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에 대한 공정성 규제만으로는 시장의 실패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공공성 규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금융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사진>에서 이찬근 교수(금융경제연구소장)는 '공공성과 금융규제' 발제를 통해 "국내 금융산업은 규제 완화를 통해 빠르게 대형화-겸업화-민영화 되고 있다"며 "높은 수익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공공성 규제는 금융산업의 고유한 특성에 따른 것"이라며 "공정성(건전성) 규제만으로는 시장의 실패를 충분히 극복할 수 없으므로 취해지는 친시장적인 규제"라고 밝혔다.

특히 공공성 규제의 강화에 대한 저항과 관련해 이 교수는 '횡재세(windfall profit tax)'의 도입 논의를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최근 영국과 미국의 의회에서는 유가상승으로 큰 이익을 내는 석유회사에게 횡재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공적자금을 통해 현재의 이익을 내고 있는 국내 은행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교수는 금융산업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강력한 사전인가제도, 은행매각 시 5대원칙, 국민경제 지원기능 회복 등 다양한 금융소비자 보호장치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사전인가제도는 공공성 규제의 출발점이자 핵심"이라며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은 범법행위이자 감독포기행위로서 강력한 사전인가제도가 있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은행 매각과 관련해서는 광범위한 소유분산 원칙, 산업자본이 전국 규모의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금산분리원칙, 상장유지원칙, 국내적 안정지분 확보원칙, 핵심인력 적격성 원칙 등 5대원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재 현안이 되고 있는 은행들의 노조위원장들도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 김지성 위원장은 "외환은행 비극의 출발은 정상은행을 부실은행으로 둔갑시켜 론스타에 매각한 것"이라며 "론스타 외환은행 지분 매각 전망과 관련해 국민경제적 요구와는 무관하게 국내외 자본간 머니게임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외환은행 지분매각 과정을 통해 금융산업이 본연의 역할을 찾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분산소유 모델을 현실화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지부 마호웅 위원장은 "우리금융지주 지분을 국내 자본에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완전 분산매각을 위해 필요한 국내 자본시장의 제도와 법적 정비를 함께 해야 할 것"이라며 "진정한 민영화의 완료는 지분 매각과 더불어 자율경영의 최대 걸림돌인 예금보험공사와의 MOU 관리방식개선을 위한 공적자금 관리법 개정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 위원장은 "이를 위해 재경부 산하에 별도의 TFT를 운영하는 등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미은행지부 박찬근 위원장은 "국내 언론이나 금융권에서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지난 일년 동안 씨티그룹이 국내에 도입한 선진금융기법은 하나도 없다"라며 "한국씨티은행은 외국인 경영진의 수익성만을 쫓는 단기 업적주의, 무분별한 씨티식 제도 도입으로 현지 토착화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한국씨티은행의 독립경영을 위해 은행 이사의 자격제한 강화, 노조의 감사위원회 감사위원 추천권 부여, 이익의 일정규모 사회환원 제도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공급자 중심의 건전성 규제와 수요자 중심의 공공성 규제 모두 포괄해야
외환위기 이후 고질적인 관치금융이 정경유착의 연결고리가 돼 과잉투자의 버블을 초래했다는 진단에 따라 금융부문은 한국경제를 망친 주범으로서 개혁대상이 됐다. 그 이후 금융개혁은 관치금융의 역발상으로서 금융업도 일반산업과 마찬가지로 철저히 시장에 맡겨야 하고, 수익성을 최우선 해야 한다는 시장급진론을 전격 수용하는 행태를 취했다.


이는 수익성 지상주의, 금융의 대형화-겸업화 추진, 금융업의 외자지배 심화, 주주이익 극대화로 나타났다. 또한 BIS자기자본비율(은행), 순자금비율(증권), 지급여력비율(보험) 등 건전성 규제를 제외한 나머지는 대폭적으로 완화시키면서 금융과 국민경제 간의 연계성이 파괴됐다.


