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만이 길이다.’ 누구나 그렇게 말한다. 굳이 외국의 경험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말은 아마 정답일 것이다. 그리고, 한계를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심상히 넘겨버리기에는 너무나 소중하고 의미있는 성과들이 쌓여 있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산별이 가야 할 길은 어디인가’라는 물음에 답하기 앞서,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산별 건설운동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부터 점검해보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매일노동뉴스>가 산별위원장들의 목소리를 중계한다. <편집자 주>



제조업 공동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들과 논의들은 각종 토론회와 정책개발을 통해 이야기돼 왔지만 그럼에도 노동계와 정부, 경영계 그 누구도 딱히 답을 내놓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의 해외이전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그만큼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이같은 어려움은 곧 제조산업 노동조합의 어려움으로 나타나고 있다. 산업공동화 현상에 따른 조직률 하락은 둘째치더라도 당장 조합원들의 생존권이 달리 문제이기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른 것은 물론이다.

28일 오전에 만난 이병균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 또한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이 문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위원장은 별다른 질문 없이도 이 문제만 가지고도 한참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제조산업이 공동화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고무와 섬유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현상에 의해 죽은 산업이 되고 있으며 전자산업 또한 최근 2~3년 동안 급격히 해외로 이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10만명 정도의 일자리가 줄었다. 통계수치로만 보면 중국이나 베트남, 인도네시아로 건너간 우리나라의 일자리는 최근 들어 일본의 7~8배는 된다. 이전에는 제조산업이 GDP 대비 30%와 고용의 28% 정도를 점유하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고용수준이 18~19%에 머물고 있다.”

핵심은 어쨌든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에 대한 방안은 아직도 논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가운데 기업의 해외이전을 통한 공동화 현상은 계속되고 있고 이에 따른 노동자들의 피해 또한 막심하다.

“사실 제조공동화 현상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지만 노동계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결국 현장에서는 기업이 되도록 안나가게 붙잡기 위해 생산성 향상과 좋은 품질의 생산품을 만들려는 노력들을 할 수밖에 없다. 단순공정 제조산업들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면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사회적 생산기반이 구축돼야 한다. 국내에서는 지가가 올라가고 사람 구하기도 힘들면서도 인건비도 비싸 결국 사용자들의 비용이 값싼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산업자원부나 재경부 등 정부에서 세제혜택이나 중소기업 발전을 위한 기술력 개발 등에 지원을 주지 않는다면 결국 제조산업 공동화 현상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노동조건 향상 위한 아시아 노동계 연대 필요

이 위원장이 밝혔듯 이 문제에 대한 해법 마련은 만만치 않은 문제다. 특히 이 위원장은 이같은 현상이 이윤 창출을 위해 이동하는 자본의 속성이기에 일부분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또한 ‘잘 사는 나라’에서 ‘못사는 나라’로 이동하는 자본을 그 자체로 나쁘다고 비판만 할 수 없다는 것 또한 그의 생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70년대 마산수출 자유공단을 조성해 일본자본을 유치했다. 일본에서는 일자리가 줄었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자리가 늘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기업들이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것은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들어오는 자본은 좋고 나가는 자본은 무조건 나쁘다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그래서 그가 내놓은 해법은 아시아가 하나의 경제체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노동계는 노동자들의 고용과 복지, 노동조건을 향상해 나가기 위한 연대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것.

“일자리를 아시아 전체적으로 총량제로 판단해 나가야 한다.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일자리를 함께 관리해야만 앞서가는 나라와 뒤처진 나라가 함께 나아갈 수 있다. 아동노동 금지라든지 여성노동보호 등 최하의 규범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노동조건은 다르지만 함께 이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안들이 고민되고 논의돼야 한다. 아시아에서 이런 요구들을 공동으로 제기하고 얻어낼 수 있다면 싼 인건비만 가지고 기업들이 이전하는 현상을 다소 완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지난 10일 한국과 일본 금속대표자들이 만나는 회의에 함께 했다. 이 한일 금속대표자 회의에서는 △양국의 정치경제 상황 및 노조의 대응방안과 △각 연맹의 사업보고 △제조산업 공동화 현상과 그에 따른 노조의 역할에 대한 한일 양국의 입장을 발표했으며 이에 대한 논의를 벌였다. 그리고 제조산업 공동화의 핵심으로 ‘중국’이라는 나라가 거론됐다.

“이 회의에서 노동의 핵심 문제 중 하나는 중국의 문제였다. 기업들이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논의할 것인가. 풍요로운 나라에서 더 풍요로운 나라로 가는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시아 노동계의 연대는 필수고 그것의 핵심은 바로 중국이라는 나라다. 그 전차로 한일 금속노동자대표자회의에 중국총공회를 참석시키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아시아의 핵심은 일본과 한국, 중국이며 이 세 나라 노동계가 모인다면 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 국가 노동계의 참석을 쉽게 유도할 수 있다. 이 회의에서 아시아 전체의 노동조건 향상을 위한 상시적인 논의를 벌여나가는 것이 중요한다.”

