는 미흡함이 없진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이 간부들의 탓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임원들이 간부들을 대하는 태도들이 먼저 많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장 부위원장의 생각이다. 노동운동의 선배이자 한국노총 임원이기 전에 같은 동지로서 간부들을 바라볼 때 조직은 화합하고 단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서비스노련과 공공건설노련, 정투노련에서 각각 일하던 사람들이 지난해 공공노련으로 통합한 후 업무 방식이 서로 맞지 않아 한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총괄위원장을 맡았던 장 부위원장은 이같은 방식으로 이를 극복해냈다. “사람을 진실하게 대해준다면 누구나 함께 하려고 한다”는 것이 장 위원장이 전한 말이다.

“조직화합 위해 임원들이 먼저 바뀌어야”

“지난달 23일이 바로 공공 3노련이 공공노련으로 통합한 지 꼭 1주년 되는 날이다. 통합할 때 여러가지 우려도 많았고 걱정도 많았다. 단위노조가 아닌 노련이 통합하는 것은 참으로 큰일이었다.”

처음 통합하고 나서는 한 5~6개월 서로간의 불만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이같은 불신들은 많이 사라졌다는 게 장 부위원장의 평가다. 우선 통합된 조직 간의 불협화음을 없애기 위해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였고 다음에는 전문직과 조직 출신 간부들의 갈등을 폭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했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진실하게 대해주는 것”이 조직을 조기에 안정화시키고 정착시킨 힘이었다.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위원장의 권위로 해결하기보다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민주적으로 해결하려고 했으며 상대방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함으로써 위원장과 간부가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 이야기를 풀어 왔다는 것.

장 부위원장은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의 자리를 옮겼지만 이 생각만큼은 변함이 없다.

“여성과 남성 등 성별과 차장과 본부장 등 직급이 있고 파견자와 전문직 등 입장도 다르지만 여기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냥 ‘한 식구다’라고 생각하다면 문제는 더욱 쉽다. 물론 가족끼리도 싸울 수 있고 부딪치는 부분들도 있다. 그러나 나의 입장에서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선택할 때 오히려 문제는 더욱 잘 풀릴 수 있다. 내가 비록 임원이고 부위원장이지만 간부들과 의견이 상충되는 것이 있을 때 꼭 그 간부가 내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그 사람이 왜 의견을 달리할까, 왜 불만을 갖게 됐을까를 생각해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진할 필요가 있으며 그런 분위기를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대화상대로 인정하는 분위기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장 부위원장은 자신이 선배 노동운동가 혹은 한국노총 임원이긴 전에 한 명의 평범한 ‘사람’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한 많은 경험들은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하지만 오히려 그 경험들이 자신을 가두어 놓는 ‘우리’가 될 수가 있다. 관행적으로 해 왔던 일들이 경험적으로는 일을 푸는데 합리적인 방식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지 못하고 일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다.

“나이가 많으나 적으나 각자의 위치에서 고민하고 일을 푸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함께 공유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는데서 문제는 발생한다. 아무리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도 자기가 맡은 일에서는 자기의 고민이 있고 이에 따른 실천이 있다. 그럼에도 이같은 고민과 의견들이 권위에 의해, 경험적 관행에 의해 무시된다면 조직은 발전할 수 없다. 그 사람의 말이 맞으면 내가 생각을 고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노동운동은 결국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실패하면 그 또한 실패하기 마련이다.”


“기업들도 살기 위해 발전전략 고민하는데, 노동계는…”

또한 한국노총 중앙은 그 위상에 걸맞게 조직된 조합원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전체 노동자를 위한 일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장 부위원장의 생각이다. 특히 법안 입법 활동은 조직된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비조직된 노동자들까지 함께 적용받는 것을 감안해,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그것은 바로 한국노총이 ‘정책노총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다.

