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말순씨는 계약직노동자이다. 다른 비정규노동자보다 더 나은 조건은 재계약을 하지 않을 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계약이 반복되도록 단체협약에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계약직인 김말순씨와 그녀의 동료들은 비정규노동자이지만, 회사에 기존에 있던 노동조합에 조합원이다.

그러나 이것은 김말순씨와 동료들의 고난의 시작이 되어 버렸다. 사실상 노동조합은 회사와 유니온숍 협정을 맺어 회사에 입사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당연히 조합원이 되도록 정했으면서도 이런 저런 제한규정을 두어 단체협약적용에서 계약직노동자들을 배제하고 있었다. 김말순씨와 동료들은 이 정도의 단체협약에 만족할 수가 없었다. 정규직노동자와 비교하여 일상화되고 불합리한 차별대우, 기대했던 것보다 낮은 임금을 개선시키기 위해 회사와 아무리 교섭을 해도 노동조합은 커다란 힘이 되어 주지 못했다. 어찌된 일인지 노동조합은 계약직노동자들이 현재의 수준에 만족하고 적극적인 행동을 자제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마치 계약직노동자들의 권리를 합법적으로 제한하기 위해 노조에 가입시킨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유니온숍 사업장, 비정규직 새 노조 만들 수 있나

김말순씨는 결국 이 문제가 누구의 도움에 의존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고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 조차도 간단하지가 않았다. 계약직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기존 노조를 탈퇴하려고 하자, 유니온숍 협정이 큰 장애물이 되었다.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81조의 2호에 정한 유니온숍 규정은 노동조합이 사업장근로자의 3분의2이상을 대표하는 경우 그 노동조합에 가입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유니온숍 협정은 특정조합가입을 고용조건으로 한 것이어서 노동자가 조합에서 탈퇴하는 경우 사용자는 해당 노동자를 해고할 의무가 있다. 유니언숍은 노동자가 조합을 선택하거나 가입하지 않을 자유-단결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문제가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제한적인 경우(조직률이 3분의 2 이상인 경우)에만 허용하는 것은 노조의 교섭과 투쟁의 성과물로서 조직 강화에 유리한 제도이기 때문에 단결권침해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대법원 2002.10.25. 2000다23815). 따라서 대법원은 "단체협약에 유니언숍 협정에 따라 근로자는 노동조합의 조합원이어야만 된다는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다른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사용자는 노동조합에서 탈퇴한 근로자를 해고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8. 3. 24. 96누16070 ) 

비정규직에게 유니온숍 형식에 그쳐선 안된다

이 상황에서 해고를 무릅쓰고 김말순씨와 동료들은 새로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을까? 설립한다 해도 현재로서는 조직대상이 중복되는 복수노조에 해당되어 설립필증이 나오지 않을 것이고 법외노조로 활동할 수밖에 없다. 원칙적으로는 우리는 자유로운 노조설립을 보장하고 있지만(노조법제5조), 교섭대표권의 문제가 있어 2006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사업장내 복수노조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노조법부칙 제5조). 대법원판례에서는 기업노조와 조직대상이 다른 지역노조나 산별노조의 지부(분회)는 복수노조로 보지 않고 있으나(대법원 2004.07.22, 2004다 24854), 노동부는 이러한 경우에도 결과적으로 사업장내 교섭권이 중복되기 때문에 복수노조에 해당되어 나중에 설립된 기업노조 또는 지역노조와 산별노조의 기업지부(분회)의 교섭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2006년이 지나면 사업장내 복수노조는 완전히 허용될 것이며, 이에 따라 특정노조의 가입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유니언숍 협정은 지금과는 다르게 해석되어 질 것이다. 그때까지 김말순씨과 그녀의 동료들은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떤 선택을 한다 해도 쉽게 끝나지 않을 고난의 길을 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어떤 법도 해결해주지 못할 것이고, 어느 누구도 대신해 주지 못할 짐이라는 사실에서 여느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과 다르지 않다.

노동조합의 조직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유니언숍은 조직에 도움이 되고, 정규직노동자가 비정규직노동자를 조합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김말순씨의 경우처럼 형식에 그치고 다른 목적에서 이용된다면 시작조차 안하느니만 못하니, 좋은 법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취지를 왜곡시키지 않고, 사회적 신뢰에 기초하여 양심과 상식선에서 준수하는 주체들이 아닌가 싶다.

상담문의 : 민주노무법인 02) 376-0001, http://minju.workingvoic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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