금융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금융은 본질적으로 규제산업이다. 이때 규제는 법치에 의한 규제이며, 공급자 중심의 건전성 규제와 수요자 중심의 공공성 규제를 모두 포괄해야 한다. 선진 각국에서는 금융기관의 활동이 공공적 이익을 저해하지 않도록 혹은 국민경제의 안정과 발전에 합목적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규제 혹은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한국도 이들과 같이 △강력한 사전인가제도 마련(은행 동일인 소유지분 제한의 예외조항 제한, 은행 인수합병에서 사전 영향평가 의무화 등) △원활한 자금순환 유도 장치(지방금융/중소기업금융/서민금융과 관련한 선진 각국의 금융의 중층적 생태계에 대한 종합보고서 채택, 예금수취기관 관련법에서 금융의 공공성의 원칙과 내용 규정, 우체국, 농협중앙회를 지역밀착 금융기관으로 개편방안 검토) △은행-기업간 중장기 밀착관계 형성(은행-기업간 상호주식보유가 가능토록 관련법 개정) △광범위한 금융소비자 보호조치(영국의 통합금융법(FSMA)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강제정보공시의 내용을 세부적으로 명시) △금융차별, 금융배제 극복 장치(삶의 기초적 조건으로서 최소로 필요로 되는 금융서비스 기능 명시적으로 규정,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북유럽식 불가항력 조항의 도입 검토) △금융산업 균형발전 유도(은행권-제2금융권간의 쌍방향의 경쟁이 가능토록 특정 규모 이상의 제2금융권 금융기관에 대한 재벌 계열분리 방안 검토, 국민연금의 자본시장 참여 확대와 기업연금의 확대 도입 추진) △자본시장 정화운동(SRI 대책팀을 구성하고, 선진각국의 현황과 제도 검토)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
편법 외상매입은 금융 공공성 역행하는 처사
외환은행은 1989년 외환은행법이 폐지된 이후에도 전문성과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외환 및 무역 부문에서 대한민국 대표은행의 지위를 유지해 왔고, 특히 올해 은행권 전반의 가계대출 올인 현상과 론스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현재 기업대출 비율 50%를 넘긴 유일한 시중은행이다.


IMF 이후 은행권에 투입된 예금보험기금의 공적자금은 모두 44조1천억원에 달하며 국내 시중은행들은 모두 적게는 2조7천억에서 많게는 14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지원 받았으나 외환은행은 단 한푼의 공적자금도 받지 않고 회생, 오직 직원 모두의 헌신적 노력과 고객 신뢰에 힘입어 지금에 이르렀다는 데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하지만 최근 외환은행 지분매각 관련 전망은 국내외 자본간 머니게임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8대 시중은행 중 7곳이 외국계 자본의 직간접적 지배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외환은행이 완전한 외국계 은행이 된다는 것은 국민 정서에 크게 어긋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또한 국내 은행들의 경우 특정 은행의 단독 인수가 불가능한 데 따라 또 다른 외국계 자본이 사실상의 인수 주체가 되거나 주식교환, 상환우선주 발행과 같은 편법 외상매입이 시도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실정이나 외상을 통한 무리한 인수는 결과적으로 금융 공공성에 역행하는 상황을 낳게 될 것이다.


공익성과 공공성의 조화 및 글로벌 경쟁력 육성이라는 한국 금융산업의 과제에 가장 잘 부합할 수 있는 외환은행 소유구조는 국내외 금융산업 이해관계자 다수가 참여하는 분산소유 모델인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 상황에서 외국계 은행의 외환은행 인수는 국민적 반감이 큰 상황이며 국내 은행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단독 인수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에도 이는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세계 25대 은행의 사례를 볼 때도 시중은행 지분구조는 광범위한 분산소유 형태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외환은행 전 직원은 투기성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되찾고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다시 부여받을 수 있다면 어떤 희생도 감수할 각오가 돼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모든 의사결정, 한국 내에서 이루어져야
지난 1년 동안 씨티그룹이 국내에 도입한 선진금융기법은 하나도 없다.


