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노동자가 산재요양 신청 시 사업주 날인을 받지 않아도 신청할 수 있다는 ‘문구’가 신청서에 포함된다. 노동부는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의 “사업주 날인을 폐지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은 내용의 답변을 내놨다.

‘사업주 날인’이 산재노동자 발목 잡아

단병호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많은 근로자들이 요양신청서에 사업주가 날인하지 않으면 산재신청을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사용자들도 이것 때문에 산재신청을 방해하고 있다”며 “사업주 날인을 없애라”고 노동부에 요구했다.

실제 노동현장에선 산재요양 신청 시 산재노동자들이 ‘사업주 날인’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또는 아예 사업주 날인을 받지 못하면 산재신청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산재신청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김은기 민주노총 노동안전부장은 “민주노총으로 오는 산재상담 중 ‘사업주가 도장을 안 찍어주는데 어떻게 하냐’는 사업주 날인에 관련한 문의가 가장 많다”며 “하지만 현행 사업주가 날인하지 않아도 사유를 첨부해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노동자가 많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자포자기’ 하는 산재노동자가 상당수 된다는 주장이다.

김갑경 산재노동자협의회 상담부장도 비슷한 지적이다. 그는 “건설쪽에서 심한데 하도급 관계에서 사업주는 다시 공사를 따야 하니까 산재노동자가 사업주 날인을 요구하면 거의 안 해준다”며 “설사 사업주 날인이 없어도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나이든 건설노동자들은 산재신청을 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사업주 날인’ 문제는 이주노동자에서 심각하게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요양신청사건 중 날인을 거부한 사건의 수/승인사건의 수/불승인 사건의 수
해당연도신청건수처리결과비고
총건수날인거부건수승인건수불승인건수
2004년도1,92260288 
    ※ 서울서부지사 현황임 (단위 : 건)

노동부 “‘사업주 날인 없어도 돼’ 문구 넣겠다”

이같은 현실에서 단병호 의원은 “사업주 날인 폐지”를 요구한 것. 그러나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폐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부는 답변을 통해 “요양신청시 사업주 확인을 받는 이유는 재해발생 관련사실의 입증 및 자료제출 등에 있어서 사업주가 조력하도록 함으로써 업무상 재해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업주 날인을 당장 폐지할 경우 오히려 업무상 재해 여부 판단에 장기간이 소용돼 재해근로자들이 신속히 보상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단병호 의원은 “당장 없애는 것이 곤란하다면 요양신청서에 사업주가 날인 거부 시 그 사유를 첨부해 제출가능하고 사업주는 날인에 조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문구를 기재하라”고 요구하자, 노동부는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

노동부는 “(우선) 노동부·공단 홈페이지에 사업주가 날인을 거부할 경우 그 사유를 첨부해 요양신청서를 제출하면 산재신청이 가능하다는 명시적 문구를 등재하겠다”며 “요양신청서에 동 문구를 기재하는 것은 추후 관련규정 개정 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올 연말 공단 서식규정을 정비할 계획으로 이때 이같은 문구를 반영할 예정이다.

“문구 기재, 중세영세노동자에게 도움될 것”

이에 대해 일단 단병호 의원실은 “궁극적으로는 사업주 날인은 폐지돼야 하나 당장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기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단병호 의원실 강문대 보좌관은 “폐지까지 가지 못해 아쉽지만 사업주 날인이 없어도 된다는 문구가 삽입되면 산재노동자들이 심리적 압박 없이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사업주 날인이 폐지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근본적인 제도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업주 날인이 산재처리 절차에서 ‘진입장벽’ 역할을 하면서 ‘산재은폐’의 방편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 이에 사업주 날인 제도를 폐지하는 동시에,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주장하는 재해노동자의 소속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산재신청 시 소속사업장을 명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으로 ‘선보장 후평가’ 제도를 도입해 산재신청 절차에서 담당의사가 직접 산재노동자의 소속사업장을 확인해 산재신청을 하도록 하면 사업주 날인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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