“문제가 이미 발생했는데 뒤늦게 뛰어들어서는 해결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단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와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을 구분하면서 그에 맞는 대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필요가 있다. 한국노총이 전체 노동자들을 위해 먼저 법안을 제시하고 국회와 정부를 대상으로 이를 추진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랬을 때만이 한국노총의 조직률 또한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같은 일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장 부위원장은 아쉽기만 하다. 기업들도 살아남기 위해 발전전략을 고민하는데 노동운동은 미래를 보지 않고 하루하루를 근근이 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노동운동이 변하고 있는가, 혹은 변해가고 있는가. 변하지 않는 것은 퇴보하기 마련이다.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하고 중장기적 계획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노동운동의 미래는 없다. 그것을 이제는 한국노총이 정말 준비해 나가야 할 때이다.”
물론 ‘미래는 준비하는 노동운동이 필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 말을 ‘책임질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는 사람’은 ‘말을 하는 사람’보다는 적다. 또한 ‘위치에 있는 사람’보다는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더 적은 게 현실이다. 공공노련 총괄위원장에서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장대익 부위원장이 후에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지는 전적으로 그의 몫일 것이다. 그러나 그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고 그것을 책임지고 실천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으며 그 의지 또한 밝힌 만큼, 그만큼의 한국노총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정치기획단장 맡은 장대익 부위원장…“독단적인 결정은 실패의 지름길”

“그 안에 우리가 앞으로 논의해야 할 과제들이 다 담겨 있었다. 그동안 한국노총의 정치방침은 상부에서 결정해서 하부에 이를 주입시키는 방식으로 진행해 왔고 그래서 실패해 왔다. 또한 이같은 과정들이 반복되다 보니 정치기획단 내에서도 ‘결국 논의해서 안을 내봤자 결정과정에서 뒤집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이제는 과거 한국노총의 정치방침 결정 및 실행과정에서 겪었던 경험들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이전 경험처럼 상층단위의 독단적인 결정이나 특정세력에 의해 정치방침이 결정된다면 한국노총의 정치 강화 전망은 없다. 그렇게 되지 않게 하는 것이 나에게 부여된 역할이다.”


그런 그는 한국노총 정치방침 결정 역사상 가장 비판을 많이 받고 있는 녹색사민당의 부대표였다. 지난 2004년 총선에서의 한국노총의 행보는 상층 지도부의 독단적인 결정과 실행 과정에서 오류를 그대로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여전히 꼽히고 있다. 물론 그 과정의 핵심에 있었기에 반성의 목소리도 크다.


“녹색사민당은 사실 준비되지 않는 당이었다. 나도 참여한 사람으로서 반성을 하고 있다. 충분하게 준비되지 않았고 상층부 위주의 결정이었기에 하부조직에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은 당을 만들고 말았다. 상층부와 하부조직이 단절돼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한국노총 조합원이지만 녹색사민당이 한국노총이 참여한 당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데 어떻게 투표에 참여하겠는가. 선거시기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게 당이다. 이같이 상층부와 하부단위가 괴리된 정치방침은 한국노총에서는 없어야 한다는 게 내 의견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기획단에서는 한국노총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단위노조 등 하부조직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보는 것이 일차 목표다. ‘시간이 급하다’고, ‘현실적 조건이 안 된다’고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간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 부위원장은 한국노총의 정치방침 논의는 단기적 과제와 중장기적 과제로 나눠서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2006년 지방자치단체 선거 등 당장 정치 일정들이 눈앞에 닥쳐오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한국노총의 대응 및 준비 태세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단기적 이익을 위해 큰 것을 잃는 우를 범하는 것은 지난 경험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의 정치위상 강화는 점차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한국노총의 정치세력화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여야 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준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장 눈앞에 정치일정들이 다가오고 있지만 이를 준비하기 위해 녹색사민당 같은 우를 범한다면 한국노총의 정치방침 논의는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이는 앞으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각 조직 간의 협의를 통해 구축해야 한다. 또한 그것이 곧 한국노총의 정치위상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지난해 녹색사민당의 패배 이후 다시 시작되고 있는 한국노총의 정치세력화 실험이 ‘새로운 희망을 찾는 계기’가 될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이 될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그러나 녹색사민당의 부대표까지 맡았던 장 부위원장의 밝힌 지난 경험의 반성과 앞으로의 계획을 통해 본다면 ‘녹색사민당의 실패’가 반드시 ‘한국노총 정치방침’의 모든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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