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이란 무엇인가? 바닷속에서 용접작업하는 노동자? 보통 노동자보다 임금을 특수하게 많이 받는 노동자?

군대에서는 ‘특’자가 붙은 군인들은 뭔가 다르게 본다. 보통 군인보다는 전투력을 더 높게 평가받는다. 일반적이지 않다는 의미에서 더 나은 질,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지기도 한다.

노동자에게 ‘특수’란 더 많은 차별, 더 많은 고통이 따른다는 뜻이다. ‘특수’란, 법을 적용하지 않고 맘대로 부려먹을 수 있는 노동자로 굳어져 있다.

우리 연맹에 특수고용노동자로 일컬어지는 노동자들이 있다.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이다. 이전에 아이스크림 영업노동자, 가스렌지 수리서비스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들어 투쟁한 사례도 있다.

이들은 과연 노동자가 아닌가?

대법원 판례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또는 도급계약이든 그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쓰여 있다. 또한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내용 결정을 사용자가 하는지 △직접적인 지휘·감독 여부 △근무시간, 장소 지정과 구속여부 △근로자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체하는지 △보수에 관한 사항,비품·원자재·작업도구 소유여부 등을 포함해 10가지 조항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기준을 가지고 법원은 학습지회사나 골프장에서 이들 노동자에게 하는 업무지시, 교육, 징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학습지 교사는 위탁계약의 의무 이행과정의 일환이어서 직접적인 사용종속관계 아래서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제공을 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경기보조원의 경우 골프장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부수적으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일 뿐이므로 역시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법원은 물론이고 회사도 노동자성을 부정하기 위해 노력을 다한다. 2001년 교섭을 거부하는 회사를 상대로 학습지노조 대교지부에서 ‘단체교섭응낙가처분’ 낸 적이 있다. 회사는 단체교섭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증거를 만들기로 했다. 각 지점에 보낸 공문에서 ‘교사들 한 사람당 제공된 책상을 치우고 둥근 테이블을 사무실에 놓고 교사들이 어쩌다가 사무실에 나오면 간단하게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휴게용 의자 몇 개 갖다놓고 사진을 찍어서’ 올리라고 하였다. 또한 학습지 교사들은 출퇴근, 회의, 교육, 업무를 스스로 선택하여 할 수 있는 자영업자이며 급한 일이 생기면 자신의 업무를 친구나 가족에게 대신 일을 맡기고 볼일을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조작된 황당한 증거로 법원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학습지 교사가 노동자인지 알 수 없다며.

고속성장으로 어느 학습지회사 회장일가의 재산이 5천억이 넘었지만 교사들은 임금축소, 고용유연화, 노조무력화를 노리고 위탁계약직으로 전환됐다. 88년 대교에서 노조를 결성하자 89년에 위탁계약직으로 바뀌었고, 재능과 구몬에서도 노동조합이 만들어지자 바로 정규직에서 위탁계약직으로 전환하였다. 이후 노조는 교섭은 커녕 노조탄압, 노동자성 인정 투쟁에 역량을 쏟아 부어야만 했다.

노동자성 부정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들

골프장에서는 ‘자치회’를 만들어놓고 노동자성을 부정하고 있다. 배치거부, 근무정지, 벌당(규정을 위반한 경기보조원은 정해진 ‘벌’을 받아 당번이 되어 주어진 일을 일당 없이 일함)은 자치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회사에서는 지휘·감독이 없다고 우기고 있다. 소가 웃을 일이지만 이젠 소도 웃다 지쳤다. 주말무단결근, 회의불참, 지시불이행에 벌점을 매기고 벌점이 10점이 넘으면 자동퇴사하는 ‘자율수칙’으로 ‘관리’하고 있다. 청소는 물론이고 심지어 골프장에서 기르는 개에게 밥을 챙겨주기도 한다. ‘법조계 인사’들은 ‘자영업자’의 도움을 받으면서 골프를 치고 있는 셈이다.

노조에 가입한 경기보조원은 꼬투리를 잡아 배치거부나 근무정지(해고), 벌당을 당하고 있어 조합활동을 한다는 것은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이런 탄압에도 2003년 익산C.C에서 73일 파업투쟁으로, 실크리버C.C.에서 경기보조원의 노동조건을 보장하는 단체협약을 맺기도 했다. 월 1회 유급휴가, 점심식사 제공, (무급)출산휴가, 귀향비, 업무상 재해시 치료비 지급, 치료 중 캐디비 보전이 성과로 되었다. 정규직 단체협약에 비교해서는 아무것도 아닌 듯 하지만 이 정도의 성과를 얻기 위해 흘린 피눈물은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다.

