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선거 패배 이후 당 최고위원회는 사퇴를 했고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을 했다. 권영길 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들은 당을 위기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권영길 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되고 나서 당 재정문제 해결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 세액공제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렇다. 당의 정치적 위기는 시간을 가지고 극복을 할 수 있지만 당 재정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지 않고서는 당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당 재정이 이렇게 악화된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여러가지일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세액공제 사업을 통하여 중앙당 재정적자를 해소하고 장기적으로는 당 재정 운영에 대해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세액공제 사업은 ‘발 등에 떨어진 불’을 끌 수 있는 단기적인 대책이다. 세액공제 사업을 통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중앙당 재정적자 해소, 지방선거 재원 마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은 세액공제 사업밖에 없다.

재정적자의 원인들

당 재정은 2005년 예산안이 짜여질 때부터 문제가 있었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2004년 총선 승리 이후 당 재정위기가 찾아왔다. 2004년 총선 이전에는 민주노동당 당 재정은 대부분 당비로 충당되었다. 그야말로 ‘헝그리’하게 당 재정을 꾸려왔다. 중앙당 당직자들 지역의 활동가들은 기본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활동비를 받았고, 당 정치사업은 필요불급한 부분에만 충당되었다. 가난하지만 궁핍으로 단련된 당다운 모습이었다.

2004년 총선 이후에 당은 승리의 ‘전리품’(국고보조금, 의원들의 특별당비)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논의했고 이 논의 과정에서 당 재정원칙은 크게 흔들렸다. 아니 당 재정원칙이 바뀌어야 할 시점에 당 재정원칙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고 당 재정이 집행되었다. 공동보좌관 제도를 두자는 원칙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국회의원들의 자기사람 심기, 중앙당 상근자들의 무분별한 늘리기, 지역 활동가들에 대한 지원 등등이 불분명한 원칙 속에서 집행되었다.

10만 당원의 확충이라는 구호 속에서 ‘공격적인 예산’이 짜여졌고 이는 중앙당 재정의 아킬레스 건으로 작동했다. 2004년 총선 이후 풍족해진 재정은 오히려 민주노동당을 빈곤으로 몰아넣었다. 2005년 예산 또한 ‘공격적인 예산’으로 짜여졌고, 이는 재정의 악화를 가중시켰다.

이런저런 이유로 악화된 당 재정은 당원들에게 성토의 대상이었지 극복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동안 당이 어려워지면 자발적으로 움직이던 당원들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당 재정이 아무리 어려워도 당 지도부가 제대로 사업을 하고 당이 신뢰를 받으면 당원들은 당 재정을 해결하기 위해서 움직인다. 그러나 2004년 총선 이후 민주노동당 당원들은 당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냉소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간헐적으로 당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해서 최고위원들이 호소하고, 평생당비 납부를 독려했으나 당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매월 1만원 이상의 당비를 납부하고 선거 때마다 특별당비를 내서 선거자금을 마련하고 심지어 당의 일상사업에서도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냈던 당원들의 냉소가 당 재정 문제 해결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재정적자의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당이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당원들이 나서야 한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앞장서고 있지만 당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매우 힘들다.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서도 재정적자를 해결해야 한다. 당원들이 나서서 세액공제 사업에 앞장서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2006년 3월이면 중앙당, 광역시도당 후원회가 폐지된다. 그후에는 세액공제 사업이 대단히 어려워진다. 그때까지 민주노동당은 세액공제 사업을 통해서 지방선거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각 지역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민주노동당 활동가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선거자금이 필요하다. 냉소보다 지금은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다.

당에 대한 비판은 매섭게 하면서 당 재정 극복을 위한 행동은 필요하다. 지도부의 잘못으로 당이 위기에 빠져 있고, 재정문제도 대단히 심각하지만 당이 난파할 수는 없다. 당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당원들의 행동으로 가능하다. 민주노동당 6만 당원이 움직이면 당 재정적자는 해소될 것이고, 지방선거 또한 승리할 수 있다.

재정위기 해결, 결국 당원들의 몫

당이 세액공제 사업을 통해서 재정적자를 해결하고 지방선거에 승리한다고 해서 당 재정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무원칙하게 집행되었던 재정을 확고한 원칙 속에서 집행될 때 당은 재정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당원들의 활발한 토론을 통해서 당 재정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전제로 나의 생각을 밝히도록 하겠다.

첫째로 당원들의 당비와 국고보조금을 구분해야 한다. 당비는 철저하게 민주노동당 조직운영을 위한 경비로 지출해야 한다. 국고보조금은 당의 골간조직을 운영하는 돈으로 지출되어서는 안 된다. 국고보조금은 당의 정책을 생산하고 집행하는 곳에 써야 한다. 당 골간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 국고보조금이 쓰인다면 당은 달콤한 유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로 당 재정에 맞는 당 조직을 꾸려야 한다. 민주노동당 조직은 대단히 방만하게 구성되어 있고 효율적이지 못하다. 중앙당뿐만 아니라 지역위원회 또한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당은 재정에 맞는 조직형태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한다. 무원칙하고 무분별하게 지역위원회가 생겨나고 지역위원회에 활동비가 지급되면 당은 재정적자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중앙당, 광역시도당, 지역위원회에 대한 조직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셋째로 당의 재정적자는 당위 위기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당이 진보정당다운 모습을 보여준다면 당 재정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당이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는다면 당은 위기에서 탈출할 것이고, 재정 문제 또한 해결될 것이다. 당이 잘하고 있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는 당원들은 없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당이 진정으로 혁신되는 모습을 보이면 당 재정적자 또한 해결될 것이다.

당은 분명히 위기다.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을 위기로부터 구할 수는 없다. 당원들이 움직이면 당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원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당 모습을 여과 없이 당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당원들이 당 사정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면 당원들은 움직인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당원들이 움직이면 당은 위기에서 벗어나고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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