노동계 핵심 정책도 고용문제 돼야

고용의 문제는 국내에서도 중요한 화두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최근 금속노련에서는 현장에서의 노사분규가 급속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3년만 해도 임단협 등 노사갈등으로 10여곳이 넘는 사업장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지만 지난해에는 5곳으로 줄고 올해는 단 2곳만이 파업에 들어갔다. 금속 분야의 노동운동이 위축됐기 보다는 고용안정을 바라는 현장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이 위원장은 설명한다.

“국내에서도 일자리는 총량제 개념으로 정리돼야 한다. 이같은 대책 마련에도 제조부분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면 대신 발전하고 있는 서비스업이나 금융업 등 비 제조분야에서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 물론 요즘 실업률이 높듯이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지 않다. 국가적인 노력과 정책적 뒤받침이 지속돼야 한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정책 또한 고용유지와 창출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전히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서 모든 노동자들이 완전히 벗어나 있지는 못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최저임금 등 그런 쪽으로 개선을 해나가면 된다. 7~80년대처럼 하루 12시간, 16시간 일하면서 토요일 일요일 특근까지 하면서 노동3권마저도 철저하게 유린됐던 시절과 어쨌든 주40시간제를 실시하고 있는 2000년대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공순이 공돌이' 개념에서는 벗어나는 시기이기에 고용유지 또는 고용창출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같은 요구들은 특히 제조업쪽 대표자들에게서 요구가 많다. 금속노련 또한 마찬가지다. 금속노련의 평균 근속년수는 56세로 낮아졌지만 이마저도 지키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현장에서는 정년을 지키는 사람을 ‘천연기념물’로 부르고 있다. 요즘 고용의 불안을 대표하는 ‘삼팔선, 사오정’이라는 말이 그대로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위원자은 이같이 고용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비근한 예로 일본에서는 최근 정년을 더 연장해서 65세로까지 늘리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정부가 부담해 왔던 정년 단축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이제는 노사가 여러 형태로 정년을 연장해 축소하고 있는 것.

“정년이 연장되면 기업은 고급인력을 사용할 수 있고 노동계는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정년까지 갈 수 있다는 믿음과 신뢰를 사용자가 준다면 임금과 복지 문제는 충분히 양보할 수 있는 문제다. 이같은 것이 보장되지 않아서 노동자들은 더이상 회사의 발전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르니까 다닐 때 많이 받아두자는 풍토가 많다. 일할 수 있을 때 많이 벌어놔야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심정이다. 그래서 임금을 둘러싼 노사분규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정년까지 가는 노동운동을 한다면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20~30년 장기간 고용을 유지해 준다는 것이 출발점이라면 그에 맞는 임금과 복지체계를 재구성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용보장 위한 임금체계 개선도 절실

구체적으로 그는 일본 도요다자동차의 예를 들었다. 정년 연장을 통해 성공한 사례가 여기에 들어 있다는 것.

“도요다자동차는 입사와 동시에 평생직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절대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안한다. 그래서 도요다가 청년층들에게 입사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도요다는 최근 사상최대의 이익을 냈지만 노동자들은 오히려 임금을 2% 인상안에 동의하는 등 동결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고용안정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IMF 이후로는 우리나라 기업은 평생직장이라는 믿음을 준 적이 없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그것이 안 되니까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금속의 요구는 고용을 유지시켜 달라는 것, 해외로 나가지 말라는 것이다. 고용만 보장된다면 임금인상을 억제할 수도 있다. 그 누군가는 노동자의 권리를 내주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그 싸움은 처절한 것이다.”

결국 이 위원장은 핵심 주장은 노동운동이 “고용문제에 관심을 갖고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같은 것이 보장된다면 임금인상의 자발적인 억제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최근 파업일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 또한 이같은 현장 노동자들의 심리를 반영한 것”이라며 “이렇게 현장의 생각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지만 상층부의 고민은 이에 맞춰 빠르게 변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의 이러한 생각은 한국 임노동자들의 임금체계에 대한 고민으로까지 넘어간다. 연공서열을 중시하고 장기 근속자에게 고임금을 주는 현 임금체계가 결국 기업의 부담감을 높여 고용불안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설명. 이에 따라 그는 초임연봉을 높이고 근속년수에 따른 임금 증가폭은 낮추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40대 중반에 퇴직하게 되는 사람들과 면담을 하다보면 정년만 보장해줘도 현 임금수준에서 일하겠다는 사람이 태반이다. 근속년수에 따른 연봉을 올리기보다는 초임을 올리는 임금체계로 가야 한다. 방금 입사한 사람과 경력근수에 따른 임금차가 많이 없어야 고용보장도 받을 수 있고 회사 이직도 쉬워진다. 연공서열과 장기근속에 따른 임금체계에서는 노동자들 또한 이같은 임금을 보장받기 위해 아둥바둥 그 회사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근속경력은 그 회사에서만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용이 경직되는 것이다. 사실 고용의 경직성이라는 것도 사회적 환경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사회보장제도의 구축이나 이같은 임금체계의 개혁 없이 고용의 유연성을 원하는 것은 무리다. 고용의 경직과 유연함은 강제로 되는 것이 아닌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선택이어야 한다.”

