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부산을 2시간40분만에 완주하는 꿈의 열차 KTX는 철도공사의 자랑거리이자 자부심이다. 그러나 정작 KTX 여승무원들에게는 KTX는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KTX를 타면, 상냥하고 예쁜 차림의 여승무원들이 승객들을 반겨준다. 그러나 그들은 철도공사의 직원들이 아니다.철도공사와 KTX승객서비스업무위탁 도급계약을 체결한 (주)한국철도유통의 계약직 노동자다. 민세원 KTX 승무지부 지부장은 이렇게 말한다.

"지난해 4월1일 KTX 개통을 앞둔 1월 공개채용으로 철도유통에 입사했다. 입사설명회 때 철도유통 사장과 승무본부장 등은 우리가 1년 단위 계약직이지만 무늬만 계약직이고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전원이 정년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KTX 여승무원들은 자신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2년여 일해오면서 같은 KTX를 타는 철도공사 정규직 승무팀장과 자신들의 대우가 다르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고, 사쪽의 비인간적 대우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사쪽은 12월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선별재계약'이라는 무기를 꺼내들었다.

철도유통은 철도공사로부터 도급계약비로 KTX 승무원 1인당 248만5천원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30%가 관리비, 70%가 인건비이다. 이에 따라 승무원들은 1인당 174여만원을 받게 돼 있지만 실제 이들이 받는 임금은 120~130만원에 불과하다. 업무수당과 직무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고, 기본급만을 통상임금으로 한정시켰기 때문이다. 또 연월차 수당과 휴일수당을 모두 쓴 것으로 가정해 12개월을 분할해 174여만에 포함, 연월차 등을 쓰게 되면 그 금액을 공제하기 때문이다. 연차를 쓰거나 휴일에 근무를 안하게 되면, 임금은 계속해서 줄어든다.

민 지부장은 또 "노조에 요구해 단협을 확인해 봤더니 수습기간의 급여는 80%를 받게 돼 있었고, 상여금도 300%였음에도 지금까지 사쪽은 수습기간 급여 70%, 상여금 200%만을 지급해 왔다"고 지적한 뒤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했더니 사쪽은 철도산업노조와 단협을 체결한 것은 2004년 12월이라며, KTX 승무지부는 올해 1월 가입해 해당이 안된다고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 철도유통이 가져가는 관리비 30%에는 여승무원들에 대한 피복비 등이 포함돼 있지만 올해 입사한 2기는 퇴사자들의 유니폼을 지급받았으며, 수선비 등도 모두 사비로 충당해야 했다.

민 지부장은 철도공사 역시 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철도공사는 직접 사업을 해야 함에도 인건비를 아끼려고 승무원을 계약직으로 뽑고 게다가 위탁까지 줘 모든 책임을 위탁사업장에 전가하고 있다. 사업계획서 한 장 없이 잘할 수 있다는 말 한마디만을 믿고 철도유통에 KTX 승무 업무를 맡긴 것이다. 이 문제를 일으킨 원흉이라고 봐야 한다."

철도유통은 구 홍익회로 판매업무를 주로 담당했던 곳이다. 승무업무를 해 본 경험이 없기때문에 지난해부터 KTX 승무원들의 교육은 철도공사에서 도맡아해 왔다. 그러나 올해초 불법파견 문제가 지적되자, 철도공사는 교육은 물론 같은 KTX를 타는 철도공사 정규직 팀장에게 열차 내에서 업무 지시를 내리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결국 한 열차내에서도 철도공사 직원과는 대화도 제대로 못하게 됐고, 간단한 한마디로 시정할 수 있는 것들조차 추후에 시정요구서가 회사쪽으로 전달된다. 또 사쪽은 이를 빌미삼아 조합원들에게 '선별재계약'을 얘기하고 있다. 결국 KTX 열차 내의 업무 분담과 권한 등이 이원화됨으로 인해 벌어진 혼선 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승객이 받게 되는 것이다."

이에 KTX 여승무원들은 철도공사 직접고용 및 정규직 전환, 체불임금 즉시 지급, 부족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철도공사 직접고용을 위해 철도산업노조 탈퇴와 민주노총 철도노조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철도공사에서 KTX 승무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하므로 우리도 철도노조에 가입하는 것이 맞다. 또 철도공사도 이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KTX의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도 승객들을 직접 대하는 여승무원들에게 권한과 책임, 자부심과 긍지, 희망을 주면 KTX는 충분히 발전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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