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가 71.4%라는 높은 찬성률에도 불구, 돌연 연가투쟁을 연기한 까닭은 무엇일까. 조합원 총투표가 끝난 다음날인 지난 11일 전교조 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를 올바르게 해결하기 위해…우리의 정당한 주장이 관철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라고 그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한편, 조직의 갑작스런 전술 변화에 조합원들은 당혹해하기 시작했다. 이번주 발행된 전교조신문 <교육희망>은 조합원들의 분위기를 ‘충격과 반발, 그리고 지지와 이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조직의 '내홍'으로까지 비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15일 오전, 이수일 전교조 위원장<사진>을 만나 연가투쟁 연기 배경과 조직 내 분위기,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이 위원장은 “일부언론과 정부의 비이성적인 ‘전교조 죽이기’ 광풍을 완화시키고, 대정부 투쟁 전선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은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고민도 많았고, 결단도 필요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연가투쟁 연기를 결정하고 수일이 지났다. 현재의 심경은 어떤가.
“조직 안팎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위원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 높은 투표율, 높은 찬성률에도 불구하고 연가투쟁을 연기한 이유는 뭔가.
“한마디로 얘기하기 쉽지 않다. 그런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고심 많았다. 복잡한 상황이었고, 결단이 필요했다. ‘연가투쟁’은 교육부의 교원평가 강행 국면 속에서 전교조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최후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자 무기이다. 언론의 여론몰이 등 불리한 국면에서 ‘최후의 무기’를 사용했을 경우, 사실상 돌이킬 수 없는 비난 국면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연가투쟁을 강행한다고 해도, 당시의 여론지형이나 정세 속에서 교육부의 일방강행을 저지하는 것은 힘들 거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조합원들이 보여준 높은 찬성률은 ‘가장 강력한 무기를 사용해 기필코 교원평가를 저지해달라’는 뜻일진대, 전교조에 대한 비난여론이 극에 달했던 당시의 상황에서 연가투쟁에 돌입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판단했다. 수능이라는 예민한 시기에 투쟁에 돌입하는 것 역시 부담으로 작용했다.”

- 연가투쟁 연기 방침은 어떤 자리에서 결정됐나.
“정식적인 회의 절차를 밟은 것은 아니다.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본부 주요 간부와 연락이 닿는 지부장들에게 의견을 물어 결정했다. 중앙집행위원회나 그 이상 단위에 부의할 시간적 여유 없었다. 그만큼 정세가 엄혹하다고 판단했다.”

- 공식절차를 밟지 않은 것에 대해 조합원 반발이 거세다.
“전격적, 일방적 조치로 인해 조합원 동지들이 느꼈을 당혹, 충격에 대해 사과드린다. 하지만 연가투쟁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교원평가 저지를 위한 수단이다. 강력한 최후수단을 가장 적절하고 유효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다른 노조의 경우를 봐도 투쟁 시기는 주변정황을 고려해 위원장이 직권으로 결정하는 사례가 많다. 관행적으로 그렇다. 이러한 관행을 기준으로 결정을 내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합원들도 이번 조치가 나오기까지의 사정을 이해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 조합원들의 반발이 내부 갈등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조직 내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조직이나 쟁점사항이 발생하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전교조 죽이기’에 나선 보수언론들이 이같은 사실을 왜곡해 도덕성 흠집내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 전교조는 줄곧 기존의 평가제인 ‘근무평정제’의 우선 폐지를 주장해 왔다. 평가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닌가.
“전교조는 ‘학교자체평가제’라는 새로운 학교혁신운동의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평가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평가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수구적 집단 이기주의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 6월 시작된 ‘특별협의체’는 어떻게 되는 건가. 향후 계획은.
“‘특별협의체’는 교육부가 교원평가 시범실시를 강행하면서 파기했다고 생각한다.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 연가투쟁 찬반투표에 돌입했던 것이다. 우선 28일 대의원대회 열어 조직을 재정비 하고, 25일까지 교육부가 성의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을 경우 다음달 1일 연가투쟁에 돌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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