이쯤에서 다시 이 위원장의 고민은 제조산업의 공동화로 돌아온다. 이번에는 노동자의 문제라기보다는 산업 차원의 문제로 접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핵심은 결국 ‘제조산업의 기초의 육성’, 즉 기술력의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국의 제조산업이 뿌리를 못 내리고 있는 것은 핵심부품사업이 기술 없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력 없는 단순조립공정은 당연히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더 값싼 노동력으로 할 수 있다면 누구나 나가지 않겠는가. 일본에서는 기업의 해외이전이 한창 기승을 부리다가 최근에는 다시 돌아오는 현상이 있다. 값비싼 노동력보다는 기술로 숙련된 노동이 더욱 중요해지는 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부품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안배와 투자 없이는 결국 이를 극복할 수 없다. 정부가 나서서 부품 산업을 육성 발전시켜 제조산업의 기초를 탄탄히 다져나가야 한다.”

기술력 부족이 곧 중소기업 해외이전으로 이어져

이같은 문제는 기술개발 노력 혹은 지원 부족이 이유로 꼽히고 있지만 그보다 앞서 현재 보유한 기술 역시 대기업 중심이라는 데도 문제가 있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한 비판 또한 빼놓지 않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 동반성장 해야 하는데 핵심기술은 대기업이 다 갖고 있으면서 이를 공유하고 있지 않다. 대기업은 마케팅과 브랜드로 자동차산업을 이어가고 기술은 협력부품기업에게 이전해줘야 한다. 엔진 등 각 부품에서 협력사들이 세계최고가 되도록 기술을 전수하고 지원하다면 한국에도 대기업과 함께 하는 강한 협력사가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중소기업들은 버텨내질 못하고 있다. 대기업만 살아남고 중소기업은 죽어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진정한 국가경쟁력은 나오고 있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정부가 정책을 통해 풀어줘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공조할 수 있는 센터 건립 등 대기업의 경쟁력이 곧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결국 이같은 과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동차산업 역시 해외이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이 위원장은 전망하고 있다. 이는 곧 국가적인 부의 유출과 함께 경쟁력의 하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그는 경고한다.

“핸드폰 산업이 우리나라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하지만 그 핵심부품들은 결국 일본 등에서 다 사온 것이다. PDP, LCD 등도 부품에서는 경쟁력이 없다. 부품 강국으로 가지 않으면 결국 제조산업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 경기가 좋다고 해도 이같은 몇몇 품목만 빼면 나머진 다 아사 직전이다. 해외로 이전하고 있는 기업들도 거의 대부분이 핵심기술 부분이라기보다는 단순조립공정들이다. 현재 고무, 섬유에 이어 전자도 해외이전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이는 곧 자동차산업으로도 옮겨갈 것이다. 이전에 자동차 부품에 대한 기술개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동차산업의 국내 기반 역시 무너질 것이다.”

노동계는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투쟁을 통해 제조산업 공동화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드는데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판단한다. 올해 초에는 현대차 ‘BUY-BACK’ 지침에 반대하는 투쟁을 민주노총 금속연맹과 함께 공동으로 진행키도 했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금속노련은 상급단체인 한국노총과 함께 지속적인 건의를 통해 지난해 12월 ‘제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핵심의제로 하는 노사정위원회 제조특위를 설치하기까지 했다. 노사정위 제조특위는 올해 초까지 의제 및 운영방향 등을 결정하기 위한 3차례의 실무회의를 진행해 왔지만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탈퇴와 함께 운영이 중단되고 말았다.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도 못해 본 것이다.

한국노총 제조 산별 하나로…노동계 대응도 본격화

그러나 이에 대한 노동계의 대응 또한 본격화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을 모색하기 위해 다음달 1일 한국노총 6개 제조 산별 위원장들이 자리를 함께 한다. 모두가 산업공동화에 따른 가슴앓이를 해 왔지만 각 산별들이 너무 산발적인 정책들을 내왔다는 반성을 가졌기 때문.

