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정부 때부터 불어온 세계화 바람이 외환위기와 양극화 등 큰 문제점을 노출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서민의 정부'를 표방한 참여정부 들어서도 전혀 풍속이 약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쌀 관세화 유예 국회 비준안 처리에 반발해 농민들이 대대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은 WTO DDA 협상의 타결을 촉구하는 특별성명 채택을 APEC에서 제안하기로 했다. 흡사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의 질주를 보는 듯하다.

부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 개막 4일째인 15일 노무현 대통령은 한 외신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WTO(세계무역기구) DDA(도하개발어젠다) 협상 타결을 촉구하는 특별성명 채택을 부산 APEC 정상회의에서 제안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한 "한-칠레 FTA 효과를 통해 개방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신감을 가지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우리 정부는 아세안, 일본 등 20여개 주요 교역국들과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다자무역체제 강화와 DDA 협상의 실질적 진전을 촉구하는 각국 정상들의 단합된 의지가 표명된다면 20여일 뒤 열리는 제6차 홍콩 WTO 각료회의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도 나타냈다.

한편 이날 APEC 21개 참가국들은 외교통상 합동각료회의를 열고 △DDA 협상 등 다자무역체제 지원방안 △보고르목표 달성을 위한 개별행동 계획 강화방안 △높은 수준의 RTA(지역무역협정) 및 FTA(자유무역협정) 달성 방안 등 통상 분야 현안에 대해 협의를 벌였다.

아울러 APEC투자환경설명회의 본행사인 국가별 투자환경설명회 및 투자상담회가 16일부터 부산 시청에서 이틀 동안 열려 무역자유화의 실제 성공사례가 전파될 예정이다. 실제 정부와 부산시는 15일 현재까지 9개 외국기업과 5억2천만달러 규모의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며 외국인 투자유치 홍보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이날 부산시청에서는 APEC 투자환경설명회 부대행사의 하나인 '명사강연'이 열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당위성이 강조되기도 했다. 이번 강연에는 도널드 존스톤 OECD 사무총장과 199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가 연사로 참석해 APEC 역내 무역 및 투자자유화를 위한 전망과 과제, 협력방안 등에 대해 강연했다.

존스톤 사무총장은 "투자유치가 경제발전 과정상의 당연한 결과가 아니며 몬테레이 동의안에 명시된 바대로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기업친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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