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많이 닮아있다. 생김새는 물론 노동관련 각종 법 제도도 유사한 데다 노조운동이 기업별 중심이고, 기업 내에서 협조적·담합적 노사관계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또한 1990년대 중반 이후 급격히 늘어난 비정규직의 차별, 고용불안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지난 2002년부터 이런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한국 레미콘노동자들과 연대해 온 전일본건설운수연대노조(전일건) 고야노 다케시 서기차장<사진>은 12일 한·일 양국 노조운동 진영이 산별노조로의 전환과 복잡다양해지는 고용관계에서 사용자책임을 분명히 하는 운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별 체제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국은 일본과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노조운동이 강력하지만 기업별 체제에 안주해 있다가 스스로 힘을 잃은 일본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는 고야노 서기차장은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현장 노동운동의 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법도, 노조 체계도, 운동방식도 정규직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절대 비정규 문제를 풀 수 없고, 비정규직에게 다가가지 못한다면 노조운동을 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소 부끄러운 일”이라면서도 전일건 사례에 빗대 조합원 의식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30년 전 우리 노조가 출범했을 때는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으로, 노동자들 중에서도 하층에 속해 있었는데 피어린 투쟁을 계속한 결과 이제 임금이나 고용안정성은 꽤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일부 조합원들은 지금의 비정규직에게 ‘어이, 일용직아~’ 라고 낮춰 부르기도 한다. 스스로 쟁취한 성과 안에 갇혀 있는 것이다.”

기업과 지역을 망라해 레미콘운송기사, 타워크레인기사 등 1만명이 가입해 있는 전일건의 활동사례를 보면 꽤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 등을 개선하기 위해 이 노조는 중소기업과 협력한다. 노조와 각 중소레미콘 업체들이 함께 협동조합을 결성, 대형 시멘트회사와의 관계에서 덤핑거래 등을 막고 산업정책에 대한 개입도 시도하고 있다. 물론 중소레미콘업체에 협동조합 가입을 촉구하는 노조의 노력이 협박, 강요, 업무방해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일부 노조간부들이 구속돼 있기도 하지만,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탈법적 하청착취가 빈번한 현실을 바꿔내기 위한 노조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사용자 책임, 여론 확산시키자

그가 비정규 문제 해결의 열쇠로 강조한 것은 바로 ‘사용자 책임’이다. 비정규직의 확산을 막고 노동자들 간 격차를 해소하는 것과 함께 ‘주주’ 중심 미국 주도 금융시장 관행에 따른 사용자 책임 부재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얼마 전 우정민영화법안이 통과됐다. 일본에서도 앞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시장 변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모든 것을 ‘주주’ 중심으로 보게 되면 이윤 추구만 남을 뿐 고용주로서의 책임은 방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그가 소개해 준 사례는 그런 우려를 더하기 충분했다. 지난해 ‘도쿄관광’이란 회사가 미국의 단기금융에 매수된 이후 기존보다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나빠졌다. 그래서 노조가 이 펀드를 상대로 교섭을 요청했더니 돌아온 것은 “우린 주주일 뿐 경영자가 아니”라는 답변뿐이었다. 지금도 사용자 책임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계속되고 있는데, 후생노동성(노동부)에서는 아직까지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교섭 상대방인지 누구인지 답을 주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직접고용, 기업이 주도한다?
고야노 다케시 서기차장은 최근 일본 기업의 비정규 고용방식의 변화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품질경영’으로 유명한 일본에서는 하청에 또 하청을 주는 방식의 경영이 품질을 담보해 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웃소싱했던 영역을 다시 기업 내로 끌어오면서 간접고용을 직접고용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들이 있다는 것이다.


“미쯔비시중공업이 4백~5백억엔 들여 개발한 우주로켓이 실패한 이유가 너무 하청을 많이 줘 어디에 결함이 있는지를 살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런데다 앞으로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현상이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에 기업 고유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직접고용 기간제를 선호하는 추세다.”


그는 이를 ‘가두기 방식’이라고 설명했는데, 도요타 등 몇몇 기업들에서는 직업훈련원 등에서 예비 노동자들을 훈련시킨 뒤 기간공으로 채용한다는 것이다. '직접고용'이기 때문에 사용자책임 문제는 덜 수 있겠지만 고용불안정성, 임금 등 차별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문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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