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민주노동당에는 3가지 권력이 있다. 정파권력, 당원권력, 민심권력이 그것이다. △정파권력이란 말 그대로 당내 정파가 가진 권력을 의미하며, △당원권력이란 8만 당원의 권력을 의미하며, △민심권력이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최소 10% ~ 최대 30% 정도의 진보적 유권자 층의 권력을 의미한다. 위 3가지 권력은 각기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3가지 권력이 상호 균형과 견제를 이루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때 민주노동당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당원권력과 민심권력 위에 ‘군림’하는 정파권력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당원권력과 민심권력 위에 정파권력이 ‘군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파권력만 꽉 잡고 있으면, 민주노동당의 주요 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당직권력(최고위원)과 공직권력(국회의원)에 선출되는데 별 지장이 없다는 점. 바로 이 지점이 민주노동당의 근본 문제이다.

10.26 재·보궐 선거 이후에 당의 혁신 과제로 흔히 이야기되는 것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민주노총과의 관계 문제, 민생문제, 사회경제적 의제의 전면화 문제 등이 민주노동당 내에서 쉽게 풀리지 않는 이유 역시도 정파권력이 당원권력과 민심권력 위에 ‘군림’하더라도 당내 주요 권력 형성에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실제로 그러하다. 

비정규직 문제나 민생문제에 대해서 당내 정파가 내세우는 대안이라곤 고작 학생운동을 갓 시작한 1~2학년 수준을 넘지 못한다. 강력한 총파업을 전개하고 강력한 대중투쟁을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할 뿐이다. 주장하는 본인조차도 그럴 능력과 힘이 없음은 물론이다. 다만 듣기 좋은 말을 할 뿐이며, 구호성 주장을 ‘쎄게’ 말할 뿐이다.

그렇게 무능력하고 그렇게 무책임해도 ‘정파의 우두머리’라는 자리만 잘 유지한다면 그는 또 다시 최고위원으로 당선될 수 있고 국회의원 비례대표에서 당선될 수 있는 구조가 바로 민주노동당의 현재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볼 때 민주노동당 혁신의 근본 과제는 <당내 권력 형성 메커니즘>의 재설계라고 할 수 있다.

 정파권력의 견제 및 당의 혁신을 위한 3가지 제안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그것은 자명하다. 무책임하게 과잉권력의 단맛을 누리고 있는 정파권력에 대해서 퇴출압력까지를 포함하는 책임정치를 강제할 수 있어야 하며, 미미하기 그지없는 당원권력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하며, 진보정당답게 민심을 반영할 수 있는 권력의 지배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정파권력, 당원권력, 민심권력이 상호 견제와 균형이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를 위해 3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정파권력의 책임정치를 위해 중앙위원회 구성을 <독일식(?) 정파명부제>로 선출해야 한다. 둘째, 당 홈페이지를 〈진보 포탈 사이트〉로 전면 개편하여 획기적인 당원 조직화에 나서야 한다. 셋째,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출 방법을 정파간 나눠먹기 구도가 되지 않도록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중앙위원회 구성은 독일식 정파명부제로

첫째, 중앙위원회 구성을 독일식(?) 정파명부제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는 국민국가로 치면 국회와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 주요 사업 및 당규를 심의·의결하는 곳이다. 중앙위원회의 정수를 300명 정도로 동결하고(현재 424명), 절반에 해당하는 150명은 지역(위원회)에서 선출하고 나머지 150명은 ‘정파명부제’로 선출하는 것이다. 물론 지역의 당원들은 1인 2표를 행사하게 된다. 한 표는 지역에서 선출되는 중앙위원에게, 한 표는 정파에게 찍게 된다. (이 경우 정파명부 투표는 전 당원 총투표로 하게 되며, 민주노총, 전농 할당은 당연히 전면 폐지된다.)

중앙위원회를 독일식 정파명부제로 선출할 경우 예상되는 장점은 민주노동당이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주장하는 장점과 대체로 유사하다. 직능대표성, 소수자 반영, 전문성 반영 등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무엇보다 기존의 거대 정당(정파) 중심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이다. 당에는 비록 소수이지만 독일의 녹색당에 비유할 수 있는 신좌파적 흐름이 존재한다. 환경, 여성, 장애인, 인터넷, 동성애자, 인권, 지방자치 등의 흐름이 그것인데 이들은 거대 정파 중심의 틈바구니에 끼여 민주노동당내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독일식 정파명부제가 도입된다면 이들의 진입이 용이해져 당에 큰 활력이 될 것이다.

