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금<사진>씨의 올해 나이는 73세. 민주노동당 ‘나홀로 파산학교’를 통해 1억1천여만원의 빚을 파산·면책 받은 지 두달여가 지났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 한달여간 자력으로 서류를 준비하고, 채권자와 법원을 찾아다니며 면책신청을 받아낸 그에게 다른 문제가 생겼다. 현재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 보증금이 채권자에게 양도된 이후에 면책이 됐다는 이유로, 아파트에서 쫓겨날 처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인 고씨가 빚을 눌려 살게 된 것은 정부에서 보조되는 월 22만원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병원비와 생활비 때문. 신용카드로 막아오던 병원비를 돌려막으면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02년 초 약 1,800여만의 빚이 쌓인 상태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기까지 당했다. ‘납골당 사업에 투자하며, 카드 빚도 청산하고, 생활비도 벌수 있다’는 말에 속아, 카드론으로 끌어다 쏟은 돈, 3,000여만원을 사기를 당했다. 15평 집에는 압류 딱지가 붙고, 무자비한 채권 추심이 들어오면서, 고씨는 (다른 신용불량자가 그렇듯) ‘죽느냐 사느냐’고 고심했다.

하지만 2004년 11월, 우연히 안산에 있는 민주노동당을 찾았고, 그 도움으로 한달 후에는 파산신청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 9월에는 면책까지 받았다. 이제 홀가분히 살며, 뭇 신불자들에게 희망을 주며 살면 될 일이겠지만 질긴 빚은 아직도 고씨를 따라다니고 있다.

고씨는 채권추심을 당하는 과정에서 임대아파트 보증금 1천1백만원을 LG카드로 양도했고, 이것이 한국자산관리공사로 넘어갔다. 자산관리공사쪽에선 “파산 및 면책을 받았다고 해도 그 이전에 성립한 법률관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씨는 올해말이면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에서 쫓겨날 위기다.

임동현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국장은 “자산관리공사가 파산면책 이전에 양도된 채권을 강제집행을 했다면 상황이 다르겠지만, 현 고씨의 상태에서는 함께 면책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씨는 ‘생면부지’의 서류를 들여다보며, 파산과 면책을 받았듯, 다시 민주노동당을 찾아 집에서 쫓겨나지 않을 방법을 찾고 있다.

생활보호대상자였지만 생존비용도 책임져주지 못했던 정부, 신용도와 관계없이 마구 발급됐던 카드, 아프면 빚을 질 수 밖에 없었던 의료시스템 속에서 70세가 넘은 노인이 어렵게 면책까지 받았다. 하지만 질기게 목줄을 잡고 있는 빚 앞에서, 다시 싸운다. 질기다고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다. 서글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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