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위원회 여성위원회가 있는 날, 내년 선거 때 여성후보가 출마할 경우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놓고 난상 토론이 벌어졌다.

“여성들은 보통 남성 동지들에 비해 인맥도 많지 않고, 주위에 여자 친구 중 돈 벌지 않는 사람도 많잖아. 후보 특별당비를 남녀 똑같이 내도록 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아.”
“여성 후보가 출마하면 애는 어떻게 해? 후보뿐만이 아니야. 선거 운동하다 보면 애를 이집에 맡겼다 저 집에 맡겼다 아예 부모한테 몇 주 부탁하기도 해. 애들이 무슨 죄야?, 게다가 마음 놓고 선거운동을 할 수도 없어.” 

성 중립적 정책·사업은 없어

토론 끝에 여성후보의 경우 특별당비 100만원 정도 적게 납부하도록 하는 것과 3개월 정도 야간과 주말에 여성후보와 여성운동원의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베이비시터를 지역위원회에서 책임지는 것 등을 지역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것으로 하고 회의를 마감했다.

우리는 흔히 정책이나 사업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정책이나 사업은 성별에 따라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친다. 성별뿐만 아니라 장애인, 비정규직 등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한 지역위원회 특별당비조차도 남성과 여성의 조건에 따라 다른 강도로 다가오는 것이다. 성 중립적인 정책이나 사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는 올해 여성발전기본법에 의해 성별영향평가 사업을 처음 시행하고 있다. 성별영향평가란 정책·사업·법령 등이 성차별을 조장·방치하거나 고유한 성 역할을 강화하는 것은 아닌지, 남성과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여 결과적으로 특정 성에게 불리한 영향을 주는 정책이나 사업을 성인지적으로 전환하고 실질적 성평등을 지향, 성별로 균등한 수혜가 돌아 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부, 성별영향평가 첫 시행

현재 이 사업은 41개 중앙행정기관과 16개 광역시도가 해당 기관 사업 중 1개 이상을 성별영향평가 대상사업으로 선정하고 자체 평가를 통해 그 결과를 여성가족부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국감에서 각 부처에서 진행 중인 성별영향평가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 평가를 위해 의원실 보좌관, 정책연구원들이 6개월 동안 세미나와 간담회 등 같이 공부하면서 진행시킨 사업이었다.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 성별영향평가 자체가 사업이라기보다 ‘관점’과 ‘기준’의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 수치 비교가 아니라 질적인 평가가 필요했다.

그러나 모니터링 과정에서 실제 아주 기초적인 성별분리 통계조차 제대로 된 곳이 거의 없었고 필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부처도 많았다. 심지어 그런 사업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다가 모니터링 한다고 하니 부랴부랴 계획서를 제출한 부처도 있었다.

성별영향평가 모든 사업과 정책에 다 가능하다. 건널목 하나 설치하는데도, 공중화장실 설치에도 성별영향평가는 필요하다. 

실질적 양성평등 추진 중요하다

성별영향평가는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실질적 양성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추진 전략이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자.

내가 있는 곳에서는 정책과 사업을 결정할 때 성별영향평가를 하고 있는가? 정부만이 아니라 정당에서, 학교에서, 조합에서, 어느 곳에서나 필요하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사업부터 성별영향평가를 해보자. 우리는 얼마나 양성평등을 실질적으로 고려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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