또한 이밖에도 정파명부제는 당내 <정파 다당제>를 촉진하게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에는 NL 계열 중에서도 그 흐름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범NL로 편입될 뿐이고, 좌파 계열 중에서도 정통 사회주의적 흐름부터 중도좌파 사민주의적 흐름까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소위 ‘범좌파’로 편입될 뿐이다. 당내 다양한 정파그룹들의 정치적 지분을 보장함으로써 당을 다양화시킬 뿐만 아니라 당내 다양한 생산적 논쟁을 유도하는 백가쟁명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당원 참여 확대를 위한 ‘획기적인’ 대안-홈페이지를 <진보 포탈 사이트>로 개편

둘째, 당 홈페이지를 <진보 포탈 사이트>로 개편하여 ‘획기적인’ 당원 조직화를 이뤄야 한다.

마치 포탈 사이트 Daum처럼 당 홈페이지를 ‘진보 포탈 사이트’로 바꿔야 한다. 그래서 미디어 Daum처럼 ‘미디어 민주노동당’, ‘민주노동당 Cafe', '민주노동당 블로그’, ‘민주노동당 장터’ 등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지역위원회 차원에서 결합하고 있는 당원 비율은 5%~10%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저조한 참여율은 당원 교육을 강화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당이 당원들에게 ‘낡은’ 당원 참여 방식만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원의 75%가 30-40대 직장인들인데, 당이 요구하는 지역위원회 결합방식은 서명운동, 집회참여, 회의참여, 유인물 배포 등의 ‘운동권스러운’ 방식만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당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오히려 당원들의 처지와 요구에 맞게 당에 참여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최대 자산은 8만 당원 그 자체이다. 자영업자만 7천명에 이르며, 유치원 교사 당원, 환경문제에 관심 있는 당원, 마라톤 동호회에 관심 있는 당원, 노무사 당원들, 변호사 당원들, 락 밴드에 관심있는 당원들 등등 무수히 많은 종류의 취미별/의제별/전문가 그룹의 당원들이 존재한다. 이들에게 놀 수 있고, 일할 수 있는 ‘너른 마당’을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터넷 커뮤니티 기능의 획기적인 강화이다. 필자는 5%~10%에 불과한 현재의 저조한 당원 참여율을 40%~50%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장담한다.

이들은 일상 시기에는 다양한 자신들의 관심사와 취미별 커뮤니티에 속해 있지만, 당의 소식을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면서, 비상한 시기에는 당내 민주주주의 보루가 되기도 할 것이며, 전국적 큰 선거(서울시장·대선·비례대표 총선) 등의 시기에는 노사모를 능가하는 민주노동당의 인터넷 실천단이 될 것이다.

진보적 소수자 그룹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될 수 있어야 

셋째, 진보적 소수자 그룹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도록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장애인 국회의원이 없는 유일한 정당이다. 열린우리당은 장향숙 의원이 존재하며, 한나라당에는 시각장애인인 정화원 의원이 존재한다. 민주노동당은 왜 장애인 국회의원이 없을까? 그것은 ‘정파간 나눠먹기’에만 급급하여 1인 2표 투표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사실 필자는 지난 최고위원 선거에서 1인 7표를 도입하여 특정 정파가 싹쓸이를 한 것보다, 지난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 정파간 나눠먹기를 한 1인 2표 제도가 더욱 부끄럽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본질적 취지가 ‘정파간 나눠먹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비례대표의 본래 취지에 맞게 비정규직, 장애인, 환경 등의 진보적 소수자 그룹이 민주노동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후 좀더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그러한 방법으로 누적식 순번투표제(순번을 매겨 찍는 방법), 가중 점수 투표제(가중치된 점수를 매겨 찍는 방법)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1인 1표이건 1인 2표이건 ‘정파간 나눠먹기’라는 측면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글을 맺으며 - 정파 구도를 극복할 것인가? ‘공멸’할 것인가?

보수 정당내 낡은 정치세력들이 지역주의에 기반한 ‘묻지마 투표’로 자신의 생명연장을 꾀하고 있듯이 민주노동당내 낡은 정치세력들이 정파라는 이름으로 ‘묻지마 투표’를 받고 있으며 자신의 생명연장을 꾀하고 있다.

정파 그 자체가 사라져야 할 절대 악(?)은 아니다. 그러나 정파도 민주적으로 통제 받아야 한다. 당원들에게 통제받아야 하며, 민심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또한 ‘새롭게’ 등장하게 될 그 무엇인가의 새로운 정파에 의해서 통제받아야 한다. 그래야 민주노동당이 역사로부터 부여받은 진보정당 본연의 사명을 완수할 수 있게 된다. 비정규직 문제, 민생독자 노선의 강화, 선명한 좌파정당 노선, 사회경제적 의제 등등 그 아무리 좋은 말들도 ‘정파’라는 당내 지역주의의 진보적 청산 없이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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