한국씨티은행이 공공성을 외면한 사례들을 보면 △고금리 특판예금으로 일부계층에게는 고금리 혜택을 주고 이로 인한 이익감소분은 높은 대출금리를 통해 서민들에게 전가시킴 △미끼금리로 출혈 금리경쟁을 조장 △민원발생평가 및 고객만족도 전체 12개 은행중 10위(한미은행 당시는 중상위권)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 대출 외면 △대학생들의 학자금대출은 수익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급 중단 △오로지 수익 극대화에만 몰두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현지 토착화된 독립경영 실현을 위해서는 우선 외국인 경영진과의 관계를 청산해야 한다. 한국내 주요의사 결정이 외국인과 씨티은행 출신들에 의해 결정되어지며, 많은 결정들이 아시아태평양 리젼(지역본부)과 뉴욕본사에서 걸림 없이 직수입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국내)에서 3~4년간 머무는 외국인 경영진들은 체류(재직)기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물을 얻어 당행을 발판으로 내부승진 또는 국외 다른 금융기관으로 영전하고자 하기 때문에 무리한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경영진들이 이러하건대, 아시아태평양 리젼이나 뉴욕본사의 인사들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씨티은행의 모든 의사결정은 한국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그 중심에 고객(대한민국 국민)을 배려할 수 있는 정통 금융인 출신의 내국인들이 자리매김을 하여 이사회 및 경영위원회 등 주요의사결정 과정에 보다 많이 참여하여 현지 토착화된 독립경영을 실현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씨티은행은 현재 상장 폐지된 상태로 금융감독원 외에는 별다른 감독기구가 없는 상태이며, 은행의 상근감사 역시 금융감독원 출신의 인사로 실제 금융감독원만이 유일한 감독기구인 셈이다. 이에 ‘선량한 감시자 역할’이 대두되고 있는 노동조합에게 ‘감사위원회 감사위원 추천권’을 부여하는 동시에 감사위원회의 구성에서 모그룹 인사(씨티그룹 본사 및 리젼 임원)는 감소시키는 반면, 외부인사의 수를 증가시켜 감사위원회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며, 감사위원회의 위상을 강화시켜 상장 폐지된 외국계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경영권 프리미엄 없는 완전 분산매각 위해 법제도 정비돼야
9월4일 재경경제부가 발간한 공적자금 백서에 의하면 정부는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여건 조성을 위해 일부 지분을 매각하고 내년 하반기 이후 국내자본시장의 성숙을 지켜보며 공정한 국제 입찰을 통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금융전업 전략적 투자자에게 매각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방안은 단지 공적자금 회수 및 시장규율 확립이라는 단순한 경제논리로만 생각하는 행정편의주의 발상이다.


외환금융 위기 이후 금융구조조정과정에서 나타난 외국자본의 국내 은행 지배 문제와 주주가치몰입형 은행 경영이 가져온 은행 공공성 상실 폐해에 대한 금융정책의 반성이 미흡하다. 특히 정부의 민영화 방식을 통해 외국자본에 우리금융지주가 매각될 경우 국내 금융산업은 외국자본에 대부분 잠식당하게 된다.


세계 25대 은행의 소유구조를 분석해보면 은행 민영화를 중시해 국가를 주주자격에서 배제한 것은 영미계 국가의 예외적인 특징이며,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 절대적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고 있다.


또한 외국자본의 참여를 배제하지 않지만 국내자본이 집합적 안정적 지분을 확보하고 이를 위한 국내 금융과 기업간의 상호 지분 보유가 빈번히 관찰되고 있으며 유럽계 은행에서는 종업원 지주제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는 최대지분 보유 법정한도를 준수한 연기금을 포함한 10~20개 기관에 분산매각 하는 것이 최선이다. 또한 우리금융지주 지분을 국내 자본에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완전 분산매각을 위해 필요한 국내자본시장의 제도와 법적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


현재 정부지분 보유 78% 가운데 27%에 대해서는 우리금융지주사에 매각의 자율성을 부여해 신속히 매각하고 경영권 프리미엄 획득을 위한 51%에 대해서는 정부가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국내 토종자본 완전 분산매각의 원칙에 동의하고 이에 맞는 일정과 방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재정경재부 산하에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에 관한 가칭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방안 마련을 위한 TFT'를 운영한 후에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확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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