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기술만이 아닌 건강한 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을 가르치고 싶다." 상시업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내걸고 지난달 24일 파업에 들어간 산업인력공단비정규직노조(위원장 임세병·산비노조) 임세병 위원장의 말이다.

산비노조는 7일 파업 돌입 15일째를 맞았지만 130명의 상경 파업대오는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유지되고 있다. 전체 조합원 150명 가운데 140여명이 파업에 가담하고, 그중 130명이 상경해 산업인력공단에서 거점 농성을 벌이고 있는 산비노조. 이들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임 위원장<사진>에게 들었다.

임 위원장은 "이번 산비노조의 투쟁은 비정규 보호입법을 발의한 노동부가 정말 비정규직을 보호할 의지가 있는지를 시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노동부의 허구와 기만을 만천하에 알리고, 노동부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로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2005년 3월 현재 산업인력공단의 직접고용 기간제 비정규직은 286명, 파견근로와 용역직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비정규직은 직업전문학교 교사, 직업상담사, 기능경기대회 보조요원 등 공단에서 꼭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그 업무내용은 정규직과 동일하다. 그럼에도 이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조합원 가운데 70% 이상이 3년이상 근속자들이다.

"3년이상 근무를 해 왔다는 것은 그만큼 공단으로부터 능력과 자질을 검증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비정규직으로 한번 뽑히면 평생을 비정규직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사직 같은 경우에는 교사 정원의 30%가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도 정규직과 똑같이 담임도 맡고, 취업알선 등 동일한 업무를 함에도 정규직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으며 매년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임 위원장은 산업인력공단의 비정규 현실을 이렇게 고발했다.

특히 임 위원장은 "공단은 신규사업, 임금이 부족한 부분은 모두 비정규직으로 채용해 왔다"면서, "직업상담사 분야도 지난 2000년부터 6년째 실시되고 있는지만 태생부터 100%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신규사업이 생기면 전에는 직접고용을 했지만 지금은 노동부에서 직접 TO를 파견으로 줘 파견을 쓴다"며 "이런 노동부의 행태를 보면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는 노동부의 말을 정말 믿기 어렵다"고 성토했다.

산업인력공단의 노동자들은 업무와 현실이 괴리되는 역할을 맡고 있다며, 더이상 직업훈련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과 국민을 속일 수 없다는 게 임 위원장의 말이다. 실제로 직업상담사들의 경우 국민의 자격취득 및 직업훈련 수료 이후 상담업무, 취업 알선 등을 담당하고 있으나 공공기관을 믿고 자격을 취득하러 오는 학생들에게 비정규직으로 취업 알선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임 위원장은 산업인력공단비정규직들이 비정규직 싸움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1년간 열심히 가르쳐서 취업을 알선하려고 해도 직접고용하는 회사가 없고, 모두 아웃소싱 회사이다. 결국 용역이나 파견직으로 알선을 해야 한다. 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취업포털사이트 '워크넷'에도 용역과 파견이 넘친다. 기술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노동을 할 수 있도록 바로 잡아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 임무를 직업훈련을 담당하는 우리가 해야 하고, 노동부 출연기관들이 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공단에서 하는 사업 중 기능촉진 및 장려사업이 있다. 기능인이 우대받는 사회라고 하는데 산업인력공단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들이 노동부에서 발급해 준 기사, 기능사 자격증을 모두 갖추고 있는데도 공단에서부터 비정규직을 채용하는데 기능 촉진 및 장려가 말이 되는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것이다"고 비판했다.

임 위원장은 지난해 투쟁에서 비정규직들의 계약기간을 1년간 체결하도록 단협을 체결함으로써 단기적인 고용안정은 이뤄냈지만 이번 투쟁에서는 꼭 정규직을 쟁취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싸움에서는 비정규직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않으면 안된다. 현재 비정규직들은 임금 자체가 사업비로 책정되다보니 명확한 경영상의 이유가 없더라도 사업의 축소, 사업의 변경 등으로 얼마든지 해고될 수 있다. 그야말로 직업전문학교의 실습재료, 사무용품인 것이다. 비정규직의 인건비를 임금성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들의 직업교육 활성화와 평생직업능력개발 지원, 각종 자격 취득, 진로설계 지원 등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산업인력공단이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산업인력공단의 비정규직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못한다면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미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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