“산발적인 정책들을 하나로 모으고 조직적 역량을 합쳐 투쟁과 협상을 해나가야 한다. 그동안 목소리를 합쳐오지 못해 왔다. 그래서 다음달 1일 제조 산별 대표자들이 모여 한국노총 내 제조연대를 강화하고 공동으로 대응책을 마련키로 했다. 섬유의 고민이 곧 화학의 고민이고 이는 또 금속과 다르지 않다는 게 제조산업의 공통점이다.”

또한 이 위원장은 이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으로부터 제조 산별노조 전환 또한 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지난번에도 산별노조 건설을 통한 제조연대 통합 논의가 있었지만 너무 한꺼번에 많은 것을 하려다 결국 실패하기도 했다. 제조연대가 활성화되면서 순차적으로 하나 둘씩 진행해 나가는 것이 맞다. 금속노련에도 상근일꾼이 18명 정도 되지만 산업공동화 현상 등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힘이 부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은 각 제조 산별 모두 마찬가지다. 또한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이 논의되면서 현장 단위노조에서도 산별노조 건설에 대한 바람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기운을 모아서 먼저 제조연대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제조 산별 건설에도 힘을 기울려 나갈 것이다.”

마침 이날 오전에는 고 민한홍씨의 장례식이 있었다. 물론 이 위원장 또한 한국노총 건물 앞에서 열렸던 영결식에 참석했다. “민한홍 동지의 일은 정말 슬픈 일이다. 눈물이 앞을 가리더라”로 운을 뗀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상근하는 전문직 활동가들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고 이야기를 잇는다.

“박봉에다 과거처럼 노동계가 국민들에게 인식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연맹에 와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겠는가. 이제는 전문직들의 향후 진로마저도 협소해진 상황에서 사실 해 줄 수 있는 것도 많지 않다. 그래서 더욱 이들과 함께 논의하고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노동운동을 이끌어가는 동지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더욱 따뜻한 마음으로 이들을 함께 섞여서 살아갈 것이다.” 이것이 인터뷰를 끝내며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내가 위원장 하는 한 끊임없는 개혁 나서겠다”
한국노총 내 영상사업 최초시행 등 변화 선도하는 이병균 위원장 
금속노련은 한국노총 산별노련 중에서는 최초로 영상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하반기 투쟁에서도 위원장 인터뷰를 동영상에 담아 홈페이지에 띄워 주목을 받았었다. 이 시기 한국노총 중앙도 영상사업을 준비 실행하고 있었으나 금속노련이 조금 더 앞섰다. 이병균 위원장이 들어선 이후 금속노련은 더욱더 변화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이병균 금속노련 위원장은 한국노총 산별위원장 중에서는 개혁그룹에 속해 있다. 그는 지난 2003년 노련 위원장에 재선된 이후 연구용역을 통해 내부개혁과제를 도출키도 했다. 이같은 연구에 따른 내부개혁과제는 주요하게 △업무의 전산화 △실무 일꾼 충원 및 강화 △지역본구 강화 등 세 가지였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은 노련의 동영상 사업은 물론 450여개 단위대표자들에게 공문을 이메일로 보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또한 노련 홈페이지 개선 작업은 물론 단위노조 1사1홈피 갖기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에 들어간 돈만 5천여만원에 이른다. 물론 단사 위원장들이 나이가 많은 이들도 있고 소규모 작업장도 많아 작업은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도 꾸준하게 단위노조를 대상으로 ‘정보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곳이 바로 금속노련이다.


또한 내부 구조개혁도 진행해 왔다. 금속노련은 지난 2003년만 해도 임원이 7명이고 실제 일하는 사람은 9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5년 현재 금속노련은 임원은 두 명이 준 5명이고 상근간부는 18명에 이르는 구조를 갖게 됐다. 또한 이 과정에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도 됐다.


지역본부 강화를 위해선 지역본부에 파견자를 상근간부로 일할 수 있도록 조직적인 지원을 아끼고 있지 않다. 물론 채용간부를 활용하는 게 가장 좋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재정여건상 아직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지역활동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을 지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5개 본부에는 상근간부가 없어 노련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이같은 어려움도 제조 산별통합 및 산별노조 건설을 통해 해결해야 하지 않겠냐는 게 이 위원장이 의견이다.


이같은 개혁과제를 추진해 온 이병균 위원장은 “변화를 하려면 그것에 반대하는 세력과 맞서야 하고 누구나 아픔을 겪어야한다”면서도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을 때만이 이를 완성할 수 있을 것”고 말한다. 또한 “변화 그 자체는 끝이 없는 것”이라며 “내가 금속노련 위원장할 때까지는 그것을 추동해 나갈 것”이라는 결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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