경기보조원의 투쟁은 2001년 한성C.C, 대영C.C(스카이밸리), 남여주G.C, 유성C.C 투쟁으로 이어지며 2004년 한원C.C 282일 파업투쟁으로 이어졌다. 정규직 위원장과 조합원들의 배신과 탈퇴로 좌초되는 조합이 일부 생기기도 했으나 꺾이지 않고 경기보조원의 노동자성 쟁취투쟁에 힘차게 나서고 있다.

회사의 탄압 유형

회사는 이렇게 탄압한다
1. 노동자임을 무조건 부정하고 협상 거부 : 법이 개정되면 그 때가서 보자는 회사측의 태도. 판례는 회사에게 아주 유용한 ‘투쟁’ 수단이다. 판례에 따라 ‘자영업자’와 협상할 수 없다는 회사측에 대응하면 조합원들은 업무방해죄, 명예훼손죄로 처벌되는 현실이다. 애초에 대화로 해결할 의지가 회사 측엔 없다.

2. 회유와 협박 : 2004년 울산 구몬 이정연 교사의 죽음은 학습지회사의 반인권적인 영업강요와 교사들의 고통을 드러냈다. 회사의 강요에 저항한다는 것은 해고를 뜻한다. 학습지 교사와 골프장 경기보조원은 해고절차도 필요없는 존재이다. 이들에게 해고에 필요한 ‘법’은 없다. 그냥 ‘나가’하면 끝이다.
골프장 코스관리, 영업부서에 근무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에 경기보조원이 조직되는 것을 내심 어려워하고 있다. 경기보조원 조직은 곧 회사 측과 지난한 싸움을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협상에서 회사가 내세우는 구실은 ‘경기보조원을 노조에서 제외하면 모든 걸 들어준다’이다. 때문에 노조설립 후 3년이 지난 지금도 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해고로 탄압받은 노조도 있다.

3. 파업투쟁, 그리고 용역경비대의 폭력 : 경기보조원과 관련된 협상은 결론이 뻔하다. 교섭거부, 단협일방해지. 노조는 파업투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용역경비의 폭력은 골프장 노동자의 투쟁이 있으면 늘 따라다닌다. 한원C.C 용역반대투쟁 당시 여성인 경기보조원을 짓밟고 집어던진 용역경비의 폭행과 폭언, 회사의 폭력은 백색테러의 잔인함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들과 이들을 비호한 경찰은 한원C.C 조합원들에게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4. 숨만 쉬고 있어라 : 다른 사업장도 마찬가지이지만 학습지와 골프장 노조의 투쟁에 늘 따라다니는 것이 있다. ‘OO금지가처분’이다. OO에는 세상 모든 것이 다 들어갈 수 있는 마술램프와도 같다. 현수막 게시 금지, 리본착용 금지, 조합조끼착용 금지, 구호제창 금지, 노동가 제창 금지, 행진 금지, 집회 금지, 접근 금지, 심지어는 단체행동 금지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여진다. 이쯤 되면 노동3권이 헌법조항에 있는게 신기할 정도이다.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숨만 쉬고 있어야 한다. 파업노동자호흡금지가처분이 없는 것을 다행으로 여길 정도이다.

5. 여성차별 : 희망퇴직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경기보조원에게는 희망퇴직도 부럽다. 40살이 되면 그냥 나가야 한다. 회사가 만든 자율수칙에 정해진 나이다. 회사는 경험과 노련함을 가진 경기보조원보다는 젊은 여성을 원할 뿐이다. 임신한 학습지 교사 역시 보호받지 못한다. 그만둘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든다.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보호받지 못한다. 지난 7월 서비스연맹은 국가인권위원회에 경기보조원의 40살 퇴사와 임신한 학습지 교사의 차별에 대해 제소했다.

현재 특수고용노동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은 단체협약 체결이다. 그러나 단협체결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가는 것보다 힘들다. 또 단협을 거부하면 그 뿐이다.
법원조차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보수적인 판결이 나오는 현실에서 특수고용노동자라고 일컬어지는 노동자들이 노동자로 되는 길은 법조항을 개정하는 일이다. 2004년 검찰은 골프장 노사갈등의 원인인 경기보조원의 노동자성 문제에 대해 공안자문위원회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한 적이 있을 뿐 더 이상의 변화는 없다.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안에서 유사근로자, 노동2권, 공정거래법으로 보호 등의 내용으로 비껴가려고 한다.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자라 하더라도 특정 사용자의 사업에 편입되거나 상시적 업무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그 사용자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얻어 생활하는 자는 근로자로 본다”는 길지 않은 법조문을 쟁취하려고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오랜 시간 좌절과 울분의 투쟁을 해왔고 투쟁하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지금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으로 법개정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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